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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Jul 01. 2019

월간 김창우 : 2019년 6월

하와이


6월은 시작과 함께 13일간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세 번째 하와이까진 글을 썼는데, 이번 여행은 쓰지 않았다.

컴퓨터, 짐벌, 셀카봉 등등 많은 장비들도 가지고 갔지만,

꺼내질 않았다.


지우에게 여행하며 글 쓰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셋째 날까진 일기처럼 한 페이지씩 잘 쓰며 따라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행까지 와서 글 쓰라는 잔소리를 하니 너무 꼰대가 된 기분이었고,

애한테 부담도 주기 싫었다.


그때부터 우린 나무늘보처럼 늘어졌다.

앞 세 번의 여행보다 훨씬 여유 있는 일정을 소화하며,

글도 쓰지 않았다.

tv로 류현진, 손흥민 경기를 봤다.

류현진이 너무 잘 던져, 해설자가 boring 하다고 표현했다.


가장 빨리 일어난 것이 9시 30분일 정도로, 온 가족이 늦잠을 잤다.

날씨도 계속 좋았고, 파도도 잔잔했다.

차를 끌고 나가도 막히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맛집도 몇 개 없었는데, 꼭꼭 씹으면 다 맛집이다.

해변에 가면, 물개랑 거북이와 닭들이 있었다.

닭들아, 니들도 수영 배우자.


카우아이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할 건 하자.

훗날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흔적은 남기자.

7월엔 카우아이 여행을 간단하게라도 적어 보기로.



수박


2주 만에 68kg가 61kg까지 몸무게가 빠진 이후, 살 찌우는 것이 정말 힘들다. 저울에 올라갈 때마다 스트레스다. 지난 1년 간 1kg 찌웠다. 아침에 62, 저녁에 63까지 왔다. 65 까지만 만들고 싶은데, 위도 작아졌고 입맛도 여전히 별로라 도통 살이 찌질 않는다. 투병 초기에는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들이라도 많았는데, 요즘은 딱히 떠오르는 메뉴도 없다. 그래도 더 빠지진 않으니 만족해야 하나. 조3모4, 오전에 63, 저녁에 64까지만 도달하면, 이제 집 나간 근육을 만들자.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2000년, 제주도에서 먹은 수박이다.

과외비를 만 원짜리로 두툼하게 받아 집으로 돌아오니 재성이(skt 박재성 부장)이 내 방에 와 있었다. 열쇠를 숨겨놓는 곳을 알고 있어서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녀석이다. 그 날은 제멋대로 비디오도 빌려와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재성이에게 두툼한 돈 봉투를 던져줬다. 내 돈이 니 돈이고, 니 돈이 내 돈이던 시절. 우리 둘은 이 돈으로 뭐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솔깃한 제안이 나왔다.


“우리 제주도나 갈까”  


우린 씨익 한 번 웃고, 가방에 속옷만 몇 개 넣고, 정확히 10분 후 집을 나섰다. 그리고 2박 3일간 내 봉투의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제주도에 있던 재성이 지인으로부터 차를 빌린 후, 우린 그 차를 타고 델마와 루이스처럼 돌아다녔다. 덤 앤 더머스처럼 인가.


밤에는 소주 한 병 사서, 청양고추를 벌칙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그때 기억 속의 수박을 먹었다. 당시 제주도에 수박밭이 많았는데, 우린 수박 서리를 한 후 이름 모를 바닷가로 가서 돌로 수박을 깬 후 반 통씩 들고 먹었다. 뜨거운 여름이라 수박도 따뜻했지만, 밭에서 막 따서 먹는 수박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혼자 수박을 먹다가 갑자기 그 날이 다시 떠올랐다. 수박 서리가 아니었다. 우린 수박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돕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그 뙤약볕 아래에서 수박을 따는 것을 도와드렸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고맙다고 수박 한 통을 주셨던 것이다. 난 왜 지금까지 20년을 수박 서리로 기억하고 있었을까. 친구들에게 허세 잔뜩 넣고 수박 서리한 걸로 MSG 치고 이야기한 것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았나 보다.


내가 잘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다시 곱씹어 봐야겠다.

알고 보면, 나 아주 착한 아이였을 수도.


원고


원고가 하나 있다. 제목은 '반려남편'이다.

작년 7월 17일 수술부터 오늘까지의 흔적이다.

아이들에게,

기쁜 때 기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플 때나 슬플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은

쉽진 않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병상에서 조금씩 쓴 글들이 원고로 남아 있다.


'반려남편'의 절반 정도는 월간 김창우나 인스타 그램에 담겨 있다.

나머지 반은 위의 '수박' 같은 시시껄렁한 글들이다.


출간 목적의 글도 아니었고,

그럴 퀄리티의 글은 아니나,

원고가 있으니 책으로 만들어놓고 싶다.

그래서 독립출판을 알아보았다.

책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편집하고, 어떻게 유통을 시키는지,

몇몇 블로그 글들을 봤다.

그러다 관뒀다.

귀찮았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누군가가 책 출판 프로세스가 궁금하거나,

요즘 잉여력이 폭발하고 있어서

본인이 독립출판으로 몇 부 만들어보고 싶은 분 있으면,

기꺼이 제 원고를 드리겠습니다.


영화 300편 리뷰


드디어 밀린 숙제를 했다. 영화 300편 리뷰.


내가 처음에 구상했던 내용으로 정리는 못했으나,

그냥 해치우고 싶었다.

편집 과정에서 5편이 사라졌는데, 찾기도 귀챦다.

이쯤에서 끝내자.

그래야 다음 숙제 '네 번째 하와이'도 시작하지.


https://brunch.co.kr/@boxerstyle/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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