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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08. 2023

독서 방법도 발전시킬 수 있는가?

대전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에게 속독법을 배우라고 강하게 추천한 분이 있었는데, 쏟아지는 정보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일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제 가치관이나 사는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책도 많이 안 읽었기에 독서법이라는 것이 있지는 않았는데, 그 후로 19년이 지난 후에야 제 자신의 독서법을 개발해서 이를 공유합니다.


군대 동기에게 어깨너머 배운 병렬 독서

중국에 살던 시절에 처음으로 저의 독서 습관을 기록한 글이 있습니다. 거기서 군대 동기를 통해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장면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군대 동기가 사물함에 책을 여러 권을 두기에 '그걸 다 읽냐'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은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이 있다고 해서 매우 의아해했던 기억을 아직 남아 있다. 그러던 내가 언젠가부터 그렇게 한다.

그 광경이 얼마나 신기했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는지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후에 저도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게 된 계기는 거실에 TV를 없앤 뒤부터였습니다. 그렇게 독서 습관이 생기고 2년 후인 2015년 큰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육아를 하다가 휴식의 수단으로 독서를 즐겼습니다. 이때, 저도 병렬 독서 습관을 장착했습니다.

나는 글자를 따라가기보다는 말없이 대화하듯 생각을 나누고 상상하는 시간을 즐기는 듯하다. 그것도 느긋하게.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없고, 읽고 싶은 책은 많아지니 꼼수를 개발했다는 편이 적절한 설명이 될 듯하다. 어차피 순서대로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병렬로 읽게 된 듯하다.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인지는 알 수 없고, 속독법 대신 저한테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글에서 처음으로 독서 상태를 시각화 한 기록도 있습니다.


시각화가 만들어준 습관의 힘

한번 해 보고 익숙해지면 탄력을 받는 일은 흔히 벌어지는 듯합니다. 습관까지는 아니겠지만, 4개월 후에 저는 더욱 빠르고 익숙하게 시각화 한 기록을 남깁니다. 이는 일종의 메타인지를 늘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 행동이나 생각 저변을 이루는 숨겨진 생각이나 패턴을 찾는 것이죠. 이런 사소한 시도는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생활 기반과 직장을 중국의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옮겨 온 이후 급격한 환경 변화 적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리적 환경과 회사에서 역할 변화, 재무 상황 변화 등의 전면적인 삶의 변화를 감당하는 대가로 멘털이 약해질 때 독서는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평가해 보면 육아 초기에 휴식을 주었던 습관 위에 구축된 독서 활용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Popit에서부터 써 오던 글쓰기가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코로나 이후 popit 운영도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지금 보시는 브런치의 '안영회 습작'을 개설합니다. 그리고 글쓰기가 독서처럼 위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또다시 2년 만에 예의 시각화를 시도한 글도 있습니다.


현재 내 생활의 변화의 씨앗이 되었던 독서의 시작

21년 8월의 기록 속에서 현재 제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은 독서의 씨앗이 보입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3권 혹은 지속하고 싶은 3가지 독서 주제가 남습니다. 월말김어준에 등장하는 박문호박사님의 '빅히스토리' 혹은 인공지능과 함께 부상한 '뇌과학'에 대한 흥미는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작년에 사고 너무 두꺼워서 읽지 않았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데카르트의 오류>를 인내심 있게 읽어낸 기세를 몰아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페친 추천으로 읽었던 <킹 세종 더 그레이트>는 연재물도 아니니 굳이 없는 시간에 소설 읽는 시간을 추가하지 않기로 합니다. <존리의 부자 되기 습관>의 후속 활동은 독서보다는 금융문맹 탈출과 노후준비이지만, 유튜브로 친숙해진 전인구님의 <돈의 흐름>은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읽어보기로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런치 기능을 익히느라 마음대로 쓴 글을 묶어 본 작품(브런치 용어)이 바로 책과 대화하기입니다. 초기에는 그저 독후감 위주로 글을 썼죠. 그렇지만, 꾸준한 개선을 뜻하는 정원 관리의 힘이 더해집니다. 그리하여 습관이 된 시각화는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만남

그리고 개발자 출신답게 구성요소(컴포넌트)와 그룻(컨테이너)의 조응 관계도 개선합니다. 앞서 말한 정원 관리 사례죠.

부연하면, 하드웨어적인 면 혹은 컨테이너의 측면에서는 주로 읽는 책을 한 줄에 배열하여 검색을 빠르게 하고 관심사의 분산을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내가 시간 지나면 흐트러지는 것을 왜 자꾸 배열하냐고 했지만, (엔트로피는 우주의 보편 현상이고) 의지를 믿지 않는 저로써는 각오를 지속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죠.

의지박약을 보완하는 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반성문 쓰기도 있고, 정책 보강도 있고, 환경 개선이나 실태 조사도 있고, 문지기를 두기도 합니다.


독서 전략에서 읽고 쓰기 전략으로

이런 노력은 사전에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변화를 수반합니다. 어떤 노력이 계속되면 질적 변화를 이루는 패턴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2021년 10월 마음을 먹고 <독서 전략에서 읽고 쓰기 전략으로>이라는 타이틀로 조금씩 추진한 아기 발걸음은 2023년 9월 현재 다양한 연재가 독서가 일상 적용과 버무려져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결론적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10년 전부터 붙인 독서 습곽은 8년 전에 휴식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한 독서를 지속적으로 개선했더니 지금의 독서는 전혀 다른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밀착해서 생각을 대화로 만들어주는 수단이자 도파민 분비를 창의로 바꾸는 습관의 바탕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에서 전문성을 벼리고 영감을 얻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출발점을 알려주는 조언자 역할까지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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