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세계
글을 꾸준히 쓰면 과거의 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브런치 제목만 봐도 과거에 내가 했던 고민이 담겨 있다.
혼란했던 순간 다짐했던 순간의 글을 모아보니 이렇게나 솔직하다. 들뜨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답하지 못한 질문이 쌓였다가 질문으로 해소되고 이렇게 나는 나를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늘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였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힘들었고 2년 정도 그 답을 헤매다가 결국 <다정의 이유>를 만들었다.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만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펀딩을 하고 전국 여러 독립서점에 입고하며 출판기념회도 열어보고 그렇게 스스로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기 전과 후 세상은 티끌만큼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세계는 달라졌다. 책을 내기 전까지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문장을 모으던 독자였는데 독자가 생겼다. 종종 DM을 종종 받았다. 공감했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로 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로 칭찬해 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이웃 주민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줬다. 나는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 공유했고 이웃들은 여러 다정한 순간을 나눠줬다. 이날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따뜻한 마음은 계속되었다. 편지를 써주신 분, 북페어에 <다정의 이유>를 들고 오신 분도 있었다. 책으로 열린 세계, 연결된 세계는 너무 따뜻했다. 이 세계를 지키고 넓히고 싶어 앞으로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결심했다. 글을 쓰고 옮기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며 두 번째 책도 만들 거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 멋진 경험을 모든 사람과 나누며 내가 사랑하는 세계를 넓혀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