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이준범_서울 효제초등학교
서울 효제 초등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이준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저는 교직경력 37년째 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2009년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 새로운학교 분과장을 맡았었고,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준비위원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그 뒤 서울에서 혁신학교가 출발할 때부터 서울 혁신학교추진TF위원, 혁신학교운영자문위원, 컨설팅위원 등을 하면서 혁신학교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혁신학교인 서울 월천초등학교에서 교무부장을 하면서 혁신학교 정책을 학교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안착시키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습니다. 토론 있는 교직원 회의, 학년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나눔회의 등을 통해 교육공동체에 의한 학교 자율 운영의 폭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교무부장인 저는 교감, 혁신부장, 공동체문화부장, 그리고 교육공무직원들과 함께 교육지원팀을 이뤄서 대부분 학교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교직원회의는 두 가지 포맷으로 안건중심회의와 교원나눔회의로 구분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첫째 주에는 안건중심회의를, 셋째 주는 1시간 40분 교원나눔회의로 학년교육과정을 공유하거나 월별로 짜놓은 주제를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3월에는 3무 3행등 학년 규칙에 대해 공유하고, 4월에는 체험학습준비 등에 대해 협의하는 방식이었죠. 매년 조금씩 변화했으나 이 두 가지 포맷의 기본 틀은 유지했고요.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 소규모 토의가 필요할 때는 소모임 회의 후 전체 의견 공유함으로써 학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활동이 살아나면 이것이 학교 전체에 스며들어 학교가 자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지원팀에서는 자율적인 학생동아리 운영 방안을 마련하여 교육과정을 계획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3월 말에 자율동아리를 아이들이 신청하게 하고, 4월 초에 동아리 장터를 열어 자율동아리 홍보할 기회를 줍니다. 그렇게 조직된 동아리는 1학기에는 자율동아리처럼 교육과정 외로 운영하다가 2학기에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원하는 교육 공간은 늘 개방하였고요. 1학기 중간에는 자율동아리 아이들을 위한 버스킹도 열었습니다. 2학기 정규동아리로 운영할 때는 4~6학년 아이들이 서로 멘토-멘티가 되고, 10월 말에 축제에서 무대 또는 체험 부스를 만들어 자율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할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를 위한 예산은 모두 지원하였고요. 축제 마지막 날 동료평가, 자기평가 하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동아리 활동이 마무리되도록 하였습니다.
Q. 현재 재직 중이신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 말씀해 주세요.
A.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효제초등학교는 종로 5가에 있는 시내 중심지 학교로 14학급 230명의 학생이 다니는 작은 학교로 혁신학교는 아닙니다.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어서 활발한 아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야구부가 없었다면 학생 수는 더 적었겠죠. 또 유달리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참고로 제가 담임하고 있는 5학년은 한 학급에 남학생이 11~12명, 여학생이 3~4명 정도입니다. 당연히 남학생들이 기세등등하겠죠.
1895년에 개교했으니, 역사가 오래 되었습니다. 2010년 160명이 졸업을 했는데, 현재 6학년은 48명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여유 교실이 많아서 교과 선생님들도 각자의 교실이 있고, 방과후 교실도 따로 있습니다. 일부 교실들은 옆에 있는 중부교육지원청의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있는데, 저는 아이들과 함께 중간놀이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체육관, 연못, 놀이터 등을 자주 이용합니다. 특히 연못은 야외 수영장 터에 만든 것이라 제법 넓고, 정자가 있어서 시원하게 쉬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 9월에 내부공모형 교장으로 승진 발령 축하드립니다. 내부공모형 교장이 되기까지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A. 서울은 경기도 만큼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내부형 교장으로 진출하는 분들이 계셨죠. 특히 올해는 자율학교에 공모하는 교장의 50%를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내부형B로 공모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교사가 바로 교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더 넓어진 것이고요.
그동안 전교조가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면서 승진제를 바꿔보려고 애를 썼는데,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교장공모제 트랙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주장들도 많았습니다. 아직도 교장공모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점수 위주의 승진제의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학교 운영에 직접 나서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에 대한 상상과 실천을 통해서 제 나름대로의 혁신학교 운영의 비전이 생겼고, 주변 선생님들의 권유와 몇몇 교장 선생님들의 도움이 있어서 교장에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저는 교장 승진 생각을 하진 않았고, 교무부장을 하면서도 1등 ‘수’를 받지 않고 동료 교사한테 양보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내부형 공모 교장 B형의 비율이 확대되면서 저한테도 기회가 온 겁니다. 또한 응모한 학교에서 기대하는 교장의 모습이 전근 가시는 교장 선생님을 이어 혁신학교를 계속 유지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을 희망하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려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재직 중이신 효제초등학교를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참, 미안합니다. 1년 동안 담임을 수행해야 하는데 한 학기만 마치고 아이들의 곁을 떠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우리 반 일부 아이들이 작년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자기랑 누구 탓에 작년에 담임이 세 번 바뀌었다고 말했었는데 5학년 때 또 담임이 바뀌는 경험을 반복하게 한다고 생각하니 그게 미안하네요. 제가 갈 수 있는 조건의 학교이기에 교장의 길을 선택했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미안한 일이지요. 오랜만에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새 담임 선생님과 함께 더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교장 선생님으로 근무하실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A. 상천초는 서울혁신미래자치학교입니다. 혁신학교에 미래와 자치를 더 강조한 학교라고 보면 되겠지요. 서울미래자치학교는 2019년에 교육청이 혁신학교 중 8개 학교를 지정해서 일종의 프론티어 학교로 운영하면서 교육공동체에 의한 자치학교로 성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천초는 19개 학급으로 372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4년 동안의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아이들은 행복하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학교라고 할까요? 공모 조건에 지금의 혁신학교를 잘 이어받아서 운영할 교장을 원한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학년 중심 운영이 잘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천초는 공간 혁신을 통해서 아이들이 더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교장실, 교무실 등에 아이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간감을 더 주기 위해 꿈오름길을 만들었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짚라인도 설치했더군요.
