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학교에서 수학 공부를 시작한 형을 따라 둘째도 문제 풀이를 합니다. 집에서 게임을 하려면 문제집 몇 장을 풀어야 한다는 규칙을 아내가 정한 탓이지요. 숙제가 아니라서 거부감이 없는지 형 때문에 일찍 접해서 그런지 둘째는 수학 풀이에 자신감이 있는 편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맞고 틀리고에 집중하는 점을 완화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익혔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개입을 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더하기와 빼기를 할 때 수를 나눠서 10 단위로 처리하는 요령을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6 + 8은 6 + 4 + 4와 같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올림과 내림을 하느라고 암산하는 노력을 조금 줄일 수 있죠. 아이는 금세 눈치를 채고 이를 활용합니다. 제가 식을 한번 써 보라고 해도 이 부분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대신에 입으로 해 보라고 했더니 거기까지는 받아들이네요. (여기서도 밀당(?)은 유효합니다.)
그러다가 뿌듯한 장면을 만납니다. 4 + 9를 4 + 6으로 시작하는 대신에 9 + 1 + 3으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아이가 먼저 알아채고 저에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후에 2 + 9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한편, 어느 날 아이가 젤리를 먹으며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를 빼는 문제입니다. 또다시 자릿수를 다루지 않기 위해 두 번 빼는 것으로 쉽게 하는 방법을 어떻게 설명할까 궁리를 했습니다. <양을 수로 대신한다>는 지식이 작동을 했습니다.
마침 젤리를 응용하면 될 듯했습니다. 젤리를 꺼내서 식탁에 올린 후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 입에 6개를 먹으나 2개를 먼저 먹고 난 후에 남은 4개를 먹으나 먹는 개수가 같다고 말이죠. 아이가 바로 이해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큰 애가 세 장을 풀고 나서 곧바로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보상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잔소리는 별 효과가 없을 듯했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문제를 푸는 일 자체가 아내가 정한 규칙이니까, 큰 아들에게는 문제 풀기가 학습 이전에 규칙을 행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틀린 문제에 대해서 오답 노트를 쓰는 것으로 게임을 하기 위한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오답 노트를 쓰면서 틀린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 것이죠.
이후에 둘째에게도 적용했습니다. 둘째에게는 형처럼 하자는 말 이외에 어떻게 쓰라고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서 자기 방식대로 쓰고 있어서 옆에서 보며 놀랐습니다. 1학년인 둘째는 짧은 글을 쓰면서도 맞춤법을 틀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답 보트는 한국말 표현 배우기 효과도 있었습니다.
(2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2. 둘째와 영어 책을 읽다가 감성 지능과 마음챙김도 배운다
23. 주기율표를 따라 그리는 아이에게 경험을 살짝 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