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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Mar 20. 2020

우리 집에 ON 우리반

경기 대덕초등학교 구자혜 선생님


우리가 지금 하는건 그런거 같아요. 뭐 얼마나 공부하겠어요^^;;; 그저 얼굴도 잘 모르지만 우리반이라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들 한명 한명 연결끈을 만들며 선생님이 너희들과 함께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마음을 전해주는 정도면 충분할듯해요

집앞에 피아노선생님이 학습지와 피아노책 그리고 편지를 두고 가셨어요.  일일이 아이들 집을 다니며 현관문에 걸어두고 문자로 연락 남기고 가셨지요.  주말동안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음악 학습지 꾸러미를 보며 선생님의 고민과 애씀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혼자 울컥해서 다움이한테 피아노 샘이 보낸거 봤냐니까 시큰둥해요--"
학습지도 안하고 연습할 생각도 없어 보여요.  저도 시킬 생각도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과 연결끈을 놓지 않으려는 선생님 마음이 전해져 고마워요. 
우리가 지금 하는건 그런거 같아요.  뭐 얼마나 공부하겠어요^^;;; 
그저 얼굴도 잘 모르지만 우리반이라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들 한명 한명 연결끈을 만들며 선생님이 너희들과 함께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마음을 전해주는 정도면 충분할듯해요^^ 
경력 1년이나 20년이나 모두에게 처음인 3월 휴업이라 함께 서툴러요.. 그리고 함께 배우네요. 


3월 9일 학급별 온라인 교육활동 시작 첫날. 

늦은 저녁 선생님 한분이 너무 힘들다며 온라인 학습을 꼭 해야하는지 단톡방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해 우리 학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희망과 두려움을 함께 가져온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준비하고 조금 더 먼저하고, 결국 조금 더 많은걸 했다.    

대덕은 2월 교육과정 워크숍 마지막에 1박 2일로 마음열기 워크숍을 간다. 그 시간을 통해 교사로서 좀 더 깊은 이야기와 구성원간의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왔다. 올해 마음열기 워크숍 전날, 변함없이 교육과정 워크숍을 끝내는데 보건선생님이 걱정스레 확진자가 열명이 넘게 나왔다는 뉴스를 전하셨다.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날이 며칠 연속되어 큰 걱정 없던 시기였다. 숙소 예약은 물론 장도 다 봐서 차에 한가득 실어 놓았는데.. 상황을 알아보고 논의를 한 결과 숙박 워크숍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학교에서 남은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것으로 올해 마음열기 워크숍을 아쉽게 끝냈다. 

코로나19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매일 발표되는 숫자가 놀라웠고, 갑자기 전개되는 긴박한 확산 소식이 그랬다. 곧 개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사상초유의 전국 초중고 개학 연기가 결정됐다. 

우리는 당장 3월 첫째날, 담임과 학급이 어떻게 만날 것인지부터 논의했다. 개학이 일주일 연기되는 것이 방학이 일주일 더 늘어난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교사로 살아온 날들 속에 3월 첫주는 기대와 설렘의 첫 만남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는지도 모르겠다. 첫날 학부모와 전화 통화로 인사 나누는 것에 모두 쉽게 동의했고 - 오히려 28일에 미리 전화해서 개학연기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줄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 휴업기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학급안내로 학교와 학급에서의 소속감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개학날 종이로 취합하던 정보제공활용동의서나 각종 신청서는 말하기 무섭게 손이 빠른 교장선생님이 구글문서로 척척 만들어 일을 쉽게 해주셨다. 

그리고 이 날, 우리는 (대덕에서의 새날을 축하하는) 떡꾹을 끓여 먹었다.     

오히려 28일에 미리 전화해서 개학연기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줄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마음열기 워크숍에서 찐하게 마음을 열고 다음날 아침에 ‘대덕에서의 새날을 축하한다’며 끓여주던 떡국이 몇 년 사이 흐지부지 사라졌었다. 대덕의 문화를 아끼는 자칭 대덕쟁이들은 올해 다시 시작해보자며 장을 볼 때 떡국 재료를 샀고, 야심차게 ‘대덕의 새날’을 준비했건만.. 기약없이 취소된 마음열기 워크숍으로 새날 떡국도 기약없이 냉장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개학 연기로 급히 모여 협의한 그 날, 우리는 모두 함께 떡국을 끓여 먹었다. 큰 냄비를 가져가 떡국을 끓여 먹은 후로 코펠, 후라이팬, 압력밥솥.. 자꾸 살림살이들이 학교로 옮겨진다. 시켜먹는 것은 한계가 있고, 나가서 먹는 것은 시기상 어렵고. 그러다보니 누군가는 쌀을 가져오고, 밥솥을 들고 오고, 철판을 가져오고, 함께 먹을 음식을 챙겨오며 그렇게 3월 휴업 기간을 보내며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어 간다.  