Q. 내부공모형 교장 선생님으로서 기존 교장 선생님들과의 차별 전략은 무엇인가요?
A. 일반학교든 혁신학교든 모두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니면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학교이어야 하겠지요. 저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특히 혁신학교의 선순환 구조에 의한 선생님들의 자율적인 집단지성을 믿습니다. 학교장이 할 일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전략적 변화의 구조를 만들어 드리는 것입니다. 학생이나 교사의 학습과 실천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공간, 시간, 절차 등의 구조를 조정해야 합니다. 지속적 변화는 선생님들의 학습공동체에서 공동학습과 공동실천을 통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략적 변화와 지속적 변화가 이어지는 피드백 순환 고리가 꾸준히 작동하도록 해야겠지요. 이러한 순환 고리에 들어 있는 것이 공유와 나눔을 위한 회의문화 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학년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서 학년 자율운영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저만의 특별한 전략이 아니라 이미 많은 혁신학교에서 ‘스몰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동 학년이 학년의 업무를 수행하는 단위만이 아니라 학년 학생들의 특성과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에 집중하여야 하기 때문에 학년 단위의 교원학습공동체(전문학습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할 것입니다.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미래 교육의 방점은 무엇입니까?
A. 미래 교육의 방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성입니다. 미래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기존의 지식으로는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죠. 미래의 변화에 반응하려면 어쨌든 새로운 지식이나 예측할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미래가 발전하기는 하는데 과연 인류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가 지금보다 인류 생존의 문제가 더 심각할 테니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기존의 지식만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지요. 학교 여건에 맞는 혁신학교 모델을 협의하고 학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에 대해 필요한 지식이나 태도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형성하고 발전시켜나갈 교원학습공동체가 중요한 지점입니다. 교사들도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Q. 교육 자치와 학교자치 문화의 정착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내부공모형 교장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최근에 경기도에서 자기 학교에 공모하는 정책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처럼 적어도 3년은 공모학교에 근무하지 않아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진정한 학교자치는 그 학교의 교육공동체가 그 학교에 근무하든 안 하든 제한 없이 교장을 뽑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나 교감들이 지원할 수 없게 만들면서 내부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학교의 내외부를 구분하지 않으면 내부의 교원들이 유리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만큼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 중에서 교장을 뽑는 것이, 서로의 적응과정을 줄이면서 학교자치를 실현하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소모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인기에 영합할 수도 있죠. 그러나 교육공동체는 알 겁니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그렇게 믿고 자기 학교의 교원을 포함한 내부형 공모제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교장선출보직제의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진정한 학교자치를 위해서는 지금의 내부공모형 교장제가 그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학교 교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학교장 책임경영과 학교자치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데 학교자치를 위해 염두에 두고 계신 바는 무엇인가요?
A. 학교의 교육공동체는 교원, 학생, 학부모로 이루어진다고 하죠. 교원들의 협의체인 교원회의(또는 교직원회의), 학생회, 학부모회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학생회, 학부모회의에서 자체 활동을 위해 결정한 것은 그대로 존중해주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되는 것은 교원회의를 통해서 한번 더 검토한 후 수용해야 할 겁니다.
저는 교육청이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을 위해 학교로 권한을 위임(혹은 이양)한 것은 매뉴얼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상황에 적합하게 수정해서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을 학교에 적합하게 수정하려면 사실 깊은 철학적 사유, 또는 학습이 필요한데, 이는 학습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교원학습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학교자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Q. 혹시 내부공모형 교장이 되고 싶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동료나 후배 교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A. 우선 학교의 현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어서 강화시키거나 보완시킬 것을 파악해야겠죠. 해당 학교의 학교교육계획을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교육청의 정책에 대하여 그 의미를 알고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생각해두면 좋을 듯합니다. 교육청의 정책은 주요업무계획이나 초중등사업안내 등으로 배부되는 책자나 PDF를 참고합니다.
혁신학교의 철학이나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지 질문하기도 합니다. 많이 경험한 것 같은데, 말로 정리하려면 힘들죠. 교사로서의 비전이 아닌 교장으로서 비전과 그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교육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은평구 초등학교에서 화재 발생 시 학생 안전 대피 훈련이 숙달되어서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된 사건’을 보고, 예산 부족시 학교 안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나 학교장으로서 계획한 화재 대비 방안 등을 평소에 생각해보면 좋겠지요.
교육청에서 나오는 각종 매뉴얼도 개요와 그에 대한 생각, 학교에 적용할 때 교장으로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공동체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학부모의 문제 제기에 대한 처리, 특히 교사를 불신할 때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학교의 방향과 달리 가려는 교사에 대한 대안 등도 말할 수 있어야겠죠.
중요한 것은 교장으로서의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학교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사실 새넷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오래 되었죠. 2005년경부터 서울새로운학교 연구모임을 하고 있었고, 2009년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을 하면서 새로운학교분과장을 겸했었거든요. 이때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준비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경기도 혁신학교의 출범과정을 지켜보았고,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드는 데도 도움을 받았죠.
Q. 마지막으로 전국 및 지역 새학교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A. 서울의 현황이 여의치 않아서 개인적으로도 잘 참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하면서도 보내주는 소식을 잘 보고 있습니다. 각각의 단위에서 열심히 하고 있을 선생님들께 응원 드리면서 서울에서도 곧 좋은 소식을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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