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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Feb 04. 2020

수능 중심의 정시확대가 공정성 강화인가?

포럼 & 이슈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2019년 교육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사립유치원 문제에서 시작된 ‘교육의 공공성’과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을 계기로 촉발된 ‘교육의 공정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후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부모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입시’에 있어서는 결과의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대학 입시’에 있어서 평범한 부모와 학생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거나 알지도 못했던 ‘그들만의 리그-상류층의 입시전략과 사회자본’이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각종 언론에서는 현행 대학 입시제도의 복잡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수시 전형이 마치 상류층에 유리한 금수저 전형인 것으로 포장하며 수능 확대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것처럼 여론을 움직였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에 2023년까지 정시 비중 40% 이상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대학 입시제도는 수십 년 동안 변화하면서 ‘공정성’이란 잣대 앞에 늘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번 발표 역시 이러한 논란의 연장선이며 일부에서는 정시확대의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정부가 16개 대학을 선정해 수능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권장한 것은 학교 문화를 수능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되돌린 “우리 교육의 퇴행이며 미래 교육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학 수시 전형은 1997년 대학생 선발 평가방법을 시험에서 전형으로 전환하여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제도의 개발을 유도하고 정원 및 학사운영 자율화와 연계하여 연중 수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금까지 변화해 왔다. 지난 20년간 수시 전형이 도입되어 지금까지 변화해 온 과정에서 왜 수시 전형이 도입되어 발전해 왔을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1998년 발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 언급하며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1)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의 문제점

가. ‘우수학생’에 대한 편협한 인식의 팽배
대학 최우선의 과제를 ‘우수학생 유치’에 두고 ‘우수학생’이라는 개념이 학업성적 우수자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은 학업성적이 주류를 이루는 입학전형 방식의 틀에 묶이고 있다. 우수학생에 대한 편협한 인식은 수많은 교육 개선 정책과 개선을 무력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력을 고착화한 근본 원인이다.

나.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성 미흡

다. 학생선발을 위한 평가 기준 및 도구의 다양성 부족
수능과 교과 중심의 학생생활기록부와 같은 학력 위주의 전형자료를 주 평가 기준으로 삼아 학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특수한 능력이나 특기가 있다고 할지라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라. 전형자료 자체의 문제점
몇몇 교과에 국한된 시험인 대입 수능 성적이 대학의 합격선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입시 준비 교육과 과열 과외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생활기록부는 여전히 교과별 성적이 주 전형자료로 활용될 뿐 비교과 활동의 평가결과 활용이 미흡,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할 고교평가 활동이 선발목적으로 예속, 내신성적 산출을 위한 학교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및 책임감 부족 등의 문제점이 있다.

마. 대입 전형 관련 정보제공 및 관리 불충실
대학은 대입 전형의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며 보다 공정한 전형 관리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를 지녔으나 대체로 모집 요강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진학·진로지도, 교수-학습활동 지도, 대학의 특성 안내 등의 정보서비스가 미흡하다.

 2) 문제점에 대한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의 개선 방향

 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고교교육 정상화 기능을 강화
 나. 대학의 특성적 발전 방향에 따라 선발기준과 전형방식을 다양화하여 적격자 선발기능을 제고
 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의 대학 선택권을 보장 : 필답고사의 결과만을 활용하는
       입학시험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선발 기준과 전형방식의 다양화를 기함
 라. 선발의 공공성, 교육의 기회균등 및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정책이념과 일관성 유지 


결론을 말하자면 ‘대학입학 전형은 다양해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입학 전형이 다양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교육이 그동안 성적을 중심으로 한 ‘한 줄 세우기 교육’이었다면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특성을 계발하고 인정하기 위한 ‘여러 줄세우기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1세기는 탈규격화, 다양화, 전문화의 사회적 특성이 있다. 인간의 능력 또한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이며 복잡하다. 대학 역시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이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화된 사회와 인간,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대학을 전제로 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고 볼 때 과연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 우수한 학생’인가?, 다양한 사회적 특성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성장 배경과 학습 환경도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로 줄 세우기를 한다면 그것은 또한 공정한가? 단 하루의 시험으로 그 학생을 온전하게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그것은 가능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수시 전형이 생긴 것이다. 


수시 전형은 전체적인 학과 성적이나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도 특별전형, 사회통합 전형, 그 밖의 다양한 전형을 통해 많은 특기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으며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전형 탓에 전형 방법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일부 특권층과 상류층에서 돈으로 해결하는 도 넘는 스펙 쌓기-인턴 참여, 논문 참여 등-등이 부작용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교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수능 중심의 정시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공정성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에 따라 이것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시확대’ 정책이 발표된 후 2019년 11월과 12월의 뉴스 기사에서는 ‘정시확대……대치·목동 명문학군 전세 품귀’, ‘정시확대, 특목고 폐지에 대치동·목동 전셋값 들썩’, ‘강남 전셋값 요동, 대치동 전세 1억 올라’, ‘대입 정시 수능 비율 확대 발표에 사교육 시장 주가 상승’이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띄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우리 아이들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미래의 사회를 살아갈 사람들이다.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더라도 국, 영, 수 문제를 빨리 잘 푸는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AI가 못하는 일을 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8월 숙명여대에서 특강을 한 조 벽 교수의 말을 통해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버드는 학생을 선발할 때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자생력을 갖춘 야생화 같은 존재인가?, 다른 학생과 식사, 공부, 팀 활동을 하고 싶은가?, 대학과 학생들에게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즉, 공여자가 될 수 있는가?를 보는 반면, 한국은 초, 중, 고 교육에서 오로지 Taker를 키우기만 하죠. 한국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는 입시 유형, 선발절차만 소개되어 있지 어떤 사람을 선발하겠다는 원칙이 보이지 않아요.”


어떤 학생에게는 수시가 공정할 수도 있고, 어떤 학생에게는 수능 중심의 정시가 공정할 수도 있다. 공정성의 문제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대학 입시의 문제는 공정성의 문제보다도 대학 입시에서의 공정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담보 잡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바라보는 우리는 아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아이들이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고 펼칠 수 있도록 대학 입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찾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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