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Jul 08. 2022

카페진정성은 과연 어떤 진정성이 있었을까

8 - 김포, 카페진정성

밀크티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출처:더퍼스트펭귄)

우리나라에서 밀크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이름하면 아마 카페진정성아닐까. 한국식 밀크티 유행의 진원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김포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서울 한복판뿐 만아니라 제주까지 전국 6개 매장으로 확장했고 밀크티는 한 달에 2만 병이 넘게 팔린다. 과연 카페진정성은 무엇에 그렇게 진심이길래 밀크티 하나만으로 김포의 작은 카페에서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곳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재료와 제품에 얼마나 진심이길래?

(출처:띵굴마켓)

카페진정성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 값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카페진정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짜 재료 그대로로, 가장 맛있는 맛을 담아내는 카페진정성입니다 우리의 이름은 착한 원재료와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고 본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는 신뢰감만큼이나 무게감이 상당하다. 진정성이란 이름은 자칫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와 제조과정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길래 이름마저도 진정성이라고 지을 생각을 한걸까.


카페진정성의 시작은 2015년 화곡동의 타포초우(Tapochowoo)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이 커피숍을  김정온 대표가 물려받았고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돼 1년도 안 돼서 문을 닫았다. 곧 매장 근처에 스타벅스, 투썸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온 대표는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메뉴 개발에 매진했다. 작은 동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카페가 편하게 시판 시럽을 사용할 때 마가스카르에 있는 바닐라빈 중에 제일 좋은 등급으로 사와 와인셀러에서 한 달 이상 숙성해 바닐라빈 시럽을 만드는 등 모든 재료에 진정성을 담았다. 이렇게 개발한 바닐라빈 시럽을 듬뿍 넣은 바닐라라테는 어려운 와중에도 나름 효자상품이었다. 비록 소수였지만 응원해주는 팬들이 생겼다. 타포초우를 닫을 때 그 팬들이 오히려 더 아쉬워하며 다시 시작하라고 응원해줬다.


멋을 부리지 말고, 내 얘기 들어달라고 소리도 지르지 말고요. 대신 우리 자체가 멋있어야 하죠. 정말 좋은 재료를 쓰고,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고요.

카페 진정성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나왔어요. 멋 부리지 않고, 내가 하려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합성 첨가물을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겠다는 약속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카페 진정성 : 손님을 향한 진정성, 위기가 기회로 찾아왔다, 롱블랙


김포로 자리를 옮겨 카페진정성을 시작했다. 진짜 재료 그대로, 가장 맛있는 맛을 담아내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름에 진정성을 넣었다. 타포초우 시절부터 가졌던 진정성은 김포로 옮겨도 계속 이어졌다. 일반적인 카페들이 우유대신 전지분유를 쓰고 간편하게 밀크티를 만들 때, 카페진정성은 밀크티 한 잔 만드는데 24시간이 걸려도 냉침과 숙성으로 향을 살리고 직접 만든 연유와 신선한 우유로 밀크티를 만들었다. 매장을 찾아 맛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재료에 담긴 진정성을 느끼고 돌아갈 때 밀크티를 한 병씩 사가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진정성, 고객과의 관계

(출처:매일경제)

김정온 대표는 카페진정성의 인기비결을 고객과의 '대화'라고 말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손님이 ‘어 바닐라라떼 진짜 맛있네?’라고 하실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 라떼의 바닐라 시럽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바닐라빈 중에 제일 좋은 등급으로 사 온 다음에 제가 저 와인셀러에서 한 달 동안 숙성했어요. 저 셀러 지금 보셔도 돼요.’ 혹은 ‘지금 눈 시뻘건 게 어제 새벽 네 시까지 그 시럽 만들어서 그래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했어요.

‘진정성’이라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카페 진정성’ #2, 위쿡

화곡동의 작은 동네 카페를 하던 시절부터 고객과 대화는 그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좋은 무기였을 뿐 아니라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며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밀크티로 큰 인기를 얻자 여기저기서 카페진정성에 입점 요청을 했다. 몇 개의 지점이 더 생겼고 관리해야 할 곳도 늘어났다. 매장이 확장되고 공장을 돌리면서 사업은 커져갔지만 뭔가 예전 같지 않았다. 과거에는 손님에게 드리는 한 잔, 한 잔마다 엄청난 정성과 공을 들였지만, 이제는 단순히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같은 공간이 됐다고 느껴졌다.


매장을 확장하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장사는 잘되었지만, 대량 판매가 이뤄지면서 진정성을 시작했을 때의 핵심이 잊히기 시작한 것이었죠. 진심으로 정성껏 만든 제품을 전하고자 했는데, 매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그런 마음이 과거처럼 손님에게 전달되지 않았어요.

천천히 덖고 갈고 마시고…'진정성' 듬뿍 담긴 카페, 매일경제


관리가 되지 않는 매장 때문에 고객의 불만이 쌓이고 전체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것을 대비해 매장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화점 매장은 매출은 잘 나와도 카페진정성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정리했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접점을 줄이고 진정성이 깊게 느껴지는 공간을 새로 기획했다. 매장을 정리하면서 새로 출발한 김포의 '카페진정성 기점' 1층에는 통유리로 커피를 볶는 로스팅실이 있고 2층에는 빵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베이킹 실이 있다. 과거 작은 동네 카페에서도 그랬듯이 모든 작업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어떤 재료를 쓰는지 누구든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고집스럼게 작업공간을 오픈하는 것은 그들의 진정성을 고객들이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로컬에 대한 진정성까지?

