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1부_ 술과 취미
두 번째 잔.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사회생활하려면 주스는 마실 줄 알아야지.
주스 잘 마셔요? 오렌지 주스 두 병?
아마도 회사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생활하려면 술은 마실 줄 알아야지.
술 잘 마셔요? 소주 두 병?
알코올이 1% 이상 포함된 음료.
우리는 그 음료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저 ‘잘 마시는지’ 물어본다.
"취해서 맥주를 못 마시나? 배불러서 못 마시지!”라고 사뭇 자랑처럼 이야기하다가도 맥주가 맛있냐는 질문엔 맛은 무슨,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지. 분위기가 좋아서 마시는 거지. 하며 넘어가곤 한다.
그러다가 중독되면 어떻게 해요?
일주일에 얼마나 많이 마셔요?
술을 좋아하고 즐긴다고 말했을 때 으레 듣게 되는 우려 섞인 질문들. 잘해야 하지만 좋아하면 안 되는, 적당히 거리를 둬야만 안전한 철창 속 야수 같은 존재가 술이다.
온종일 SNS를 하다 보면 문득 우울해지곤 한다. “맨날 인터넷만 하니?”, '인터넷 중독'과 같은 말을 들으면 은연중에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시간을 낭비한 것 같고, 그런 기분을 잊으려 더욱 SNS 몰두하게 되고, 잔소리하는 가족이나 친구와는 점차 멀어지게 되고, 그러면 더욱 SNS에만 빠져들게 되고…
1970년대에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한 마리씩 철창 속에 격리된 쥐와, ‘생쥐 마을’에서 키운 쥐에게 마약을 탄 물과 그냥 물을 주었다. 생쥐 마을에서 쥐들은 마음껏 놀고, 연애도 하고, 새끼도 낳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격리된 쥐들은 마약을 찾게 된 반면에 똑같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생쥐 마을의 쥐들은 중독되지 않았다. 중독과 관계의 단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2000년. 포르투갈 국민의 1%가 헤로인 중독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중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격리를 하였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했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었던 정부는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우리가 알고 있던 중독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 모든 마약류를 합법화하고 중독자들을 사회와 격리하고 차단하기 위해 사용하던 비용을 심리치료와 그들이 사회로 돌아가 직업을 구하고 다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활비용으로 사용했다. 예를 들면, 중독자를 고용하면 급여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15년 후, 포르투갈의 마약 중독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알코올 중독,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만화 중독, 쇼핑 중독, 음식 중독 … 우리는 온갖 중독의 딱지를 붙이며 놀이의 대상을 경계의 대상으로, 즐기는 사람을 잠재적 중독자로 만든다. 그러나 진정 중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경계심, 근거 없는 비난의 목소리, 관계의 단절로 짜인 무미건조한 격리의 철창이다. 중독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의 사회가 ‘중독된 쥐’를 만들어내는 철창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Lin, L.y. et al. 2016. Association between social media use and depression among U.S. young adults. Depress Anxiety, 33: 323–331.
Alexander, BK., et al. 1981. Effect of early and later colony housing on oral ingestion of morphine in rats.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 15 (4):571–576.
Hari J. 당신이 중독에 관해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TED.com. 2015.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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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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