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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Jan 18. 2017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1)

내 메일 좀 씹지 마시오...

포닥으로 살아가기-프롤로그

포닥으로 살아가기-PI찾기(1)

포닥으로 살아가기-PI찾기(2)

포닥으로 살아가기-제안서작성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1)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2): 추천서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3): 웹사이트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4): CV

포닥으로 살아가기-컨택(5): 커버레터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1): 인터뷰 준비

포닥으로 살아가기-인터뷰(2): 인터뷰와 그 후

포닥으로 살아가기-오퍼

포닥으로 살아가기-알찬 포닥 기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

포닥의 커뮤니케이션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잠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어서 짬 난김에 밀린 포스팅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컨택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컨택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음 글에서는 첨부할 문서 (커버레터, CV, 추천서, 개인웹사이트 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매번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제 경험과 주변인들의 조언에 한정된 내용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내용만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앞서 PI찾기를 통해 대략 30개 정도의 랩을 찾았다면 이제 연락을 시도해야할 것 입니다. 미국의 Research University 중에서 30개 정도면 탑스쿨부터 어지간한 주립대까지는 다 커버가 될 것 입니다. 거기에 한 학교에 관심랩이 하나 이상일 수도 있으니 대략 20-30개 대학 정도가 포함될 것입니다. 자신이 박사를 한 곳보다 동급이거나 더 좋은 곳 (사실 이 기준이 좀 애매하죠. 이 "급"에 대해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맞추시기 바랍니다.)에서 포닥을 하는 것이 좋다는게 제 지론인데요. 좋은 학교에서 박사를 하셨으면 컨택할 곳의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더 늘어날 수도 있을텐데요. 너무 많은 관심랩은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커버레터를 "복붙"하게 되는데 관심랩에 특화되지 않은 커버레터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집중해서, 공들여서 제대로 연락을 할 수 있는 곳만 최대한 추려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일정 수 이상은 컨택을 해야하는 이유는, 연락을 해도 절반 혹은 그 이상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교수님들은 하루에 수백통의 이메일을 받는데, 그 중에 상당수는 박사과정 자리 없냐, 포닥 자리 없냐 묻는 메일들이고 대부분은 읽혀지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공을 들일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연락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면 이제 컨택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직접 만나라!

준비가 철저하게 된 상황이고 관심랩이 적당한 관심 정도가 아닌 정말 엄청 무지 어마무시하게 가고 싶은 곳이고 그 랩에서 뭘 하는지 꿰고 있고 뭘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는 랩이라면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해외에 혹은 다른 주에 위치하고 있는 이 랩을 과연 어떻게 방문할까요? 다짜고짜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학회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각 분야마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학회가 일년에 몇 개씩 열리죠. 본인이 잘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논문 발표를 안하더라도) 학회를 갑니다. 비행기값 비싸니 발표할 논문이 없다면 젤 가까운 곳으로 가세요. 교수님께서 보내주시면 금상첨화구요.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학회에서 제공하는 Travel award는 대부분 발표논문과 관계가 없으니 지원해보시기 바라고 학교나 학과에서 제공하는 것도 잘 알아보시구요. 


그런 학회에는 관심랩의 PI들도 대부분 참석할 것 입니다. 저자 리스트를 한번 검색해보시면 참석여부를 미리 가늠해보실 수도 있구요.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만나고 싶다고 컨택을 합니다. 메일을 보낼땐 관심 표현과 만나고 싶다는 용건만 간단히하고 가독성 좋은 CV를 한 부 첨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속을 미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님들은 보통 학회에 가면 오랜만에 만난 동료 학자들과 담소도 나누고 연구 이야기도 하고 또 자기 학생들 발표 챙기고, 세션 체어하고, 가족과 오신 분들은 가족도 챙겨야하고 그러다보면 많이 바쁘십니다. 학회장에서 발견했다해도 선뜻 그 사이에 끼어들어가서 그들의 대화를 끊고 분위기를 망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일단 교수님들의 기세에 눌리기도 하구요. 언어의 장벽도 있을 수 있지요. 화술이 굉장히 좋은 분들은 (그것도 영어로) 그 방법도 괜찮겠습니다만 저 같이 학술영어만 해오신 분들은 과감히 포기하시지요.. 아무튼 포닥을 뽑으려 하시는 분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를 스카이프로만 하면 면접자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구요. 그렇다고 초청해서 인터뷰하자니 비행기값, 호텔비 부담해야하니 주저하게 되구요. 그래서 학회에서 이렇게 짬을내서 만나는 것이 그 분들에게도 좋습니다. 부담없이 연락하세요.


