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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 커밍: 미국의 경제적 양극화 시대의 영웅

<어벤저스 엔드게임> 개봉전까지 마블 영화 보기 15화

by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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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영웅 스파이더맨과 미국의 소득 양극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통해 스파이더맨이 마블로 돌아왔다. 마블 영화가 재밌는 점은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영화에 조금이라도 녹여내려는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님이 2015년에 쓰신 <미국의 승자독식 정치와 그 귀결>에서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때문에 계층간의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1920년대 대공황 전후를 해서 소득계층 최상위 1%가 점유하는 소득비율이 23.9%로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이 당시 미국은 부의 양극화가 최정점이었다. 그런데 2007년 금융위기에는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비율이 23.5%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23.9%가 적은 수치이나 23.5%라는 수치는 90년대 클린턴 정부 이후 괄목할만한 수치이다. 즉, 미국의 경제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점점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스파이더맨이 어디 사냐고 묻자, 뉴욕의 퀸즈라고 하자 자신은 브루클린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브루클린이 젠트리피케이션도 일어나고 임대료도 많이 올르며 점점 부자동네가 되었지만 캡틴이 살던 시기에는 브루클린은 범죄의 온상지였다. 현재 스파이더맨이 거주하는 퀸즈 또한 결코 부자동네는 아니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이 영웅이 되는 과정을 주된 플롯으로 담고 있지만 빌런인 벌처가 범죄자가 된 원인이나 벌처가 스파이더맨에게 자신의 범행 원인을 눈감아 달라는 이유를 말하는 장면에서 미국 내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벌처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나쁜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벌처가 범죄자가 된 것은 사회적 분배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특히, 벌처가 토니 스타크를 미워하는 장면이 가끔씩 보이는데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의 막대한 부를 물려받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자신은 소득이 점점 감소되어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가 지적했듯이 최근 신자유주의에서 부의 증대는 소득을 통해서 가능하기 보다는 증여된 재산을 통해 부를 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우리가 놓이는 것은 스파이더맨이 마블로 돌아 온 사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 미국 내의 소득 불평등이 극에 달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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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커의 정신적 아버지 토니 스타크


토니 스타크 : 네가 죽었으면 내 잘못으로 생각했을 거야. 그런 짐 지기 싫어.

피터 파커 : 스타크씨처럼 되고 싶었어요.

토니 스타크 : 나도반 낫길 바랐다. 이제 알았으니 수트 가져가야 겠다.

피터 파커 : 언제까지요?

토니 스타크 : 영원히

피터 파커 : 안 돼요, 제발

토니 스타크 : 네가 자초한 거야.

피터 파커 : 전 수트 없인 아무 것도 아니에요,

토니 스타크 : 수트 없이 아무 것도 아니면 더욱 가지면 안 돼. 내 아버지처럼 말하고 있네.


그동안 토니 스타크는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며 많은 고민을 했었다. 피터 파커는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뻔한다. 이때 토니 스타크가 나타나 피터 파커를 혼을 낸다. 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에게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보았다. 언제나 아어언맨 수트에 의존하며 거만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수트가 없으면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했고, 아이언맨 수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토니 스타크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아이언맨3>와 구조적으로 매우 똑같다. 피터는 자신의 수트에 심취해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만 그 자만이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렸다. 토니 스타크가 없었으면 큰 재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가 없는 피터의 정신적 아버지다. 피터를 가르치며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벌을 내린다. 바로 토니가 만들었던 스파이더맨 수트를 압수한다. 그때 피터는 자신이 수트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소리친다. 토니가 스파이더맨 수트를 빼앗은 것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이기에 앞서 자신이 피터 파커라는 정체성을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었다. 진정한 영웅은 자신이 영웅이어야 한다. 아이언맨 수트나 스파이더맨 수트는 영웅의 행위를 할 때 더움을 주는 수단일 뿐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수트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다. 당연히 수트에 어떤 기능도 없지만 영웅은 수트가 있던 없던 영웅적 행위를 해야한다. 토니는 그 사실을 지극히 잘 깨우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토니 스타크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아버지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즉, 한 사람이 정신적 성숙을 해서 누군가를 돕고 쓴 소리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토니 스타크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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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적 악당 '벌처'