(출처:원예산업신문)

카페진정성은 김포 안쪽에 깊숙이 자리했기에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김포의 자랑이 되었다. 카페진정성은 단순히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기반으로 로컬에서 진정성답게 자신들의 진정성을 발휘하려고 한다. 바로 김포파주인삼농협센터 1층에서 김포의 로컬푸드 삼(蔘)을 활용한 카페를 새로 개점한 것이다.

카페 이름은 삼 SAAM이에요. 카페 진정성이 낸 매장이라고 간판에 적어 넣었습니다. 김포 특산물인 인삼·수삼·홍삼을 활용해서 카페 진정성 3대 인기 메뉴를 풀어낼 거예요. 바닐라빈 라떼 시럽에 인삼을 함께 넣어 숙성시킨 ‘인삼 바닐라빈 라떼’, 홍차를 냉침한 밀크티에 홍삼진액과 가루를 넣은 ‘홍삼 밀크티’, 밀크쉐이크에 수삼을 넣은 ‘정말 착한 수삼 쉐이크’.

카페 진정성 : 손님을 향한 진정성, 위기가 기회로 찾아왔다, 롱블랙

카페진정성이 촉매가 되어 충남 공주에서는 공주의 카페가 밤을 활용하고, 경북 문경에서는 문경의 카페가 사과를 활용하는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그린다.

 

그런데... 진정성한테는 진정성이 다 일까?

(출처:더퍼스트펭귄)

카페진정성의 성공요인이 '진정성'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김정온 대표가 화곡동에서는 진정성이 없었고 김포에서 갑자기 진정성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메뉴개발에 매진했고 고객과 한마디 더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 카페진정성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진정성만큼 또 중요한 것은 사실 '꾸준함' 아닐까?


지금은 카페진정성이 밀크티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초기에는 바닐라빈을 이용한 라떼와 밀크쉐이크가 인기가 좋았고 직접 만든 자몽청을 사용한 자몽에이드도 많이 팔렸다. 그러다가 대박이 난 것이 밀크티일 뿐이다. 바닐라빈도, 자몽에이드도, 밀크티도 모두 진정성을 가득 담아 시간과 정성을 쏟아 만들었던 아이템이다. 바닐라빈에는 진정성을 적게 담았기에 안 터졌고 밀크티에 진정성을 더 담았기에 대박이 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김정온 대표가 첫 카페를 할 때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메뉴 개발이고 뭐고 다 놓아버린 채 그냥 포기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카페진정성이 김포로 가지 않고 그대로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빠르게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도 카페진정성이 지금까지 나름의 색을 분명히 내고 있는 것은 진정성만큼이나 꾸준함을 계속 지켜온 결과는 아닐까.


뉴 로컬 시리즈

여는 말

로컬(=시골)에는 미래가 있을까?


로컬 헤리티지 (전통 로컬 브랜드)

군산 토박이들이 바라본 이성당이 잘 나가는 진짜 이유 (군산, 이성당) (Editor's Pick)

세상에, 700억을 투자받은 카페가 있다고?! (강릉, 테라로사) (Editor's Pick)

성심광역시에 오세요, 대전이 있어요 (대전, 성심당)

  성심당을 튀소로만 알고 있으면 반도 모르는 거라구요? (성심당 Deep dive) (Writer's Pick)

이제는 부산어묵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어떤 부산어묵 (부산, 삼진어묵)

아마존에 K-호미 팔 생각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영주, 영주대장간)


뉴 로컬 (신생 로컬 브랜드)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그 카페(부산, 모모스커피) (Editor's Pick)

롤스로이스만큼 완성도도 높고 비싸다던 막걸리의 다음은? (해남, 해창막걸리) (Editor's Pick)

도대체 무슨 유튜버가 유키 구라모토를 김제에 오게 해? (김제, 오느른)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스러운 곳이 어디냐 물으신다면 (제주, 해녀의부엌)

지금 가장 서울스러운 브랜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서울, 젠틀몬스터)

카페진정성은 과연 어떤 진정성이 있었을까 (김포, 카페진정성)


글로벌 로컬 (해외 로컬 브랜드)

지역의 매력을 제일 잘 전달하는 세계 유일 로컬 편집숍 (일본 도쿄, 디앤디파트먼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 이야기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앤컴퍼니)

무인계산의 시대, 혹시 수다계산대는 들어봤어요? (네덜란드 베겔, 윰보)

졸라 겁대가리 없는 오트우유, 오틀리가 성공한 이유 (스웨덴 말뫼, 오틀리)

샌들에 양말 신는 나라에서 럭셔리 아이웨어가 나온다고?(독일 베를린, 마이키타)

로컬이 된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이탈리아 솔로메오, 브루넬로 쿠치넬리)

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데 상장까지 한 커피회사 (미국 유타, 블랙 라이플 커피 컴퍼니)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ggotrNuxjB8&list=PL0x2tW4WYWX4i8OGHH8BNIILLd_nbEJ97&index=8


http://dc.wecook.co.kr/index.php/2021/09/16/cafe-sincerity_interview_1/


https://www.longblack.co/note/270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7/727137/

매거진의 이전글 성심광역시에 오세요, 대전이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