대신 이 방법은 본인의 밑바닥까지 까발려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스카이프 인터뷰에서는 화면에 필요한 자료를 띄워놓고 "컨닝"하는 등의 꼼수를 부릴 수 있는데 직접 대면하면 오로지 머릿 속에 있는 지식만을 끄집어 낼 수 있겠죠. 덜 준비된 경우에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2. 지도교수님을 통한 컨택

연락을 하고 이렇든 저렇든 어떤 답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성공률이 높습니다. 직접 연락해봐야 대부분 답을 안하거나 굉장히 상투적인 답이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지도교수님의 인맥을 이용하세요. 분명 이런저런 네트워크(교수님의 지도교수님, 박사과정 시절 같은 랩 동료들, 공동연구 등을 통해 연이 닿은 분들, 학회 커미티 활동을 통해 만난 분들 등)가 있을 것 입니다. 교수님께 CV를 드리고 그것을 관심랩 PI들에게 보내주시며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본인의 연구 포트폴리오 웹사이트가 있다면 그 링크를 보내는 것도 좋구요. 그리하여 PI들 중 관심 보이는 분들이 있으면 직접 연결이 될테니 그때 커버레터를 정식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구 쏟아지는 컨택메일은 바로 버려져도 지인이 보낸 메일은 최소한 읽어보고 짧게라도 답을 합니다. 저의 경우 제가 초창기에 한 10군데 이메일을 보냈을 때 2건 정도만 답을 받았는데 교수님 통해서 연락을 하니 이틀 안에 모두 답이 오더라구요. 대부분 지금은 뽑을 돈이 없다는 얘기였지만요. 그래도 그런 랩들은 리스트에서 지울수라도 있었으니 아주 큰 도움이었습니다.


3. 내부자를 통한 컨택

만약 관심랩에 건너건너서라도 인연이 닿는 학생/포닥이 있다면 off the record하에 여러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학생이 한국사람이라면 더 좋겠지요. 한국분의 경우는 인연이 닿지 않아도 (같은 분야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건너건너면 다 아는 사이겠지만)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관심랩은 아니더라도 같은 학과에 한국분이 있으면 분위기 등을 전해듣기 좋을 것 입니다. 해당랩 박사과정 혹은 포닥의 경우 그 분들께서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면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시길 조심스레 부탁드려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생면부지의 사람인 경우 그 추천이 별로 임팩트가 없을 것 같습니다. PI에게 몇가지 합리적 근거를 들어 추천이 가능한 인연들(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 같은 랩 출신 등 본인의 학문적인 강점을 파악할 수 있는 관계)을 통해서만 부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4. 직접 컨택

