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언제부터인가 이 두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앞 문장의 경우, 좋든 나쁘든 상황은 항상 변한다는 수동적인 의미가 있다면, 뒷 문장은 내가 뭐라도 해야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좀 더 능동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문장을 합쳐서 나만의 것으로 다시 쓰면 이렇게 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나를 둘러싼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게 괴로운 상태여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불안 장애,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고 불안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건 공부를 안 하고도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과 같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라면 또 모를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병이 다 그렇겠지만 불안 장애가 있는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말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자신이 불안 장애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점이다.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든, 스스로 의심을 하든 "나의 증상 = 불안 장애"라는 것을 인정해야 그게 맞는 해결법도 찾을 수 있다.
이게 쉽지는 않다. 목 이물감, 호흡 곤란, 심계항진, 근육통, 위장 장애, 불면증 등 불안 장애의 증상은 다른 병에 걸렸을 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의 병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진료과의 병원을 골고루 돌아본 후,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을 때 마지막 단계에서 의심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나 역시 첫 증상 이후 진단을 받기까지 1년 이상이 필요했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데 몸에 반응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냔 말이다!
인정을 하고 나면 길이 보일 수 있다. 위장 장애가 있어 늘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고 내과 가서 처방약을 먹는다고 한들, 불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증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러니 불안 장애다, 공황 장애다 싶으면 그게 맞는 해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일단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 그들은 내가 지금 어느 상태까지 와 있는 것인지 - 심각한지 아닌지 판단을 하여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약물로 치료하든, 상담치료를 하든. 나는 약의 부작용이 두려워 복용을 못했지만 치료약도 종류가 아주 많다. 처음 시작한 약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 맞게 바꾸어 주기도 한다니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의학적인 치료 외에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그들이 고군분투 했던 경험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괴로운 상태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 각종 약을 복용하며 나타나는 부작용을 공유하고 조언하는 모습을 보며 정보도 얻고 힘도 얻었다.
더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정말 많다. 얼토당토 않은 상황에 헤엄치고 있는 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초고속으로 연결되어 불안, 우울이 전염되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다른 면을 잘 활용하면 우리에게 이로운 쪽으로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제자리일 뿐이다.
이 또한 빨리 지나가게 하기 위해 작은 거라도 좋으니 오늘 당장 뭐라도 하는 게 시작이다.
* 영국 사는 용감한 주부의 불안 장애 분투기입니다.
* 해당 목차를 누르면 바로 가실 수 있습니다.
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여는 글
1부 - 나의 불안, 너는 누구냐
2부 -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
닫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