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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May 09. 2017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2)

인터뷰와 그 후

포닥으로 살아가기-프롤로그

포닥으로 살아가기-PI찾기(1)

포닥으로 살아가기-PI찾기(2)

포닥으로 살아가기-제안서작성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1)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2): 추천서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3): 웹사이트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4): CV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5): 커버레터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1): 인터뷰 준비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2): 인터뷰와 그 후

포닥으로 살아가기-오퍼

포닥으로 살아가기-알찬 포닥 기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

포닥의 커뮤니케이션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지난 인터뷰 준비에 대한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료를 잘 찾아서 공부를 많이 해뒀다면 인터뷰 당일에는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시기 바랍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훨씬 전부터 준비를 하시구요. 본인이 말할 내용과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스크립트를 직접 작성해보시면 좋습니다. 일단 영작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머릿속에 남게 마련입니다. 영작을 마쳤으면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글로 쓰는 영어와 입으로 말하는 영어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납니다. 딱딱하지 않게 구어체로 잘 수정을 마친 후에는 입에 많이 붙도록 소리내어 많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순서와 흐름, 단어들이 어느 정도 입에 붙은 후에는 스크립트는 더 이상 보지 마시길 빕니다.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외우려고 하다보면 어떤 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에 당황하게 됩니다. 그냥 머릿 속에 그 여러 단어들, 문장들을 담는 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시면 필요할 때에 유용하게 빼서 쓰실 수 있을 것 입니다.


면접장소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으로 준비하시구요. 혹시나 컴퓨터나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 다른 장비나 일반 전화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두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으로 스카이프를 시도해본다던지 그도 안되면 음성 통화라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물론 그런 테크니컬한 이슈들의 경우에 양해를 구할 수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다른 시간이나 날짜로 다시 인터뷰를 잡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시구요.


자신의 CV, 커버레터, 자신의 논문들은 출력하여 곁에 둡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관심교수/관심랩의 중요 논문들도 출력해서 가지고 계시구요. 준비과정에서 논문을 읽으시면서 여백에 중요 포인트(핵심요약, 궁금한 부분, 단점, 장점 등)를 정리해서 표시해두시면 모두 암기할 필요없이 해당 부분에 대한 대화가 이어질 때 그 페이지를 펼쳐서 정리해둔 것을 보시면서 기억을 해내시면 편합니다. 관심교수도 이런 자료들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할 확률이 높으니 필요할때 펼쳐보면서 답변하셔도 됩니다.


화상통화를 하게되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자료들이야 관심교수와 같이 논문의 특정한 부분을 찾아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크게 문제없지만 본인이 "컨닝"하고 싶은 자료가 있을 경우 컴퓨터 모니터를 잘 활용합니다. 꼭 렌즈를 보고 통화를 할 필요 없으니 (상대방 얼굴이 나오는 모니터에 시선이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요) 모니터 칸을 잘 나눠서 필요한 부분을 띄워두시고 유용하게 활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창을 바꿔가면서 이 자료, 저 자료 번갈아 띄워가면서 컨닝을 하게되면 눈에 띄게 되니 정말 꼭 필요한 것만 띄워두시고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는 벽을 많이 활용하면 좋습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인터뷰에 임하므로 벽에 쭉 붙여둔 자료들을 (보통 제 논문, 상대방 논문, 앞으로 관심있는 연구, 아이디어 등에 대해 요점 정리를 해둡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 보면서 참고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공들여서 정리를 해두면 그 과정에서 대충 다 외워지게 되고 이 자료들을 붙여두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효과 정도만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교수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할 수 있는 리액션은, 잘 듣고나서 (대안제시, 질문, 맞장구, 그냥 열심히 들음) 정도로 구분이 가능할텐데 앞의 두 가지가 이상적이고 이게 안될 것 같으면 맞장구라도 치시기 바랍니다. 맞장구라고하면 그냥 "오 굿, 예스" 정도가 아니라 "굿 아이디어고 내가 생각할 때에도 이런이런 이유로 그게 좋을 것 같다" 정도로 관심교수의 말을 paraphrase해서 내가 잘 이해했다는 정도의 시그널은 주실 수 있어야합니다. 이해를 못했으면 그냥 열심히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못알아 들은게 아니라면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러이러한 건데 그 의미가 맞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그냥 "다시 이야기 해주시겠느냐"고 묻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인터뷰 끝날 때 쯤에 관심교수가 아마 더 질문 없느냐고 물을 것 입니다. 그럼 이 때를 활용해서 앞으로의 타임라인에 대해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관심교수도 "내가 언제까지 답을 줘야 너가 다른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지장이 없겠나"하고 묻습니다. 포닥 뽑는데 딱히 데드라인이 없을테니 되도록 많은 사람들 인터뷰를 보려할 것이고 그렇게 마냥 기간을 늘려주다보면 분명히 본인보다 매력적인 지원자가 한 명 쯤은 나타날 것 입니다 (알고리즘 문제들 중에 secretary problem이라는 비슷한 문제가 있죠..ㅎㅎ). 그래서 생각하기에 본인이 유력한 후보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면 데드라인을 좀 짧게 주시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본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지원자를 받지 않고 최종 결정을 내릴테니까요. 


위 방법은 실제로 제가 효과를 좀 봤던 방법이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얼마 후에 다른 좋은 곳에서도 오퍼를 받았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의 교수님은 꽤 오랫동안 결정에 대한 답을 안 주시고 이메일 답도 바로바로 안와서 답답한 상태였는데요 (약 한 달 정도). 다른 곳에서 오퍼를 받자마자 제가 최종 시한을 드렸습니다. 여기서 오퍼를 받아서 답을 줘야하는데 언제까지 연락이 없으시면 오퍼 안주시는 걸로 알고 끝내도록 하겠다, 라고 했더니 거의 다음 날 오퍼를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진작 이렇게 연락 주셨으면 맘 고생 덜 했죠ㅠㅠ). 계속 여러 지원자들 인터뷰를 보는 상황에서 딱 맞는 지원자가 없어서 계속 지원을 받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잡은 물고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 종료하시고 제게 오퍼를 주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밀당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밑도 끝도 없이 밀다보면 영영 날아가 버릴 수 있고 너무 끌다보면 아 이 사람은 잡은 물고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중간 지점에서 잘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는 기계가 채점하는 것이 아니므로 되도록 표정을 밝게하고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가시기 바랍니다. 인터뷰가 끝나고서는 당일 안으로 꼭 Thank you 이메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예문은 구글링해보시면 쉽게 찾을 수 있을텐데 대강의 내용은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당신 연구와 당신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떠어떠한 부분에서 우리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더욱더 깊게 연구해나가고 싶다. 함께 연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더 필요한 무언가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란다." 정도로 짧게 쓰시면 됩니다.


인터뷰가 끝나면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옵니다. 고생하셨지만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곳에 계속 컨택을 하시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채우시면 좋습니다. 대략 답을 주기로 한 날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면 메일 하나 정도 간단히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상대방이니 재촉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 여기까지 "준비"에 관한 내용은 다 끝이 났습니다. 다음 글은 아마도 포닥이 되기 전까지 상황에 대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은데요 (오퍼 받은 후 등등).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준비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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