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IT 초보 홍보담당자를 위하여 l 편예원 홍보 매니저
본 글은 [더 토크뷰]의 아홉 번째 주인공인 편예원 홍보 매니저가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혼자서 홍보 일을 헤쳐나가고 있을 담당자분들께 전하는 한 통의 편지 같은 글로 따듯한 마음과 유용한 정보를 함께 담았습니다. B2B IT 초보 담당자에게 이 글이 닿길 바라며,
편예원 홍보매니저께 감사드립니다.
※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B2B 홍보마케터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많은 홍보마케터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B2B IT 분야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해온 시간을 돌이켜볼 때 가장 큰 특징은 ‘독고다이’였다는 것입니다. 많은 B2B 기업은 홍보팀을 꾸릴 여력이 없습니다. 홍보의 필요성을 조금씩 느낀다 해도 당장 내어줄 수 있는 자리는 한 자리가 최대죠.
저 역시 부서도, 전임자도, 인수인계 자료도 없는 곳에 입사해 맨땅에서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팀 없이 떠돌이처럼, 때로는 기획 등 그나마 결이 비슷한 기존 부서에 들어가 일했는데요. 소속이 어찌 됐든 홍보를 혼자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상사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홍보하는 ‘혼보’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최고의 장점은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단점이 됩니다. 대부분의 일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것은 외로운 일입니다.
경력이 짧다면,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다면 더욱 어렵겠죠. B2C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역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오늘도 외롭게, 그리고 치열하게 ‘혼보’하고 있을 담당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주니어 때 겪은 짧은 경험과 팁을 공유해 봅니다.
★ 영업 관점 벗어나기
기업 간 거래를 해온 B2B 기업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영업 관점에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홈페이지나 회사소개서 역시 제안서의 연장선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존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홍보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겠죠. 따라서 언제나 영업이 아닌 홍보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보다 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하며, 이에 대해 영업 등 타 부서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마트, 영화관, 식당 등에 설치되는 키오스크를 예로 들어보자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 키워드 중 하나는 ‘인건비 절감’ 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자리에 위협을 느끼는 계층이라면 결코 달갑지 않겠죠. 홍보 관점에서는 인건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매장 관리의 효율성이나 고객의 만족도를 제고시킨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 격차 ㅣ정보 격차)’와 관련지어 볼 수도 있겠네요.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 큰 글씨 모드와 같은 특징이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거부감을 줄이고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묶은 콘텐츠를 기획할 수도 있겠네요. 중장년층의 한국시리즈 예매와 같은 시즌성 이슈가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콘텐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 혼자지만 협업하기
이직 면접을 볼 때, ‘부서 없이 혼자서 오래 일했는데 협업을 잘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와 반대로 생각합니다. 부서 없이 혼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죠. 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는 부서장이 없다 하더라도 개발, 영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부서에 협조를 구하고 함께 작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향력과 발언권이 큰 영업 부서와는 반드시 긍정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제품의 장단점은 물론 수주 현황, 경쟁사와의 뒷이야기, 업계 트렌드 등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분들이 바로 영업담당자인데요. 이분들이 가진 정보의 맥락과 중요성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홍보 업무가 보다 수월해질 것입니다.
동시에 내가 홍보 업무를 통해 영업에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하며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B2B 기업의 영업과 홍보는 관계에 따라 누구보다 힘이 되는 존재이기도 한 반면, 영 언짢고 걸리적거리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한다면 강력한 동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선택하고 집중하며 내 영역 만들기
혼자서 일하는 B2B 기업 홍보담당자의 영역은 자의든 타의든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홍보가 기반이 되겠지만 홈페이지, SNS, 행사, 프로모션, 사보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업무의 즐거움이나 성취감과 별개로, 이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이나 업무의 깊이에 분명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평생 그 모든 일을 나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떠밀려서 업무 범위를 계속 확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가 집중하며 가져갈 몇몇 영역에 대해 생각해 보길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취감이나 소속감을 고취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면 직원 인터뷰, 사내 행사, 사보 등을 진행하며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을 조금씩 넓힐 수 있겠죠. 이러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 일한다는 장점을 살려, 나의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어디에 얼마만큼 배분할지 고민하고 조금씩 실행해 보시길 바랍니다.
B2B 홍보는 ‘홍보인 듯 홍보 아닌 홍보 같은’, 참 특이한 영역입니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면 과연 이게 맞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많은 고민이 들 것입니다. 이게 홍보인지 영업지원인지 헷갈리고 짜증 나는 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주위에 조언이 구할 곳이 없다면 더욱 혼란스럽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서 홍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잘하는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홍보 영역에서만큼은 전문성과 확신을 바탕으로 타인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밀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서 부딪히고 버티다가 지치고 화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고민이 비단 당신만의 일은 아닐 거예요. 이 업계의 수많은 홍보담당자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민이 있다는 것은, 나의 욕심이나 의지가 아직 시들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에, 지친 마음을 갈무리하고 다시 힘을 내는 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혼자이기에 분명 어렵습니다. 하지만 혼자이기에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성과를 낼 수 있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나요? 모든 것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만한 환경도 아닐 테고요. 미미한 시작이 아쉬울 수는 있으나, 우리는 그 끝은 창대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창대한 끝을 응원하겠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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