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류현주_부산배화학교
부산배화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부산 새넷 류현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경력 23년 된 초등교사입니다. 올해 부산배화학교로 전근 와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반은 1학기에는 5명이었다가 1명이 전학 가서 현재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현재 재직 중이신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 말씀해 주세요.
A. 우리 학교는 특수학교로 지적장애, 청각장애 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학교 이름에 초, 중, 고 등급이 없는 이유는 영아·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전공이 초등 특수여서 초등 1학년 학급 담임을 맡은 거고요. 전교생 수는 84명인데 각 학년이 한 반 또는 두 반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치·초·중등교사, 교직원까지 모두 75명입니다. 이전에는 부산혜성학교에 근무했는데 거기는 교사만 70명이고, 특수학교로는 처음으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공모형 혁신학교였어요. 거기서 4년간 혁신부장을 맡았었어요. 근데 여기는 일반 학교예요.
Q.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키워주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아이들이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교사들은 특수 아이들은 결핍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들한테 생각이나 느낌을 물어보거나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제 교실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특수 아이들은 크레파스를 주면 그걸 흩뜨리거나 던지거나 합니다. 그 아이들이 행동상의 성향 때문에 애초에 색깔을 결정해서 나눠주는 게 일반적인데 이 모든 것을 허용하는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을 저는 택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아이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살아갈 힘이 생길 테니까요.
Q. 아이들의 올바른 선택을 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A. 특수교육은 학습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가서 깃발을 뽑아야 달성되는 교육이 아니에요. 꼭짓점 도달이 목표가 아니라 거기까지의 한 과정 한 과정 그 자체가 매우 유의미한 교육목표라는 겁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는 질문은 특수교육 분야를 전혀 모르는 말이에요. 무심코 지나치면 눈치 못 챌 미묘한 변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어제까지는 교사와 전혀 눈을 맞추지 못하던 아이가 오늘 문득 고개를 들어 선생님과 눈을 맞추면 그것이 그 아이한테는 새로운 경험이고, 교사는 그 새로운 경험을 알아차리고 아이가 자신이 경험한 그 새로운 눈 맞춤의 경험을 늘려갈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인 것입니다.
Q. 통합학급 선생님이 특수학생을 교육할 때 필요한 조언이 있을까요?
A. 특수 교사가 특수아동을 교육하는 특별한 테크닉이나 기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특수교육에 대한 오해에요. 사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처럼 사나운 개를 길들이듯이 훈련적 관점에서 특수교육이 발전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특수교육에 대한 훈련적 인식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행동수정의 관점이나 프로그램은 교실에서 사라져야 할 망령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스키너의 이론이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통합학급 선생님이 특수학생을 지도하다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특수 교사와 그 아이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같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속도나 관점이 문제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을 대하는 길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어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거든요.
Q. 선생님의 수업 철학과 수업 방법을 말씀해 주세요.
A. 제 수업 철학은 ‘우리 아이들을 존재 그대로 보자.’입니다. 얼마 전에 한 어머니가 “우리 애가 자꾸 의자를 뒤집으면서 노는데 이게 장애 때문일까요?”라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우석이가 1학년인데 3학년 때까지 그러지 않는다에 제 손목을 걸어요.”라고 답했어요. 그러고는 어머니랑 한바탕 크게 웃었어요, 아이의 장애는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기엔 장애의 무게가 너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장애로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게 장애로 보입니다. 그것이 그 시기에 필요한 놀이일 뿐. 아이를 존재로 보면 그 아이가 그 물건에 흥미를 느꼈는지, 갖고 놀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그 아이의 존재가 보이는데 아이의 모든 행동을 장애로 규정하면 평생 장애인으로만 살게 되니까요. 우리가 황인종, 흑인, 백인으로 살지 않는 것이 당연하듯이 장애 또한 심플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수업은 목요일 아침마다 1학년 담임교사 2명과 전담 선생님 2분 이렇게 네 명이 교과 모임을 만들어 통합교과에 대해 논의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해요. 그 결과물로 배움 마인드맵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어요. 최소한 1학년 아이들에게 같은 배움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감기는 안돼요’라는 주제를 정하면 바른생활은 ‘기침 예절’, 즐거운 생활은 ‘모과차 나누기’ 슬기로운 생활은 ‘마스크 만들기’, ‘털실 놀이’를 하고 동아리 활동에서는 ‘솔방울 농구’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겁니다. 성취기준 중심 주제융합형 교과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지요.
