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공황, 이해받으려 너무 애쓰지 마세요

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by 영글음

기쁜 일이 있으면 축하받고 싶다.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받고 싶다. 인간의 본성이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래서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 같은 마음의 병을 얻고 나면 사람들이 알아주고 안타까워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정신과를 들락날락해야 하는 일이라 사회통념상 널리 알리긴 힘들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생각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한들 내 맘 같지는 않을 텐데 어쩔 땐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마음이 더욱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여는 글에서 썼던 것처럼 시간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는 둥,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등의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실제 가족들의 반응이 이와 비슷했다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그러니 주변인들의 반응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나'가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거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갔으면 한다. 안 그래도 마음이 엉킨 실타래 같을 텐데 남들의 말, 시선 때문에 더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드리는 말씀이다.




나의 모든 증상이 불안 장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남편은 듬직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외국 논문 같은 정보를 찾아 조언해주었으며 나의 하루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함께 산책하고 드라이브를 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병명을 알기 전, 내가 항상 어디가 아프다고 하고 힘 없이 누워 있었을 때 예민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이 나 때문에 짜증이 나 있구나. 속마음을 시원하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 그였지만 온몸으로 감정상태를 표현하고 있었다. 당시엔 너무 속상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짜증이 나는구나.
나의 아픔을 몰라주는구나.

어찌나 서럽고 서운하던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함께 사는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대단히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다. 좋은 말이라 해도 같은 걸 여러 번 듣다 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하물며 몇 달 내내 아프다며 부정적인 언어를 가득 내뱉으면 옆에 있는 누군들 견딜 수 있을까? 나라도 그런 사람하고는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다.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리기에는 당장의 여유가 없을 수도 있으니 그냥 처음부터 기대를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언급을 해 놓는 것은 필요하다. 때에 따라 이것 때문에 약속 같은 것을 깨야 할 상황이 생기니까 말이다.


설명할 때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 이거 때문에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어. 너는 왜 이해 못해주니 "이러면서 감정에 호소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신 "불안 장애는 이런저런 기전으로 인해서 생기는 병이래. 그래서 이 부분을 끊어주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생각의 흐름을 바로 잡는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네." 하며 전문가의 입을 빌어 담백하게 했으면 한다.


이 말이 혼자만 속으로 삭이라는 말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하되, 기대는 금물. 그리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앞글에서도 말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같은 문제로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에 찾아가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올리고, 극복한 사례도 읽다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안 장애를 겪고 나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전 같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게 어떤 건지, 공황장애가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막연하게 다가왔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떤 감정과 무슨 과정을 거칠지 경험을 했기에 옛날보다는 더욱 공감이 된다. 한번 겪어본 본 사람들은 이와 비슷할 테니 커뮤니티에 가면 좀 더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익명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 될 것이다. 아예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다른 이들이 고생하는 이야기 때문에 더 불안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찾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 영국 사는 용감한 주부의 불안 장애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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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여는 글

불안&공황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1부 - 나의 불안, 너는 누구냐

지구가 나를 끌어당긴 날

수면 위로 떠오른 진실, 그게 공황 발작이었다고?

내시경 한 번만 더 받으면 소원이 없겠네

다시, 공황과 마주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

고장 난 수도꼭지

너도 나도 공황을 고백하다

강아지 입양 후 알게 된 불안 장애 시스템


2부 -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

불안을 줄이려 이것을 끊고 저것을 취하다

뛰면서 즐기는 불안 한 잔의 여유

정신과 의사와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하다

명상에 실패한 이유가 있었구나

나의 불안을 바라본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제자리일 뿐

불안&공황, 이해받으려 너무 애쓰지 마세요


닫는 글

불안과 함께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