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태지16-2025 성탄 메시지와 공백기 일기

서태지 팬이야기 303 - 여전하네, 우리

by 지현

오늘 그의 54번째 생일이다. 팬들은 소소하게 자축을 하고 있겠고 나도 오늘 달리면서 그의 울트라맨이야를 들었다. 잊어버린 채로 지나가고 싶지만 한번도 그런 해가 없다. 항상 2월 21일이 되면 그가 생각난다. 한 때는 생일에도 인사를 하더니 언젠가부터 생일엔 아무 소식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성탄절마다 인사를 한다. 그렇게 따지만 크리스마스 때마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90년대처럼 완벽한 침묵의 시간은 아닌 거다. 2025년에도 그는 안부를 전했고 그의 메시지는 여기 ->평안한 2025년의 성탄절 이브 - T메시지 - 서태지 아카이브에 차곡 차곡 쌓여간다.


항상 그렇지만 컴백 소식이 아니니까 뾰로통해선 읽다가도 내가 익히 아는 그의 면모가 나오면 헤벌쭉 웃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에도 내가 열심히 쓰고 있는 아무튼 서태지의 한 장- 공돌이 서태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여 웃음이 나왔다.


음.. 올해의 가장 기쁜일이요? (갑자기?) 초딩때부터 꿈꿔 오던 자율주행의 (거의)완성이 나를 가장 벅차고 기쁘게 만들었어요 (뜬금없겠지만 진심임 ㅎ) 이제 하늘을 나는 자동차, 그리고 부려먹을 로봇 만 기다리면 돼요 아마 우리의 노후는 옵티머스의 보살핌 으로 걱정 이 없을것 같아 든든. ㅎ


80년대 소년잡지 애독자 어린이였던 엔지니어 워너비 서태지. 자율주행의 실현도 즐겁고 부려먹을 로보트도 기대하고 있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음악가로보다 RC에 한 때 심취한 엔지니어로 살고 있을 지금 그가 기술의 빠른 발전에 기뻐하는 것이 나로서는 쫌 귀엽다. (팬심은 어쩔 수 없는 것) 어쩜 여전히 똑같니, 너 서태지 맞구나! 싶달까.


올해의 여행은 겁나 추운 알라스카 를 다녀 왔어요. 빙하도 보고 오래된 기차여행도 해봤지만

가장 기억 에 남은순간은 추운 길거리의 뜨끈한 검보스프 였어요 ^ ^


아무튼 서태지 102 - 서태지의 방랑벽과 자연사랑 내용이 듬뿍 떠오르는 글귀다. 여전히 매년 여행을 하고 여전히 아메리카쪽 좋아하는구나. 서태지가 공개한 여행사진은 많지 않은데 그것은 거의 다 북아메리카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image.png

...

16년 전 쯤에 모 웹진에 서태지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팬들이, 아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공백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오랜만에 묵혔던 그 글을 다시 꺼내본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지나서 옅어지긴 했지만 내 마음의 색깔이 비슷한 것에 놀라면서 다시 읽는다.


2010년 모월 모일


우리는 행성들이다. 4년에 한번씩 우리는 서태지와 팬들이라는 별자리를 만들어 낸다. 그 때 우리는 빛을 발한다. 물론 서태지는 항성이다. 가장 빛나는 별이다. 가지가지의 사연을 가지고 진화한 우리 별들은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태지이야기를 주구장창 떠들어 댄 사람으로서는 딜레마일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원하는 내 팬심의 이상적 상태는 언제나 중용을 유지하는 거다. 태지별이 뜨더라도 혹은 보이지 않더라도. 천신만고 끝에 별자리를 이루더라도, 아니 벗어나더라도. 언제나 사랑하는 것이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듯. 신이 인간을 사랑하듯.


