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준비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2): 추천서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3): 웹사이트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4): CV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5): 커버레터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1): 인터뷰 준비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2): 인터뷰와 그 후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꽤 오랜만에 글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진작에 들었어서, 다음 글을 이어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지난 글에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사실 이 브런치 계정을 오로지 포닥 얘기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은터라, 어서 이 연재를 끝마치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공간으로 서서히 바꿔가야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터뷰 준비과정에 대한 말씀을, 다음 글에서는 인터뷰 상황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연락을 돌리셨고, 그 과정에서 본인을 PR하기 위한 자료들에 문제가 없었다면 이제 한 두군데씩 연락이 오기 시작할 것 입니다. 한달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 있습니다. 한 뭉치의 지원서를 보냈다고 거기서 손 놓고 기다리지 마시고 더 돌려보시고, 더 이상 연락할 곳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분야를 조금 더 넓혀보시고, 눈을 조금 더 낮춰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여긴 되어도 안 갈 것이다 싶은 곳은 연락을 돌리지 않는게 좋겠지만 경계선에 있는 곳이라면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면접 경험이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닥의 경우는 직접 불러서 하는 면접(온사이트 면접)까지 진행되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보통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같이 영상을 통한 텔레콘이 가능한 서비스를 이용해서 인포멀한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본인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지원한 랩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로 봅니다. 인터뷰의 형식에 대해서는 사바사, 케바케이므로 자세히 적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준비에 관한 팁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클리셰를 통해 전략을 한번 구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지피 : 상대를 잘 파악합시다. 이 과정의 핵심은 "어떤 질문을 받을 것인가"와 "어떤 질문을 할 것 인가"를 파악하는 것 입니다. 본인이 받을 질문의 범위는 분명 어느 정도로 한정되어 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이 범위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답변을 잘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넓어지겠죠. 그걸 다 준비할 시간은 없을 것이구요. 상대방이 관심있고 인상깊게 들을 질문도 분명 범위가 정해져 있을 것 입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주면 충분한 플러스가 되니 잘 준비하면 좋습니다. 아래 내용들에 대해 많은 조사를 통해 관심교수/랩의 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 이론, 접근방식 등에 친숙해지도록 하시고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 연구의 단점과 약점, 상대방도 역시나 궁금해할 것 같은 문제 등을 파악하시면 됩니다.
- 논문 : 구글 스칼라나 관심교수/관심랩의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다음 두 가지를 파악합니다. (1) 가장 유명한(많이 인용된) 논문/연구, (2) 가장 최근에 제출한 논문.
(1)의 경우는 구글 스칼라 프로필 통해서 쉽게 파악이 가능한데요 (피인용횟수로 정렬하기). 주의해서 살펴보실 부분은 피인용횟수가 높은 논문들이라 하더라도 그 논문들에 관심교수가 많은 참여를 했느냐입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이래저래 과제 참여 관계나 연구의 일부를 구현한 정도의 참여로 인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저자에 이름이 올랐다고 그 논문이 그 관심교수 메인 연구를 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요. 관심교수의 웹사이트와 기존 논문들 등을 통해서 이 논문이 진짜 그 랩의 연구인지, 주관심분야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입니다. 구글 스칼라 프로필이 없는 분인데다 교수나 랩의 웹사이트도 잘 관리가 되지 않은 경우는 논문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글 스칼라에서 교수의 이름과 연구 키워드로 검색을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상세검색(검색창 우축에 아래쪽 화살표 누르시면 상세검색 메뉴 이용 가능합니다)을 통하여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의 경우는 최근에 출판된 논문도 중요하지만 최근에 제출한(아직 출판은 안된) 논문도 중요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1)과 마찬가지로 구글 스칼라 프로필에서 출판년도로 정렬하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요즘이야 제출버전이나 preprint를 arXiv나 웹에 올려두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전에 컨택을 받았을 때 최근 논문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랩 학생들에게 컨택하는 방법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관심교수 당사자에게 문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가장 빠른 길일 것 같습니다.
- 과제 : 관심랩에서 현재 어떤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지 웹 검색이나 직접 문의를 통해 파악하시고 가능하면 이제 진행할 인터뷰가 어떤 과제를 담당할 사람을 뽑는 것 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세히 알수록 본인이 준비를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2. 지기 : 나의 연구를 잘 파악합시다. 이 부분은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연구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고 그간 많은 발표 등으로 단련이 되어오셨을 테니까요. 인터뷰가 포멀한 발표형태가 아니라면 자신의 연구를 여러 길이로, 예를 들면 3분, 1분, 30초 정도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셔서 상황에 맞게 사용하시고 디테일한 것들은 질의 응답을 통해서 부연설명을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인터뷰까지 보는 단계까지 왔다면 본인 연구에 대해서 관심교수가 대충은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 입니다.
보통은 포닥을 뽑으려 할 때 이 포닥을 어떻게 써야할지 큰 그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그냥 포닥이 한 명쯤 있으면 멋질 것 같아서 (포닥은 돈 많은 랩의 전유물이니까요) 뽑지는 않습니다. 거의 해야할 일이 아주 세부적으로 정해져있을 것 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관심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연구계획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그림은 그려져 있는 것이고 거기에 알맞은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니까요. 그렇지만 인터뷰에서 본인의 연구비전을 잘 어필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입니다. 관심랩/관심교수의 연구분야와 과제에 맞추어 커넥션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그 커넥션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면 됩니다. 본인이 가진 능력을 관심교수가 어떻게 최대로 활용해서 쓸 수 있는지 "본인 사용설명서"를 작성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꼭 많이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에 많이 겪었던 것인데 누구나 마지막에 질문이 없냐고 묻습니다. 한국에서 자라오고 연구해오신 분들의 경우 대개 이 과정에서 별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관심랩에 대해서 이미 많이 알고 있어서 궁금한 것도 별로 없고, 선생님한테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문화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고, 돈이나 처우 얘기를 묻는 것은 시기상조거나 무례한 것 같고해서 별 질문 없이 끝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진짜 궁금하지 않더라도 질문을 준비해야합니다. 서양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주 중요한, 그런 문화권에 속해있습니다. 질문이 없으면 지금까지 해온 대화에 대해 이해를 못했거나 관심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관심랩에서 하고 있는 연구 중에서 미비하거나 아직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 허를 찌르는 질문을 준비하는 동시에 본인의 해결책, 아이디어를 같이 고민하시고 인터뷰 하실 때에 같이 언급하시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번 글도 쓰고보니 뻔한 이야기만 적어두었네요. 그래도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