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 (커리큘럼비태)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2): 추천서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3): 웹사이트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4): CV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5): 커버레터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1): 인터뷰 준비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2): 인터뷰와 그 후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로 달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CV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CV는 Curriculum Vitae의 약자인데 라틴어로부터 왔고 뜻은 대략적으로 "The Life"라고 합니다. 따라서 본래는 본인의 인생을 정리해둔 문서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학계 외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력서, 즉 Resume (레쥬메)를 사용하고 학계에서는 이 CV를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본인의 학문, 연구와 관련된 인생의 여정을 정리하는 문서로,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됩니다. CV를 많이 봐오신 분들은 눈으로 금방 흝어봐도 그 주인이 살아온 연구 인생의 그림이 그려지실 것 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초짜 박사는 아직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시기는 아니겠죠. 앞으로 CV를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계획이 더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하는지에 앞서, 어떤 포맷으로 어떤 방법으로 만들지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다음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latextemplates.com/cat/curricula-vitae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LaTeX(어떻게 읽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고 레이텍이라고 읽는 경우가 많고 라텍이나 라텍스라고 읽는 분들도 가끔 봤습니다)라는 문서 작업용 언어를 아용하여 논문도 쓰고, 레터도 쓰고, 이런 CV도 만들고 합니다. 이 언어의 목적은, 연구자가 레이아웃이나 문서의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좋은 출판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만들어져있는 포맷을 불러오면 문서 작성자는 내용만을 채워넣으면 프로그램에서 알아서 그림도 배치해주고 정렬도 해주고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숙달된 사용자에겐 워드 프로세서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수식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공계 계열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거의 필수와 다름없습니다(라고 생각해왔는데 워드를 쓰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아무튼 배우시지 않은 분들은 꼭 배우시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워드에 비해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한번 배우고 나시면 이보다 편할 수가 없습니다.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구글링을 해보시면 금방 쉬운 설명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위 링크에 가시면 다양한 형태의 CV 포맷이 있는데 (전부 LaTeX 형식입니다) Plasmati Graduate CV가 제일 무난하게 보입니다. 위 사이트 외에도 구글링을 해보시면 다양한 포맷이 있는데 마음에 드시는 것 찾으시면 됩니다. 가독성 좋은 것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보통 논문을 쓸 때에 Times New Roman 폰트를 많이 쓰므로 익숙함을 위해 동일한 폰트를 사용하시는 것도 가독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의 것을 빠른 시간에 흝어봐야하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익숙한 포맷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성을 돋보이게 하겠다고 튀는 디자인(위 링크 리스트에서 제일 첫번째 것 같은?)을 사용하신다면 안 좋은 쪽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무난하고 많이 사용되는 포맷을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자 그럼 내용과 순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맨 위에는 본인의 이름과 Contact Information이 들어가야겠죠. 메일링 주소, 이메일, 웹사이트, 전화번호 (국가번호까지 표시) 정도를 적으시면 충분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Research Interests인데 가장 관심있고 많이 연구해온 토픽부터 나열하시면 되고 1-2줄 안에 간략하게 적으시면 됩니다. 지원하는 곳에 맞게 그때그때 순서를 조금씩 조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지원하는 곳에 맞춘다고 그 중에 제일 관심 없는 토픽을 맨 앞으로 끌어오는 등은 좋지 않겠죠.
자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은 Education이죠. 미국식인지 영국식인지 서양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최근 것이 맨 위로 올라와야합니다. 학업도 논문도 경력도 모든 것이요.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양적인 사고방식은 배경과 이유 등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처음 사람을 만날 때에 나이를 묻고 고향을 묻고 졸업학교를 묻고 등등의 "호구조사"를 한 후에야 대화를 트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와 반대로 서양에서는 (제가 서양을 다 경험해보지 못해 "미국에서는"이 더 맞겠군요) 배경보다 "주제"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길가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인사도 하고 대화도 술술하고 그러죠. 마치 오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가 끝나면 등 돌리고 갈 길을 갑니다. 가벼운 대화는 통성명도 안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문화적 차이는 논문쓰기나 연구발표에서도 나타납니다. 동양계 학생들은 논문을 쓸때 주제문장을 쓰기 위해서 막 열심히 설명합니다. 왜 그래야하는지 당위성에 대해서 충분히 탑을 쌓은 다음 그 정점에 마지막 문장으로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주제문을 딱 놓습니다. 동양적 사고방식은 그게 맞거든요. 그래서 상대방을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야합니다. 하지만 영어식 글쓰기는 다릅니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주제를 먼저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문단의 첫 문장이 주제문이 되고 그 뒤에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고 근거를 댑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다시 한 번 정리를 통해 끝맺음을 하구요. 발표에 있어서도 동양계 학생들은 인트로가 깁니다. 