             

3월 첫 날, 우리반 각 가정에 전화를 하면서 학부모님과 인사하고 휴업일에 아이들이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는지 일일이 파악을 하고 나니, 또 다시 개학이 2주일 연기된다는 발표가 났다. 일주일이면 그저 건강하게 잘 놀고 만나자로 충분했는데, 3주 동안 휴업이라면 교육활동 안내가 필요하다. 

저녁 무렵 발표를 듣고 학교에 있던 몇몇이 협의해서 바로 구글 클래스룸 강사를 섭외하고 다음날 연수를 준비했다. 실시간 화상회의처럼 각자 교실과 자택 등에서 접속하여 구글 클래스룸을 만들어 활용하는 실습을 해보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시기이기에 함께 모여서 연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장소에서 접속해서 상호교류하며 실습하는 방식이었다. 학교에서는 접속이 안돼서 퇴근후로 다시 강의를 잡았고, 늦은 저녁 두 시간이 넘게 학교 선생님들과 화상으로 연결되어 함께 배우는 것은 몸은 힘들었지만 우리안에 공통된 연결고리가 하나 더 만들어진 기분이었다.      

다음날 온라인 학습안내에 대한 협의를 통해 학년군별 특성에 맞게 진행하고, 주간계획을 작성하여 공유 안내하기로 했다. 학년별 교육활동 공유를 통해 위계를 조정해 보자는 것이다. 저학년은 기본생활습관과 우리놀이, 그림책 읽기 등 일상 속에서 건강한 삶을 살며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안내하고, 고학년은 다양한 학습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참여하고 제출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3월 첫주는 연장된 휴업기간의 온라인 교육활동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고, 우리는 그 짧은 순간 열심히 배우고 시도하고 협의하고 독려하며 조성하였다.         

      


다시 3월 9일 학급별 온라인 교육활동 시작 첫 날.

우리반 온라인 게시판에 항목별로 자세히 활동을 안내해주다 보니 내용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공책은 있을까, 실뜨기할 실은 있나 걱정도 된다. 학습환경과 준비물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참여해 달라고 썼다. 개학하면 수업일수 그대로 운영될 것이기에 휴업기간의 활동은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안내만 하기로 했는데, 그러기에는 활동 내용이 조금 아깝기도 했다. 하루 운영해보니 문제점이 보이는데 왜 진작 고려하지 못했는지 답답했다. 퇴근길에 4학년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이렇게 해야할 활동만 안내하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통화라도 한번씩 하는게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나눴다. 

이 날 저녁, 온라인 교육활동에 대한 회의적인 글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2월 교육과정 워크숍부터 열심히 참여하며 애써온 신규선생님 모습이 떠올랐다. 온라인 교육활동도 재미있는 과제를 하나씩 넣어주며 정성껏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 시작한 날, 학생들도 학부모도 모두 낯설기만 할텐데 많이 힘들었겠다. 옆 교실이면 좀 더 도움이 되었을까.

서로 다른 학급 상황을 공유하자는 제안으로 서로가 서로의 온라인 학급 커뮤니티에 초대받아 참여하기 시작했다실제로 다른 학급에서 진행되는 교육활동을 보는 것은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일상적 수업공개와 같이 서로의 학급에서 무슨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학년은 학생들이 본인 핸드폰을 사용하기에 과제에 대한 직접 참여가 많았다. 저학년은 직장에 출근한 부모님 핸드폰에 과제가 제시되므로 학생들에게 접근성은 낮다. 지체없이 학생들의 과제 접근성과 활용성을 조사하고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다. 

신규샘이나 우리나 3월 휴업은 처음이라 함께 서툴다. 그래도 혼자 헤매지 않고 온라인이든 옆 교실이든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동료가 있어서 함께 배운다.     


 신규샘이나 우리나 3월 휴업은 처음이라 함께 서툴다. 그래도 혼자 헤매지 않고 온라인이든 옆 교실이든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동료가 있어서 함께 배운다


또 개학이 2주 연기되었다. 

