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병원에서 받아온 자료와 책, 인터넷의 힘을 빌려 나는 공황과 불안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양파 껍질 까듯 하나하나 새로운 정보가 벗겨질 때마다 공황 발작뿐 아니라 지난 몇 달간 원인도 모르고 괴로워했던 나의 머리 위로 환한 불이 비치는 기분이었다. 공황 장애는 불안 장애의 한 종류다. 불안 장애라는 큰 범주 안에 공황 장애, 건강염려증, 범불안 장애, 수면 장애, 강박 장애 등이 있는 것이다.
목 이물감, 뛰는 게 느껴지고 빨랐던 심장박동, 큰 숨을 쉬기 힘든 것, 피로감, 무기력, 근육 긴장감 그동안 내가 겪었던 것이 불안 장애의 증상이라고 했다. 물론, 여전히 다른 큰 병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거두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의료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고 병원을 바꾸어 가며 같은 검사를 여러 번 받는 경우가 많더라. 말 그대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나는 건강염려증과 공황이라는 불안 장애를 안고 있었다.
현대인 중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심지어 불안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 조건이라고도 한다. 만약 느끼지 못했다면 옛날 옛적 도망가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할 수 없어 맹수에게 잡아먹혔을 거라고. 하지만 그것을 느끼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심하면 병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근심, 걱정, 불안 등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병이 되면 내 경우처럼 신체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육체와 정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참이었다.
그렇다면 내 불안과 공황은 평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달고 사는 나의 성격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거실에 누웠을 때 머리 바로 위에 달린 조명등을 보면 저것이 내 몸에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을까 봐 불안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에 불이라도 났으면 어쩌지 하는 상상 또한 일상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비상식적이라 여겨지던 그런 걱정을 나는 자주 하고 살았다.
헬렌에게 받은 자료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불안한 사람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항상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나쁜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함으로써 만약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면 더욱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신체를 늘 경계태세를 만들며 긴장을 풀기가 어렵게 한다.
언젠가 남편이 말했다.
“여보는 왜 그렇게 걱정을 달고 살아?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어?”
“무슨 소리야! 미리미리 걱정을 하고 생각을 해 놔야 진짜 일이 벌어졌을 때 빨리 해결할 수 있어!”
미리 걱정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대비책인 줄 알았다.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 두면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막판까지 나쁜 상상을 몰아붙인 적도 많았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는데 쓰지 않고 항상 나쁜 일, 최악의 상황, 괴로운 모습들을 생각하는데 썼으니 탈이 안 나고는 못 배기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일들까지 그렇게 했으니.
공황 발작은 몸이 보내주는 고마운 신호라고도 했다.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귀 기울이라고 했다. 내 몸은 과연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려고 했던 걸까? 40 평생 내가 무시하고 넘겼던 메시지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강력하게 나에게 경고를 하는 걸까. 불안하게 살지 말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도대체 어떻게?
4주 뒤, 헬렌은 나에게 불안 장애를 진단했다. 아직 약물치료를 할 상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불안 증상이나 공황이 왔을 때 대처법(이것은 2부에서 풀 예정입니다)을 알려주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2주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나의 불안은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울’이라는 녀석이 따라오면서 상황이 한 번 더 뒤집어졌다. 이제까지는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이었다.
2막이 시작되었다.
* 영국 사는 용감한 주부의 불안 장애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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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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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나의 불안, 너는 누구냐
2부 -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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