2010년 모월 모일


'순도 99.9%의 애정표현일 뿐 아무데도 쓸데가 없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말을 보았다. 마이클 잭슨에 대한 누군가의 팬심을 표현한 말인데 나는 정곡을 찔린 듯 한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거 아닌가? 나방이 불꽃에 달려들 듯 타오르는 나의 애정. 타서 소진되면 그뿐, 쓸모라곤 없다. 내가 잘나지거나 도움되려고 하는 팬질이 아니다. 세상에는 유용성 없이 아름다운 것이 있다. 아무 쓸데 없기 때문에 국민적으로 환영받기 힘들다. 메이저가 되지 못한다. '탐미'가 세상에 생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곡식을 생산하지도 못하고 윤리를 확산시키지도 못한다.
공백기에 내 팬심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면 꼭 한번씩 다가오는 탄식. 아무 쓸데 없는 사랑이라니 얼마나 휘황찬란한가 말이다.


2010년 12월 24일


그가 인사를 했다. 우리의 서걱서걱 마른 크리스마스를 삽시간에 촉촉한 진짜 크리스마스처럼 만들어주는 산타 T. 서태지 공백기 평균 4년... 다시 만났을 때 우리 서로 같은 모습일까. 우리 사이는 그대로일까.
남녀의 사랑은 몰라도 서팬심은 평생간다. 색깔은 변해도. 높낮이는 있어도. 그는 언제나 그대로고 나만 잘하면 되니까. 이게 나의 서팬 노릇 16년의 깨달음이다. 섣불리 재지 말자, 그의 흐름과 나의 흐름이 같은지.
놔두고 장 담그듯 익히자. 묵히자. 어떻게 발효될 지 신만이 알겠지. 그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뚜렷하겠지.

우리는 그대로네. 이 일기 쓴지 15년 됐고 50대 중반을 넘어서지만 산타 T의 성탄절 메시지를 그 때처럼 고대한다. 그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특유의 설렘을 담아 1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제목과는 달라졌다. 이 글은 공백기 일기가 아니다. 그런 건, 누군가 돌아올 걸 알아야 쓸 수 있는 거고 기다리기도 하고 기대도 하는 거니까. 마치 페르세포네가 기약없는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낮에는 떴다가 밤에는 풀어 버리는 편물처럼. 이 글들은 사실, 굳이 정의하자면, 예의 그 '아무 쓸 데 없는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추적하는 관찰 일기다.


나는 어느새, 내가 쓴 글귀처럼 '태지별이 뜨더라도 혹은 보이지 않더라도' 별자리를 벗어나 혼자 유유히 서태지에 대한 팬심을 오랜 시간 '장 담그듯 익히고 묵히어 발효시켜' 왔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그리고 1년마다 만나는 견우직녀성처럼 태지와 나의 주파수는 아직은 같은 흐름인 듯 하다는 것도.




아무튼 서태지-서태지는 왜 10집을 내지 않는가

1부: 8집 수록곡으로 본 서태지의 음악

102: 서태지의 자연사랑과 방랑벽 - 프리스타일, 모아이, 숲속의 파이터

103: 서태지의 반항과 비판의식 - 교실이데아, 틱탁, 시대유감

104: 서태지의 고유성, 지키기 위한 싸움 - 레플리카, 수시아

105: 서태지의 플라토닉 러브 - 줄리엣, 10월 4일, 영원

106: 서태지의 이성애적 사랑 - 버뮤다[트라이앵글]

107: 서태지의 본업, 기계취미 - 휴먼드림, 로보트

108: 서태지의 절망, 고독, 비탄 - 코마, Take 3, Zero


2부: 서태지 이야기

201: 그가 이룬 것은...

202: 지극히 사적인,

203: 페미니스트 서태지

204: 세계속의 서태지(?)

205: 반전의 서태지


3부: 서태지 팬 이야기


301: 서태지와 응원봉

302: 서태지 남팬들 그 순수함

303: 2025년 성탄 메시지와 공백기 일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무튼 서태지15 - 서태지 남팬들, 그 순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