교육활동에 대한 방향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는 자율적 참여에서 적극적 상호작용을 통한 교수학습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온라인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활동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기에, 교육활동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각 가정에 보내주기로 했다. 고학년의 경우는 스마트 기기 활용 지원과 온작품읽기 책, 글쓰기 공책을 기본 구성으로 하고, 저학년은 그림책과 동시집, 짧은글쓰기 공책, 공깃돌과 같은 놀잇감 등을 기본 구성으로, 이번 주 중으로 가정에 보낼 학습준비물을 갖추고 있다.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합의안을 만들고 학부모와 통화하며 교육환경과 실행 가능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통화하며 선생님과 만날 때까지 즐겁게 참여하기로 약속도 한다. 선생님 얼굴이 궁금하다며 영상통화를 제안하는 아이도 있다. 

대덕의 온라인 교육활동은 온라인 학습컨텐츠를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닌 온라인이 교사와 학생의 소통 창구로서 활용되는 것으로,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한방향 안내가 아닌 개별 학생과 만나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다. 이번 온라인 교육활동에는 과학전담 선생님도 함께한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식물의 한 살이 관찰 키트로 강낭콩 기르기를 구입하여 준비 중이다. 1,2학년은 필드 루페를 하나씩 보내주기로 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면 나눌수록 아이들에게 보낼 「우리 집에 온 우리 반」상자에 담을 것이 자꾸 늘어간다.          

창 밖 운동장에는 산수유도 피고 매화꽃도 피는데, 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아직도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오늘 퇴근길에 1학년 선생님과 화원에 들렸다. 

아이들 집 앞에 「우리 집에 온 2학년 우리 반」상자와  “봄” 도 하나 놓아둘 생각이다. 

    -2020. 3. 18. -              



# 에필로그      


우리 반 아이가 어느 동네에서 사는지도 알겸 담임이 직접 문앞에 놓고 오는 방식으로 계획했으나, 

아이들을 만나고 오는 것도 아닌 비대면으로 놓고 오는 것이기에 지역을 나눠 배송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각 반 아이들을 지역별로 나누고 각각 맡은 지역 물품을 챙겨서 출발~!

계획은 간단했으나.. 실상은 이리뛰고 저리뛰고 출발 시간은 자꾸 지연되어 진땀이 났다. 

같은 시간에 출발해야 하기에 먼저 끝낸 선생님들과 비담임교사들이 손을 보태며 함께 했다. 

교장선생님은 각 교실 작업을 도우며 아이들 가방에 슬쩍슬쩍 간식류를 넣고 다니셨다. 뭐라도 더 담아 보내고 싶은 마음은 모두 다 똑같은가보다. 사서선생님은 1,2학년 그림책과 동시집을 챙겨주셨고 보건선생님은 가방 안에 화분을 정성스레 넣어주시며 배송하는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가져갈 수 있게 도우셨다. 지원실에서도 각반에서 지역별 분류되어 나온 가방들을 해당 샘들 차에 실을 수 있게 도우며 잘 아는 지역은 배송지 순서도 챙겨주셨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정신없이 차에 가득 싣고 학년군별 팀을 이루어 출발했다. 

긴박하게 협의해서 진행하는 상황이라 아쉬운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있지만, 집집마다 가방을 놓으며 기뻐할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피곤함이 점점 흐믓함으로 변해갔다. 배송 다니는 중에 선물 꾸러미 같은 학습준비물을 받고 아이가 너무 기뻐한다는 감사 문자도 왔다. 배송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물론 산타의 즐거움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교는 여전히 휴업 기간이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할 다음 주가 기대된다              



들어가는 글_새넷 2020 특별호


1. "우리집에 ON 우리반", 경기 대덕초등학교 구자혜 선생님


2. "교사로서, 내 삶의 주인으로서", 부산 금성초등학교 백점단 교장선생님


3.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다." ,경기 남수원중학교 강문영 선생님


4. "만나진 못해도 연대는 합시다.", 강원 옥천초 운산분교 박민석 선생님


5.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우리는", 경기 선행초등학교 유향우 교감선생님


6. "담임교사인 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제주새넷 이문식 선생님


7. "경기새넷 희망백신", 경기새넷 김명희 선생님


8. "충남교사 지혜모으기", 충남 우강초등학교 김대현 선생님


9. "코로나19로 인한 돌봄상황과 온라인학습에 대한 의견", 서울 상천초 이준범 교장선생님


10. "새로운학교네트워크 휴업일지", 새로운학교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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