Q. 한 해를 돌아볼 때 올해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A.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우선 머릿속에 구상한 학교 만들기를 위해 뜻을 같이할 사람을 계속 섭외하고 있다는 거예요. 업무가 시상과 홍보업무 정도여서 어쨌든 이전 학교에 비해 하는 일이 없는데 그렇게 생긴 여유 시간에 수업을 고민하다 보니 수업이 튼실해진 것도 보람 있는 일이고요. 대안 평가를 해보았는데 아이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누가 기록하고, 성취기준마다 성장의 내용을 적어서 한 아이당 열 장 정도의 성장기록장을 만들어 가정으로 보낸 것도 보람 있었네요. 그러면서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기억해내야 하는구나. 그래서 기록과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공유해야 함을 깨달았어요. 성장기록장을 읽은 한 부모님이 선생님께서 내 아이를 그렇게 자세하게 살펴보는지 몰랐고, 선생님이 기록한 한 줄 한 줄을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어요. 내년에는 선생님의 교육을 지원하는 지원군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사실 제가 학교에서 꿈꾸는 것이 있는데 같이 해보실래요? 하고 살짝 말씀드렸어요. (웃음)
Q. 2020학년도 선생님의 비전이나 목표 또는 계획은 무엇입니까?
A. 비전은 작은 계단을 만드는 거(웃음), 그래서 이 학교를 나갈 때는 부산배화학교도 혁신학교로 만들고 싶어요.(웃음) 이전 학교에서 “네가 교장이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거든요.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작은 얘기를 해도 큰 파도가 일어나므로,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그래서 이 학교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동료 교사 간 서열이나, 계층을 나대지 않고 부수고 싶어요. (웃음) 그리고 내년에는 학년군도 만들어서 교육과정을 운영해보자는 마음도 있어요. 국가교육과정에 버젓이 존재하는 학년군이 우리 학교에서는 고민될 기회조차 없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똑같은 현장학습을 가는 게 문제가 있다는 의식조차 못하는 학교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교육적 관행들을 하나씩 빼내는 작업을 할 겁니다.
Q. 선생님 말씀 듣다보니 정말 교장선생님 마인드를 갖고 계신 듯한데요?
사실, 혁신학교에서 4년간 혁신부장을 하면서도 승진 가산점을 챙긴 적이 없어요. 그리고 공공연히 나는 승진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근데 최근에 일반 학교로 옮기면서 예전에 겪었던 과거 교직 사회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접하니 학교에 좋은 관리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삶이 과연 맞을까? 좋은 관리자가 오면 좋은 교사로 살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옳은 걸까? 내가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이 내가 바라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내가 관리자 돼서 교사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더 후배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등의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현재 부산 혁신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A. 부산 혁신 교육은 사실 딜레마가 많은 것 같아요. 경기도 같은 경우는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 정책과 그에 맞는 인적 인프라가 재생산되고 보완이 되는 듯한데 아직 부산은 혁신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원인을 찾자면 부산이 보수적이고 낯선 정책을 꺼리는 분위기가 첫째고, 혁신의 일반화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교육청의 태도가 둘째이며 학교 현장에서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혁신 업무는 떠맡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도 이유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혁신 교육을 추진하고 이끌만한 사람들이 재생산되지 않아요. 그것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게 부산 혁신 교육의 과제인 것 같아요.
Q.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저는 혜성학교가 2015년도에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그 전부터 새학교네트워크 연수에 참여하시던 선생님이 혁신부장을 하려면 새넷에 가입해야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때 새넷 연수는 정말 좋았어요. 새넷 연수에서 배운 것을 한 학기 동안 바로 활용하고, 정말 너무 많은 도움과 지지를 받은 셈이에요. 새넷이 없었으면 혁신학교를 운영할 방향을 잡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새넷 연수에 참석하면 한 글자라도 더 들으려고 미친 듯이 노력했고, 우리 학교 문제를 해결할 키워드를 놓칠세라 연수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때 스쿨디자인이라는 말이 참 놀라웠던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 새넷 샘들은 학교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정말 존경스럽더라고요. 다른 샘들도 새넷 연수에 참석해서 저처럼 감동과 성장을 함께 일궜으면 좋겠어요.
Q. 부산 새학교네트워크의 자랑거리는 무엇입니까?
A. 저는 부산 새학교네트워크에서 사무국장을 하다가 올해에는 총무를 맡고 있어요. 자랑인지 잘 모르겠는데 부산 새넷 식구들은 모두 서로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늘 서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노라면결핍된 부분들이 퍼즐 조각처럼 하나로 맞춰지는 기분을 느껴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운영위가 열릴 때마다 16명의 운영위원들이 모두 모이지는 못하지만, 함께 하면 퍼즐이 맞춰져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있어요.
Q. 부산 새넷이 최근 워크숍에서 비전을 설정하고 100 댓글 이벤트를 즐거이 진행하는 것도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부산 새넷의 에너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희 운영위에서 비전은 올해 만들자고 결정했어요. 원래는 모든 회원이 모여서 함께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 맞는데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어서 운영위원들이 비전을 만들고 이를 밴드에 공유해서 비전을 승인받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회원들에게 참여의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뜻에서 100댓글 이벤트를 열었어요. 비록 70 댓글에서 멈췄으나 댓글을 달지 않은 많은 회원도 비전을 공유했으리라 믿고 싶어요. 이런 작은 관계망을 확대해 가는 것이 부산 새넷의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해요.
Q.마지막으로 전국 및 지역 새학교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A. 새넷은 앞으로도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교육은 늘 살아서 변화하는 유기체임을 알고 교육의 변화에 대해 겁내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새넷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는 글 _ 새넷 2019 Winter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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