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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Oct 12. 2017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부족해!

"끈기 빼면 시체인 우리"

한 번 입사를 하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했던 과거에 비하면 요즘 청년들은 이직을 자주 하는 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이 1년 안에 퇴사할 정도로, 1년도 못 채우고 퇴사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우리는 정말 끈기가 없는 걸까?”를 자문하는 요즘 젊은이로서 "끈기 빼면 우린 시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보도가 물 밀 듯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를 하고 싶은 신입사원은 아마 없을 것이다. 


보통 취직을 하는데도 최종학교 졸업 후 평균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대학교 3~4학년이 취준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을 정도로 1학년 때부터 각종 시험,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 요즘 청년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취업준비를 한다. 컴퓨터 자격증, 1~2개의 대외활동은 기본이며 어학연수, 해외봉사 등 이 모든 것이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쌓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세대가 '요즘 젊은이들'이다. 단군 이래로 가장 좋고, 다양한 스펙을 쌓은 세대가 바로 '요즘 젊은이들'이다. 지금도 자신의 꿈을 좇아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대학 도서관, 독서실, 노량진 학원가 등 다양한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린 초등학생 때부터 경쟁이란 것을 해오며 자랐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요즘 젊은이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한다. 끈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신입사원의 조기퇴사 이유 중 1위는 단연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였다. 칼퇴는 안 되지만 출근은 빨리해야 한다는 사내 문화, 신입사원 교육이라며 주말에 불러내 해병대 캠프에 보내는 사내 교육이 우리로서 사직서를 자꾸 고민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회식자리에서 상사의 숟가락 먼저 놓기, 상사 자리 파악하기, 고기 구워 분배하기, 노래로 비위 맞추기와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할 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고작 이런 일을 하려고 그 높은 스펙을 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사노비, 사축으로 비유한다. “고작 회사, 상사 노비가 되기 위해 그 무시무시한 경쟁력을 뚫고자 노력해왔던 것인가” 자책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게 지금의 청년들이다.


이런 우리가 부모세대의 입장에선 끈기가 부족해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주말에 출근하는 게 어때서”, “상사 숟가락? 그냥 먼저 놔주면 되잖아. 그게 뭐 어때서” 얘기하며 한심하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던 과거와 달리 우리는 토요일엔 학교도 안 나가는 시대에서 10대를 보냈고,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요즘 대학교에서도 군기는 안 잡는 추세다. 기압 주는 행동은 몰상식한 자들만 하는 것이라 여기며, 아무리 후배라도 서로 간의 예의를 지키는 걸 중요시 여기는 요즘이다. 가부장적인 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성 평등에 대한 요구가 높은 사회가 ‘요즘 젊은이들’이 살아온 사회다. 하물며 대통령도 자세를 낮추는 시대에 회사에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이런 문화야말로 쓸어 담아야 할 적폐다. 끈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는 것이다.

   

우리도 퇴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수백 번의 고민 끝에 제출하는 사직서다. 퇴사가 마냥 기쁘지도 않다. 우린 두려움을 안고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회사를 다니는 게 안 다니는 것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가혹한 세금을 낼 바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우리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끈기가 부족하다는 말보다 왜 우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이 문제는 청년들끼리만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2030, 4050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이해할 때 해결점이 보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부지런하다 말을 듣고 자란 4050 세대가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는 2030 청년들의 말에 공감할 때 ‘끈기가 부족하다’는 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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