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수원중학교 강문영 선생님
남수원중학교 선생님들에게 있어서 2020년은 무척 설레는 해였다.
그 이유는 다수의 학교가 이미 탑승한 혁신의 버스를 세워 올라탄 첫해였기 때문이었다. 1월 중순에 실시한 3박 4일의 혁신역량 강화 연수에서 그간 혁신공감학교로서 다져온 우리 학교의 교육 비전을 발표하자 참석한 다른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찬사를 들은 터라 우리는 이미 혁신이 준비된 학교라는 자부심이 들어 더욱 격양되어 있었다. 그리고 2019년 남수원중학교의 즐거웠던 일상의 사진을 엮어 만든 학사 달력도 야심 차게 준비했다. 기쁘게 받아볼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꿈꾸며.
이런 설렘은 3월 9일까지 개학을 연기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조금씩 무너졌다.
1월 말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은 느껴졌다. 2월이면 늘 있는 아쉬운 작별의 자리마저도 자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으니 말이다. 첫 개학연기 발표 때에만 해도 우리는 침착함을 잃지는 않았다. 서둘러 일주일 근무조를 편성하고, 3월 9일 개학 날부터 코로나19 감염병 차단을 위한 등교 시간 교문 발열 체크를 위해 부장과 비담임 교사를 중심으로 5월 말까지 순번을 정하고, 지각생에 대한 담임교사의 발열 체크, 학급별 손소독제 및 교실소독 분무기와 손걸레 5장씩 배부, 보건교사의 역할과 일시적 관찰실 지정, 외부인 출입 통제를 위한 학생 등교 후 동문 및 중앙현관 폐쇄 건과 외부인 발열 체크와 방문일지를 관리할 담당자 선정 등에 대해 차근차근 협의하였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일주일 후면 이루어지리라 여겨졌다.
그러나 3월 23일까지 추가 개학연기가 되었다.
31번째 확진자 등장 이후 대구에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전국 확산의 가능성이 매우 커지면서 국가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3월 23일까지로 추가 개학연기 발표가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91 감염병 관련 문건에는 코로나 91에 감염되는 공무원은 문책하겠다는 경고성 문구가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 91 감염병과 관련한 모든 교육적 대응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저 높은 곳에서 발사한 수천 개의 화살처럼 상명하달의 명령조로 내리꽂혔다. 우리는 숨 가쁘게 하루에도 서너 개 발송되는 긴급 공문의 지침을 따라야 했다.
교육적 유의미함이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다.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해 온라인 학습을 실시할 것이라는 교육부의 발표에 맞춰 교사들마저도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원격연수가 클릭질에 머무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온라인 학습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호르몬이 들끓어 교실에서도 10분 집중하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온라인 학습을 독려해야 했다. 누군가는 미래 교육이 일찍 시작된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미래 교육인가? 하는 의문도 사치였다. 아무튼 우리는 새삼스레 ‘교육 방송’을 살펴보고, ‘중등학교가자 ’등 관련 사이트를 뒤져야 했다. 학부모들에게 온라인 학습안내 문자를 보내자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꼭 봐야 하느냐? 애가 말을 안 듣는데 어떡하냐? 이것이 수행평가냐?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등. 우리는 아이들에게 독려는 하되 강요하지는 마시라. 온라인 과제는 절대로 수행평가가 아니다 등 또 다른 진땀 나는 답변을 해야 했다.
만남을 잠시 미루는 것이라 여겼지만 기약 없는 사태에 담임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 상담을 시작했으며 밴드다, 카톡이다, 구글 클래스룸에 아이엠스쿨까지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온갖 라인은 총동원되었다. 매일 건강 상태와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 여부와 자기주도학습 상황을 묻고 답변을 듣고 있다. 어떤 선생님은 전화 상담을 자주하다 보니 저절로 가정 상황을 더 속속들이 잘 알게 되었다는 장점을 찾기도 했다.
3차 개학연기 발표 이후 부쩍 늘어난 공문은 교육공무원 복무지침 관련 건이다. 교사들은 놀면서 월급 받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대응으로 교사들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변화하는 학사일정에 방학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교사들이 놀고먹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41조 연수가 아닌 재택근무라는 생소한 업무 상황에서 교사들이 한시라도 딴짓을 할까 봐 갈수록 더욱 복무지침이 정교화되었다. 재택근무이기에 외출할 때는 외출이나 조퇴를 달아야 하고, 집에서 근무하는 것이니 메신저는 늘 빨간불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원격업무시스템에 접속하여 관련 공문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교사는 놀고먹는 사회악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순응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아픔은 그리운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전 교직원 근무일에 학교에 덩그러니 앉아 각자 근무를 하다가 한 선생님이 이렇게 오랫동안 온종일 모두가 수업하지 않고 앉아서 근무만 하니 너무 낯설고 이상하다고 말하자 너도나도 “맞아, 맞아!”라며 공감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3월 2일 입학식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나 어우러지며 수업하고,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때로는 실랑이도 하며 정신없이 지나가던 그 바쁜 3월의 풍경이 눈물 나게 그리운 요즘이다. 이제 아이들은 4월이 돼야 볼 수 있다. 아니, 볼 수는 있을까? 텅 빈 학교 교정을 오가는데 아이들이 없는 학교가 마치 아이들이 사라져 겨울만 계속되던 거인의 정원처럼 여겨졌다.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이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다고. 어서 빨리 수업하고 싶다고.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가 살아 숨을 쉰다고.
들어가는 글_새넷 2020 특별호
1. "우리집에 ON 우리반", 경기 대덕초등학교 구자혜 선생님
2. "교사로서, 내 삶의 주인으로서", 부산 금성초등학교 백점단 교장선생님
3.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다." ,경기 남수원중학교 강문영 선생님
4. "만나진 못해도 연대는 합시다.", 강원 옥천초 운산분교 박민석 선생님
5.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우리는", 경기 선행초등학교 유향우 교감선생님
6. "담임교사인 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제주새넷 이문식 선생님
7. "경기새넷 희망백신", 경기새넷 김명희 선생님
8. "충남교사 지혜모으기", 충남 우강초등학교 김대현 선생님
9. "코로나19로 인한 돌봄상황과 온라인학습에 대한 의견", 서울 상천초 이준범 교장선생님
10. "새로운학교네트워크 휴업일지", 새로운학교지원센터
2019년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