열심히 탑을 쌓아올리다 하고싶은 말은 뒤에 가서 합니다. 미국 교수님들은 이런 발표를 굉장히 답답하고 지루해 합니다. 바쁜 분들이다보니 늘 핵심을 먼저 듣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그 핵심의 근거가 궁금해지면 다음 이야기를 열심히 귀기울여 듣습니다. 저도 박사학위 초반에 이런 방식의 글쓰기와 말하기가 익숙하지 않아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어 글쓰기에 대한 팁도 브런치 글로 한번 작성해보겠습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곳을 샜네요. 이메일을 쓰시거나 대화를 하실때 참고가 되실 것 같아 적어보았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이거가면 Education에서는 박사 학위부터 학부까지의 순서로 적습니다. 출신학교, 전공, 졸업년월, 지도교수, 졸업논문명 정도가 들어가면 좋구요. GPA가 좋다면 옆에 적으셔도 됩니다. 특별히 우등졸업(Summa Cum Laude 등)의 성과가 있다면 꼭 적어주시구요. 학과 석차가 나오는 학교라면 몇 명 중에 몇 등 (우수한 경우에만) 정도 적어주시면 눈에 띕니다.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다 하신 분들이라면 궁금증이 있으실 겁니다. 미국 교수들이 과연 한국학교를 알까? 이건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많은 학교에 계신 분들은 보통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정도까지는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 학교에서 유학을 많이 나오기도 하고 우수한 학생들도 많고 동료 교수들 중에 한국인이 있다면 대부분 저 세 학교 출신이니까요. 그래서 서카포 출신이라면 소위말하는 "학교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연대와 고대까지도 아실 수 있습니다. 고대는 영어로 하면 Korea University니 몰라도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결국엔 개인차가 클 것 같습니다. 연륜이 많으신 분들은 그 동안 워낙 많은 연구자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재직 중인 학교는 유명한 학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겠죠. 젊은 신임교수부터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보자면 서카포 외에는 출신학교로 인한 덕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 이제 그 다음부터는 상황에 맞게 순서를 조정하게 되는데 필요항목들을 적어보자면
- Research Experience: 소속연구기관, 연구내용, 연구지도자, 기간
- Teaching Experience: 소속기관(학교), 과목명, 티칭내용, 기간
- Work Experience (Professional Experience라고 적기도..): 소속기관/회사, 팀, 업무내용, 매니저(직속상관), 기간
- Publications: 저널/학회별 논문들, 최근 순서로 정렬
- Presentations: 학회, 워크샵 등에서 직접 발표한 것들
- Patents: 특허 있으면
- Skills: 분야별로 정리 (저 같은 경우는 프로그래밍언어, 로봇하드웨어, 로봇소프트웨어 등으로)
- Honors and Awards: 수상실적, 수여기관, 수상년월
- Professional Activities: 학회활동, 논문리뷰어, 연구와 관련된 강연 등등
- Other Activities: 연구와 덜 관련된 활동들이지만 학과내 학생회 활동 같이 소속 기관과 관련된 활동들
- Personal: 개인적인 활동 중에 리더십을 나타낼 수 있다던가 하는 내용들
- Reference
굵은 글씨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나머지는 눈에 띄는게 있으면 적으시고 없으면 빼도 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순서는 포닥지원이라하면 Research와 Work와 Skills가 위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티칭이 중요한 자리라면 Research 다음에 Teaching이 올라와야겠구요. 중요도가 비슷해서 뭘 우선해야할지 모르겠다 싶은 항목들이 있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줄수 있는 것을 위에 배치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그럼 내용을 어떻게 써야하는 가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다른 항목들은 단순히 기관명, 사람이름, 기간 이런 것을 적는게 많아서 팁이랄 것이 없고.. Research에 대한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Ph.D. Candidate Aug 2011-May 2016
ABC Lab, ABC University, Advisor: Dr. John Doe
* 연구주제1
- 설명1
- 설명2
* 연구주제2
- 설명1
- 설명2
이런 형식으로 들어가게 될텐데요. 연구주제는 간략하고 1줄을 넘지 않게 적으시고 설명들도 되도록 1줄 안에 끝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설명에는 본인이 직접 한 것에 대해 쓰는데 동사로 시작하십시오. 예를 들면 뭔가를 모델링했다고 하면 Modeled XX 로 시작하세요. 동사형으로 시작하는 것이 액티브해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설명 2에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적으시려고 노력하세요. Reduced the modeling error from 10% to 5%.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요. 설명1로 끝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구요. 간결하게 중요한 것만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설명에 많이 쓰이는 동사들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대체로 Designed, Implemented, Analyzed, Applied, Formulated, Developed, Investigated, Validated, Integrated와 같은 동사들을 이용했네요.
Work 경력에서도 비슷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면 해당 항목에 Led..로 시작하는 설명을 쓰실 수 있을 것이고.. 여기선 프로젝트 설명도 필요할 것이고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eaching의 경우는 그냥 채점하고 오피스아워 갖고 하는 평범한 TA였다면 과목명 정도, 어떤학기에 했나 정도면 충분하고 Lecturer였거나 그에 준하는 TA였다면 무엇을 가르쳤는지에 대해서도 써주면 좋겠죠.
Skills는 해당항목은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나열하시고, 각 해당항목 내에서는 본인이 더 잘하는 것 순서로 적으시면 됩니다. 보통 얼마나 익숙한지에 대해서 그 수준을 적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 Language: C++ (strong), Ruby (familiar), Python (intermediate)
와 같은 방식으로 적을 수 있겠죠. 아니면 아래와 같이 그 수준별로 나눠서 적을 수도 있겠구요. 본인에게 맞는 양식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Proficient: C++, C, Java
* Familiar with: ...
Reference의 경우는 지도교수님들 포함해서 2-3분이면 충분합니다. 지도교수님들의 경우는 따로 안물어보시고 CV에 적으셔도 되지만 그 외 분들께는 이런이런 이유로 제 CV에 레퍼런스로 넣고 싶다고 여쭈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 적힌 연락처는 CV주인에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그 주인에 대해 알고 싶을때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는 의미거든요.
자 오늘은 이만 글을 끝맺겠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같은 분야에 있는 교수님들의 CV를 많이 찾아보셔서 참고하세요. 사람들의 눈에 익숙하고, 잘 읽히고, 간결한 CV가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컨택" 시리즈의 마지막이될 커버레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