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떠난 O를 한 달에 한 번은 꼭 보러 가고 싶었는데 일은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버스 타면 15분 거리인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았어도 말이다.
O의 새로운 위탁엄마가 소속된 에이전시는 내가 그쪽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에 대한 백그라운드 체크를 별도로 하기를 원했다. 이미 1년 넘는 절차를 통해 위탁부모 검증을 받은 데다가 아이를 내가 직접 돌보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너무 꽉 막힌 것 같았지만 모든 일을 융통성 없이 절차 그대로 진행하는 영국 방식을 잘 알기에 싫은 티 안 내고 진행해 달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새로 모든 것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닌 내가 속한 에이전시를 통한 간소한 절차였다. 그 와중에 담당자가 이직을 해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후엔 O가 수두에 걸렸다. 그 후엔 내 쪽에서 해외 출장과 친구 결혼식, 부모님 영국 방문 등 여러 가지 일정으로 O와의 만남은 자꾸 미뤄졌다.
그렇게 겨우 O와 다시 만나게 된 건 4개월이 지난 6월이었다.
O를 데리러 가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내 마음이 설레고 부풀었는지. 점심으로 O가 제일 좋아하는 맥도널드 치킨너겟을 사 준 다음 런던 시내에 있는 공원 호수에서 보트도 타고 동물원도 갈 계획이었다. 내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품에 쏙 안길 O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아이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위탁엄마가 문을 열어 주었다. 너무 보고 싶었던 O. 와락 껴안고 싶었는데 O는 날 본 듯 만 듯, 위탁엄마 뒤에 숨어만 있었다. 날 보고 싶지 않다고, 그 전날 울며 징징대는걸 달래 두었다고 위탁엄마가 말해주었다. "괜찮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하고 달래며 위탁 엄마는 아이를 내게로 떠밀었다. 아이는 날 보고도 대면대면해하며 미적거리며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우리의 재회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자기를 떠나지 말라며, 이제 자기 똥꼬는 누가 닦아 주냐며 내게 달라붙던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