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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Jun 27. 2021

1년에 한 번만 하는 강의

내가 한 강의에 내가자극받은(오만한) 썰

2020년 4월, 서울대학교 글로벌 인턴쉽 수업에서 강의를 하고 1년이 지났다. 독일의 UN 사막화 방지기구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었는지, 당시 어떻게 일했고, 그 이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썰을 풀었었다.  몇 차례 강의를 하긴 했었지만 2020년이 특별히 의미 있었던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찐 리뷰를 받았기 때문이다. 



찐 리뷰라 함은?

'코로나'가 불붙듯 번지면서 통학이 불가했고 처음으로 화상 강의를 했다. 당시 강의를 끝내고는...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줌(zoom)'을 사용했고, 조그마한 창으로 학생들 얼굴이 보이긴 했지만, 내 강의자료를 보고 발표하기 바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강의는 재미있는지 알턱이 없었다. 

모놀로그가 이런 것인가. 

한 시간 가량을 미친 듯 혼잣말을 쏟아냈고 강의 시간은 끝났다.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선배와 점심을 먹고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강연 담당자에게 메일이 왔다. 강의 내용이 좋아서 학생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이는 학생들이 강의 수강 후 제출한 소감문(?)을 나에게 첨부해주었다.

 

이런 리뷰를 받으면 속된 말로 '뽕 맞았다'랄까, 황홀하다


예전에는 없었던 절차였을텐데, 화상 강의이다 보니 제대로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차 수업 소감을 받는 모양이다.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좋은 강의 감사했습니다' 정도의 답변을 써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의 이 비루한 한 시간의 독백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내가 어렸을 적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누군가는 계속하고 있구나. 그리고 여전히 정보를 찾기는 힘들고 분산되어 있구나. 잘나든, 못나든 사회에 나오기 전 막연한 불안감은 여전하구나. 



내가 한 강의가 나에게 준 자극

그래서 브런치를 쓰기로 했다. 제목은 'UN에서 일하는 가장 쉬운 방법'. (물론 뻥이다. UN에서 일할 경험을 찾기란 정말 힘들다. 그나마 쉬운 방법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2020년 8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총 13편을 글을 썼다. 글의 결론은 이거다. '지금 UN에서 일하고 있지 않지만 그보다 행복하다, 그리고 다른 행복을 찾기 위해 1일 1 입사지원 챌린지를 할 예정이다' 


대단히 상투적이다.


그리고 '1일 1 입사지원 챌린지'를 한 덕에 재직 중인 회사로 이직했고, 매일매일의 바쁨과 치임 그리고 새로운 일의 연속으로 내가 저런 글들을 썼던 것도 까맣게 잊었다. 새 회사에서 낯선 업무를 쳐내고, 그 와중에 오픈한 와인바를 관리하기에도 벅찼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업무 관련한 궁금점을 어떤 부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라든가 와인바에서 들어온 안주 주문을 레시피 보지 않고 만들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일 년에 한 번 하는 강의

다시 서울대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항상 설렌다. 밀레니얼 세대의 바이브를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나 괜찮게 살았어'라는 오만한 생각도 들고. 여하튼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긴 시간 고민하지 않고 '기회 주셔서 감사하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정말 기회를 하사 받은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의는 6월 4일 금요일 오전 11시. 일단 반차부터 썼다. 이번에도 화상 강의다. 작년도 강의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추가할 내용이 많진 않다. 


이번에도 화상 강의다. 그래도 다섯 번은 넘게 같은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할 때마다 떨린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을 듯 영겁의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왜 선생님들이 곧잘 시간을 초과해서 수업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전해주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강의가 끝나고 며칠 후, 몇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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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와디즈 경영추진팀 


(전)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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