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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Oct 21. 2016

가을운동회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파아란 가을 하늘푸르른 잔디.

그 사이를 가르며 펄럭이는 만국기.

정말 얼마만에 만나보는 풍경일까요.


첫째아이가 크긴 컷나 봅니다.

벌써 아이 운동회를 가보네요.


"이런 날씨엔 어디든 나가야겠네"

아빠가 집에 있으면 화창한 창밖을 보면서

5살답지 않은 말로 협박(?)하던 큰아이.


그렇게 화창한 날, 온가족이 왁자지껄 문밖으로 나서니,

운동회가 무언지는 몰라도 굉장히 유쾌한 일이란건 느껴지나 봅니다.



처음보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차가 들어서자,

익숙한 선생님들의 얼굴이 하나 둘 보입니다.

이내 유치원 친구들이 보이자 아이는 신이 나서 난리입니다.


"영채는 아빠가 담배를 피신데"

"보성이네는 유럽에 갖다왔데, 지난달에"

"지율이는 엄마가 데릴러 와서 2호차 안타구 걸어가"

매일같이 조잘대던 아이의 이야기속 인물들을 오늘 다 만나겠군요.


어느새 목 좋은 나무그늘 아래는 돗자리가 가득합니다.

외할머니의 손을 끌고 서둘러 가던 아이는 갑자기 우뚝 멈춰섭니다.


"곽~서~윤~!!!"

목이 터져라 외치길래 운동장 반대편에 있는줄 알았습니다.

"아, 이친구가 제일 친하다는 서윤이야?"

"예쁘게 생겼구나, 안녕!"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조금은 어색한 부모들간의 인사가 오고가고,

서둘러 서윤이네 옆자리에 돗자리를 펴봅니다.

일년에 한번 만나는 견우직녀 마냥, 두아이는 손도 놓지 않고 있으니까요.


타다닥~!

펼쳐진 돗자리 옆으로 능숙하게 유모차를 만들어둡니다.

가운데엔 부스터(아기의자)를 장난감과 같이 조립합니다.

둘째아이를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과 같은 것이지요.


요즘 걸음마 연습이 한창인 둘째는 

위태위태의 결정판입니다.

자칫 학교 시멘트 바닥을 구르기라도 할까봐

아내는 노심초사지요.


"픽~픽~! 어린이 여러분!"

아, 오랜만인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웁니다.

어느새 모두 모일 시간이 되었나 보네요.



능숙한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깡총깡총!

신이난 아이들은 알수없는 소리를 지르며 아기토끼들 마냥 뛰어다닙니다.


"아빠,엄마들은 아이의 양옆으로 서주세요~"

방송이 이어지자, 

"우리 아빠야, 아빠"

"우리 엄마야, 엄마~"

여기저기서 엄마아빠 인증에 여념이 없네요.

어른들은 어색한 인사나누기에 또 여념이 없지요.


간단히 원장님의 개회사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달리기 준비를 위해 빠집니다.



"하나, 우리는 사회자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한다"

부모님 선서의 마지막 문장처럼,

사회자는 능숙하게 아빠엄마들을 리드합니다.


"자, 먼저 가져오는 팀에 100점 드립니다! 출발!"

가져오는게 무언지도 모르고 아빠들의 대열에 섞여 냅다 뜁니다!

아쉽지만(?) 멀찌감치 승부는 끝이 났네요~

가장먼저 깃발을 가져온 두 아빠가 앞에 서지요.


"자, 두분은 오늘의 응원단장입니다. 응원점수가 제일 큰거 아시죠?"

선물로 노오란 쫄쫄이 옷도 손수 입혀 줍니다.

순간, 저의 부족한 달리기 실력이 참 고맙게 느껴지네요.


쫄쫄이 타이즈를 입고 댄스타임!

누가 강요한것도 아닌데 아빠들은 막춤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유치원 가족들 모두 육아 스트레스를 하늘 높이 날려 버립니다.




"또 4등이야?"

흙먼지를 날리면 달렸건만, 어째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보기와 다르게(?) 운동은 그닥인 저는 어린시절 달리기엔 별로 소질이 없었네요.

대신 단체종목은 저를 뺄 수 없지요!

장애물 넘기, 박터트리기,

치열한 응원전까지!

친구들과 함께 할때 분위기 메이커는 언제나 저였죠!


비록 잘 뛰진 못했지만,

운동장을 가득채우는 응원과 함성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높고 푸른 하늘을 수놓은 만국기 아래,

친구들과 이리저리 부딪히며 굴렀던..

'가을운동회' 가 주는 싱싱함은 이런 기억들이 만든 것이겠지요.



"언니,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거야?"

"가을운동회 같은 남자, 
건강하고 건전하며, 명랑하고 씩씩하고, 예민하지 않은 남자"

   -  드라마 '결혼의 여신' 중  -





"난 참, 우리 유치원이 좋은것 같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좋은 운동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가 비밀얘기처럼 저에게 건넵니다.


아이의 머리 위, 높은 하늘에 수 놓아질

오늘의 추억처럼,

건강하고 씩씩한 아빠가, 그리고 남편이 되어야겠지요.

가을운동회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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