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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30. 2017

죽음의 공식 '수능'

"수능 개편 본격적으로 논의하자!"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우리는 하루 15시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수능이 5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3 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시기가 되면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들이 있다. "오늘 한강물 따뜻하냐?", "모의고사 점수 자살각임"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수능을 치른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거나, 들어봤을 얘기다. 점수가 안 좋으니 죽으러 가자는 얘기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자살이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그 원인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학업과 진로 문제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택하게 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및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라 불리는 교육이 살육을 저지르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자살 시도를 한 청소년들이 연이어 기사에 나오고 있다. 수능이 끝나면 이 같은 뉴스는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 정도 됐으면 청소년들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수능을 잘 보면 성공하고 못 보면 루저가 되도록 사회를 설계한 우리들이다. 


자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오직 인재만이 살 길인 대한민국에서 주입식 교육제도가 인재를 양성하던 때가 있었다. 약사, 은행인, 금융인과 같은 전문직업인이 되면 돈을 잘 벌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유효하지만 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약사는 머지않아 사라질 직업 1순위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 설마 사라지겠어?", "사라져도 시간이 걸릴걸?"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에 카카오뱅크가 은행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저금리, 편리한 계좌 개설, 빠른 송금 등의 장점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영업 5일 만에 100만 계좌가 설립되었다. 100만 계좌가 열리는 동안 "카카오뱅크가 고용한 직원은 몇 명이더라"하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비 면대면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가 카뱅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고용률은 다른 은행에 비하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기업 정규직 직원보다 월급이 높다던 은행인이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거대한 기계를 설계하는 수리력, 기계 매뉴얼을 숙지하고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언어능력, 세계화에 따른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때가 있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2차, 3차 산업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국가도 함께 성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3차 산업이 끝나가고 4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다가오고 있다.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4차 산업은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왔고, 새로운 산업을 대비하는 교육이 이제는 필요하다. 아직도 약대가 가장 들어가기 어렵고 인기 있는 대학으로 꼽히는 건 미래세대에 대한 지금 세대의 직무유기다.


자사고를 폐지하네, 마네가 아닌 본격적인 수능 개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10년~20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 4지선다형 지식 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으로 학력고사가 대학 수학능력 평가로 바뀌었듯이 지금의 수능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나 독일처럼 수능문제를 모두 서술형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본다. 협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무늬로만 채우는 교내 봉사활동 시간도 바꿔야 한다. 미국, 특히 유럽 국가에서는 봉사활동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북유럽의 좋은 정치, 국가와 시민을 위한 헌신적인 정치는 투철한 봉사활동 정신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처럼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봉사활동은 안 하니만 못하다. 또 주입식 교육보다는 토론 위주의 교육이 장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국가에 민주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정작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종종 발견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국회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먹이 센,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곳이었다. 이것이 토론과 합의의 부재 즉, 민주주의 교육의 부재가 나은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촛불 대통령이라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국회에서 협치란 찾아보기 힘들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만 있을 뿐, 서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민주주의는 전혀 못하고 있다.


우리가 4차 산업을 대비하고자 한다면, 정치권에서 협치와 합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다가올 산업과 미래 정치는 공통된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주저앉을 것인가는 교육제도 개혁에 달려있다.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2016년 청년들은 왜?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3

춤추고 싶으면 홍대 클럽 갈게요. 정당은 아니네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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