스파이더맨 만큼 매력적인 빌런이 많은 시리즈도 없다. 셈 레이미의 영화에서 노만 오스본(그린 고블린)은 경쟁 회사에 뒷쳐지는 것이 불안해 약을 투약하다 정신분열증이 일어나 그린 고블린이 되었다. 닥터 옥터퍼스는 자신의 실험을 과신하다 사고가 일어나고 인공지능이 옥퍼터스를 잠식시켰다. 샌드맨은 도둑질을 하다 실험기계에 잘 못들어가 샌드맨이 되었고, 배놈은 스파이더맨에 대한 분노에 심비오트가 브룩에게 들러 붙어 빌런이 되었다. 리자드는 자신의 불구 실험을 하다 빌런이 되었고, 일렉트로는 자신이 우상시하던 스파이더맨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소외감에 빌런이 되었으며, 헤리 오스본은 약물을 잘못 투약하여 그린 고블린이 되었다. 샌드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악당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다가 정신이 미쳐 지구를 날려버리려고 한다. 그에 비해, 벌처는 아주 소박한 악당이다. 벌처가 악당이 된 이유는 <어벤저스>에서 뉴욕이 로키의 침공을 받고 무너졌을 때 벌처 일당은 사후처리를 하는 용역을 담당했다. 그러나, 외계 물질과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토니 스타크가 고용한 데미지 컨트롤이 모든 용역을 가져가게 된다. 그리하여, 벌처와 그 일당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벌처가 악당이 된 것은 지구정복이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 벌처의 동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을 사게 된다. 벌처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범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당연히 용납은 되지 않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뉴욕이라는 곳이 불이 꺼지지 않은 미친 도시이며 뉴요커들이 검은 정장을 쫙 빼입고 멋진 삶을 살지만 뉴욕의 길거리, 역에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많다. 뉴욕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그것은 점점 커져간다. 이런 경제상황 속에서 벌처같은 존재가 나타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다. 우리의 이웃 스파이더맨과 소시민적인 범죄 동기를 가진 벌처의 갈등은 현실을 보여주며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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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피터 파커의 성장 그리고 토니 스타크


수트를 잃은 피터 파커는 아무 기능도 없는 수트를 입고 벌처를 막으러 달린다. 피터 파커가 그동안 수트에 의존해 영웅 행세를 했다면 이제는 아무 기능도 없는 수트를 입고 홀로 벌처와 전투를 벌인다. 당연히 첨단 기술을 가진 벌처에게 밀리지만 피터 파커가 벌처를 막게 된 계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었다. 피터는 벌처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이던, 수트가 좋던 나쁘던 포기하지 않으며 벌처와 싸웠다. 그리고 벌처가 토니 스타크의 물픔들을 훔치지 못하게 막는다. 마지막에 벌처의 날개 수트가 과부하에 걸려 폭발을 일으키고 피터 파커는 벌처의 목숨을 구해준다. 스파이더맨은 벌처가 토니의 물건을 탈취함으로 더 큰 문제를 막기도 했으며 새로운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를 인정하게 된다. 토니는 어벤저스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하지만 피터는 자신은 이웃을 돕는 영웅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토니의 제의를 거절하게 된다. 성숙하기 이전의 토니 파커였다면 어벤저스에 들어가고 싶다고 소리를 쳤겠지만 겸손해진 피터는 아직 자신이 어벤저스로 들어가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어벤저스 : 엔드 게임>에서 토니 스타크의 하차는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번 영화가 의미있는 것은 이제 토니 스타크의 빈 자리를 피터 파커라는 젊은 영웅이 계승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자신 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자식같은 피터 파커의 성장을 도우며 그에게 새로운 스파이더맨 수트를 주는 행위는 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의 정신을 계승하는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사라진 어벤저스에서 스파이더맨이 중심축을 이루는 새로운 어벤저스에 대해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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