직접 컨택은 사실 성공률이 굉장히 낮은 방법입니다. 저도 약 30군데 연락을 돌려봤고 그 중에 답을 받은 것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은 교수님을 통해서 컨택을 해서 답을 받은 경우입니다. 물론 답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곳은 "복붙"으로 커버레터를 작성한 곳이어서 더욱 그렇겠습니다만 상당수의 경우 읽히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직접 컨택할 경우 이메일의 제목을 잘 붙여야합니다. 이메일에 모든 정보를 다 넣으세요. 저의 경우는 "Seeking a postdoc position from 학교이름 (graduating in 졸업시기)"으로 썼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유명하신 경우는 괄호안에 졸업시기 대신 교수님의 이름을 써도 좋습니다. 전부다 쓰기엔 제목이 너무 길어지니 졸업시기를 빼는 것이지요. 졸업을 하신분이면 학교 대신에 현재 소속을 쓰셔도 좋고 졸업한지 얼마 안된 분이면 그냥 학교 이름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둘 중에 더 임팩트 있는 것을 적으세요. 메일은 지메일, 네이버 메일 이런 것 말고 학교나 직장 계정으로 보내시길 추천합니다.


이메일의 내용은 커버레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 말씀드릴 내용) 처음엔 커버레터를 따로 PDF로 작성해서 서명까지 해서 첨부했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메일 열고 또 첨부파일까지 열어야 이 사람이 구체적으로 뭘 해왔고 뭘 하고 싶은지 알수 있게 된다면 바쁜 사람 입장에서 상당히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메일 본문에 커버레터를 작성했습니다.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1) 어떻게 연락하게 되었다, (2) 내 연구는 이러이러하다, (3) 내가 당신과 하고 싶은 연구는 이러이러하다, (4) 나의 앞으로 커리어 플랜은 이와같다, 이 정도로 채워넣으시면 되구요. 앞으로의 연구계획(3)에 대해서 많은 시간 및 지면 할애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보면 기존 연구부분에 많이 집중하게 되는데 그건 CV에 다 적혀있고 PI가 궁금하면 본인의 논문을 찾아읽어볼테니 너무 많은 내용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저는 하드카피를 출력해서 우편으로도 커버레터와 CV를 보냈습니다. 정말 관심있는 랩들에만요. 이게 큰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중 한 곳에서 지금 일하고 있구요. 열정과 성의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행착오 1. 처음에는 두세군데 보내놓고 여기서 연락오면 또 다음 랩들에게 연락해봐야지, 하면서 띄엄띄엄 메일을 보냈는데요. 그 과정이 불필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면 그 처음 두세군데에서 연락이 안올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처음 메일을 보내고 나면 곧 답을 받을 것만 같은 희망에 가득찹니다. 막 기대됩니다. 신납니다. 아 내가 드디어 컨택메일을 보냈구나.. 하면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묵묵부답인 날들이 하루이틀 며칠 훅훅 지나가고 그 밖에 다른 일들로 바쁘다보니 이렇게 한 달 이상을 아무 진전없이 낭비했었습니다. 한 주 딱 정해놓고 하루에 몇 건 이상씩 CV를 보내서 그 중 답 오는 것들부터 인터뷰를 준비하든 리스트에서 지우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 2. 초반에는 관심랩을 너무 제 박사 주제쪽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10곳 남짓했나요? 본인 연구와 굉장히 유사한 연구를 하는 랩으로 30군데 이상 찾기가 쉽지가 않죠. 조금의 오버랩이 있고 그 쪽에서 저의 연구에 관심 있어할 것 같으면 다 리스트에 포함시키세요. 그리고 다 연락해보세요. "과연 이 랩에서 나한테 관심이 있을까? 없겠지? 에이 그럼 연락하지말자!" 이게 가장 안 좋은 스토리입니다. 그 고민과 판단은 그 랩에서 할 것입니다. 본인의 몫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메일 보낸다고 밑지는 것 없잖아요.


시행착오 3. 한번 메일 보내고 답이 없으면 그냥 포기했습니다. 한번 정도는 확인 메일 보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 받는 메일이 너무 많다보니 나중에 읽으려고 남겨뒀다가 그냥 잊혀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이번 글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다음 글이 너무 늦어지지 않길 스스로에게 바랍니다. 라이크, 구독, 공유 등의 반응이 새 글을 쓰는데 많은 자극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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