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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05. 2022

소식할 때 줄이면 안 되는 한 가지


한동안 혈액순환 개선제를 챙겨 먹었다. 말 그대로 혈행을 좋게 해 준다는 이 보조제를 먹기 시작한 건 작년, 그러니까 30대 후반의 일이다. 화장실을 가는 게 힘든 이유가 혹시 혈액순환이 안 되서가 아닐까 싶어 믿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먹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이런 걸 먹어야 하나... 속상했지만 당시에는 이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걸 먹기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추운 실외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손이 붉게 달아올랐다. 색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마치 손에 붉은색 장갑을 낀 듯했다. 손에서 후끈후끈 열이 났다. 같이 있던 지인이 내 손을 보고 놀랐는데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온도차로 나타난 일시적인 반응인가 했는데, 온도차가 적을 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건물 안이 쌀쌀하다고 느낄 때도 손에서는 열이 났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나의 일상에 변화라고 할 만한 것은 혈액순환 개선제를 먹은 것뿐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의 부작용이겠거니 생각했다. 예상치 않은 순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게 불편해서 이후 약속이 있는 날에는 먹지 않았다.


지금 와서 추측해보건대 내 몸에는 그 보조제가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순환이 과하게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보조제를 중단한 후로는 증상이 사라졌으니 연관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금은 먹지 않고도 잘 지내는, 부작용을 동반했던 초록빛 캡슐을 끊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물' 이었다.


어느 날 어떤 정보를 접하게 됐는데, 충분히 섭취할수록 좋다고 알려진 물이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본 것이다. 나는 평소 물을 잘 마시는 사람이었다. 외출할 때는 물병을 가지고 다녔고,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을 마시는 게 습관이었다. 깨어있는 동안에도 성실히 마셨다.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서 물을 마시는 게 내 몸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지 특별히 체감할 기회가 없었다.


그랬는데, 과하게 마신 물이 몸을 차게 하고 붓게 하고 몸에 독이 된다는 전문가의 글을 보니까 혹시 이게 내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심지어 갈증이 날 때만 마셔도 충분하다고도 했다.

나는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고 몸이 잘 붓는 편이기에 내가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마시고 있는 건 아닌가싶어서 섭취를 줄여보기로 했다. 그러자 실제로 전보다 추위를 타는 게 덜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에는 수분이 들어 있다. 식사 때 먹는 국에도, 간식으로 먹는 우유와 주스에도 수분이 있다. 채소와 과일에도, 하다못해 나물 무침에도 수분이 들어있다. 전체적으로 먹는 양을 줄이면 음식으로 섭취하던 수분도 그만큼 준다.

내가 마시는 물의 양을 줄이기 시작한 이 시기가 어쩌다 보니 소식을 하는 시기와 겹치게 됐다. 마시는 물만 줄였다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소식을 하면서수분 섭취가 부족해졌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인과관계가 보인다.

 

나는 혈액순환제를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이 다르다고 느꼈고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낫다는 생각에 꾸준히 약국에서 구매해 몇 달간 먹었다. 그동안 캡슐이 몸의 혈액순환을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몸의 혈액순환을 도운 건 따로 있었다.


혹시나 싶어 예전처럼 마시는 물의 양을 하루 1.5리터~2.0리터로 다시 늘리고 나서 알았다. 그것이 바로 물이었다는 것을!

오로지 물만 충분히 마셨을 때도 혈액순환제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그때의 충격(황당함)과 놀라움과 기쁨이란!


알이 큰 캡슐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해 물을 마신 건데 그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됐던 것이다. 알약을 먹을 때는 충분히 물을 마시는 편이고 어떤 날은 하루에 2회를 먹기도 했으니 아무래도 마시는 양이 늘었을 것이다.


내 몸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잘 맞는 몸이라는 걸 이 기회로 확인하게 됐다. 요즘은 물은 충분히 마시고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챙긴다.


이로써 나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면 좋은 이유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보조제를 먹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걸 먹기 위해 마신 물 덕분에 건강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말이다.


늘 마셔왔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했을 뿐 물은 몸의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소식의 장점을 경험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보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소식이 나에게 안 맞는 건 아닌지 고민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물 섭취를 같이 줄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음식 섭취로 줄어드는 수분 섭취를 고려하면 소식을 할 때는 충분한 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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