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53일째, 민성이 D+302
민성이가 생후 300일을 돌파했다. 개월 수로는 11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한 달, 나는 아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10개월 민성이의 가장 큰 변화로는, 혼자 잠들 수 있게 된 걸 꼽고 싶다.
9개월까지만 해도 민성이가 잘 땐 항상 내가 옆에 있었다. 응당 아이가 잠들 때까진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낮잠이건 밤잠이건 항상 손발이 묶였다. 육아서를 읽다 10개월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민성이는 혼자 잠들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방문을 닫고 나와버렸으니까(아빠가 없으니 잠만 잘 자더라). 아내도 처음엔 놀랐지만, 이젠 당연한 걸로 여긴다(그리고 좋아한다).
민성이는 혼자 자는 걸 넘어, 세 시간 가까이 낮잠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낮잠의 신세계). 그리고 이 날, 10만 명 넘는 사람이 브런치에서 민성이가 자는 사진을 봤다. 브런치 첫 대박이었다.
신체 변화로는 위아래 4개씩, 이 8개가 났다. 민성이는 이앓이를 심하게 했고(부디 이앓이였기를), 나는 아이의 입에 손을 넣었다가 손가락을 잃을뻔 했다(맹수의 입에 손을 넣지 마세요).
밥은 하루 다섯 번 먹이던 걸, 네 번으로 줄였다. 대신 이유식은 세 번으로, 한 번 더 늘렸다. 간식은 직접 손으로 집어먹게 했고(일단은 간식부터 자기주도), 숟가락 쥐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9개월 숟가락 원정대).
육아휴직 한 달이 넘어가면서, 난 나의 생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아빠랑은 누가 놀아주지?). 육아는 똑같은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육아, 그 끝 모를 지루함에 대하여).
일할 때와 달리, 애 아빠를 찾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고(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육아에 심신이 지쳐갔지만(남편이 육아휴직을 써야하는 이유), 나와 아내는 하나둘 방법을 찾아나갔다(아빠의 금요일).
휴직 53일째, 민성이와 함께하는 하루가,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민성이도, 나도 커가는 걸 느낀다. 이제 11개월 차, 민성이와 만들어갈 새 일상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