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18편
비토리오사(Vittoriosa). 몰타 사람들은 이곳을 비르구(Birgu)라고 부른다.
보트에 내리자 내가 모르던 몰타를 만난 것 같았다.
슬리에마와는 물론 달랐다. 발레타와도 많이 다르다.
겉모습은 같지만, 전혀 다른 나라의 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은 없었고, 조용했다. 새파란 바다에 떠 있는 배들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춰있던 것만 같은 도시.
몰타에서 비토리오사를 가장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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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몇 번 이야기했지만, 쓰리씨티즈는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도시를 일컫는다.
비토리오사(Vittoriosa), 코스피쿠아(Cospicua), 센글레아(Senglea).
그래도 대충 훑어만 본다면 하루에 다 돌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비토리오사에 반한 내겐 하루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가장 큰 건물, 몰타 해양 박물관(Malta Maritime Museu)
처음에는 겉모습만 보고 성당인 줄 알았다.
몰타의 각종 바다와 관련된 역사(특히 선박)에 관한 전시를 하는 곳이다.
해양 박물관 옆에 있는 St. Lawrence's Church.
비토리오사 중심에 있는 Victory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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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년 오스만 대군의 침략에서 몰타를 지켜낸 곳이 바로 비토리오사다.
그런 전쟁의 역사가 여러 번 있는 도시지만, 안타깝게도 2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군의 폭격에 이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후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을 했다고 한다.
잠깐 둘러봤지만, 이 도시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의 구조도, 조용함을 너머 고요한 마을의 정적, 도시의 색과 적당하게 내리쬐는 햇살도. 도시와의 궁합이 있다면 딱 맞는 곳은 이곳이다.
한 달 정도 머물면서 글을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 인포에 들렀다.
사람은 없다. 뭔가 허술하게 운영되는 듯했다.
쓰리시티즈에 관해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어쩔 수 없이 지도만 들고 나왔다.
비토리오사는 성 요한 기사단들이 1530년에 몰타로 들어와 처음 정착했던 도시다.
그래서 몰타 기사단의 본부였던 세인트 안젤로 요새가 여기 비토리오사에 있고,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곳은 마을을 좀 더 둘러본 후 가볼 예정.
누군가가 비토리오사 건물은 벌꿀색이라고 했는데,
그 표현만큼 적당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회암으로 지은 건물에 몰타의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낸다.
우연히 계단을 발견했다.
꽤 넓은 전망대였다.
건너편엔 칼카라 지역이 보인다.
비토리오사에는 이렇게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럿 있었는데,
지금에야 풍경 감상용이지만, 예전에는 적들의 침략을 대비하는 시설로 쓰였을 것이다.
한참 걷다 보니 또 다른 계단이 나온다.
아까와는 다르게 바다에 인접해 있는 외곽 길이 나왔다.
바다 풍경 감상하기에 딱 좋은 포인트.
발레타에서 본 풍경과는 또 달랐다.
어퍼 바라카 가든보다 여기가 더 좋다.
풍경에 취해서 똑같은 사진만 여러 번 찍었다.
너무나 조용해서 들리는 건 내 카메라 셔터 소리뿐이었다.
그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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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길이 끝나면 또다시 비토리오사의 작은 골목과 마주하게 된다.
다시 시작된 골목 탐방.
다 같은 빛깔과 모양의 건물이지만, 유일하게 문과 창문만이 달랐다.
내 집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듯이 색이고, 모양이고 굉장히 공을 들였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눈이 즐겁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처음 출발했던 성당에 와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난 후여서 서둘러 요새를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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