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 뿐일까?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1부_ 술과 취미
두 번째 잔.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로마시대의 백과사전을 저술한 대 플리니우스 (Pliny the Elder)는 해장음식으로 날 올빼미 알을 띄운 와인이나 튀긴 카나리아를 추천했다. '자유의 여신상'의 두상이 공개된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날달걀에 우스터소스, 타바스코 소스, 소금, 후추를 뿌린 해장 칵테일 ‘프레리 오이스터 (Prairie oyster)’가 처음 소개되었다. 목마름, 메스꺼움, 두통, 피로… 만취의 필연적 결과물인 숙취 덕분에 술을 마시는 문화는 늘 해장 문화와 함께했다. 해장술, 해장국, 이온음료, 과일주스, 바나나, 피자, 토스트, 베이컨, 칡즙까지.
술을 ‘술’로 만드는 것, 우리를 취하게 만드는 것은 ‘에탄올’이라는 알코올 성분이다. 에탄올은 분해 과정에서 독성을 지닌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었다가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동양인의 약 40%는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오랜 기간 몸 안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남아있게 된다. 쉽게 얼굴이 붉어지고 숙취도 심하다면 안타깝지만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는 에탄올뿐 아니라 메탄올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알코올이 생성된다. 에탄올 분해가 끝나면 우리 몸은 에탄올의 친척뻘인 메탄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생기는 포름알데하이드와 포름산이 숙취를 심하게 하는 범인이다. 때문에 숙취는 술이 깰 때쯤 가장 심해진다. 해장술을 마시면 메탄올의 분해가 멈추고 다시 에탄올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분해되지 않은 메탄올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렇다. 기분 탓이 아니라 해장술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말이면 파도치듯 전 세계 사람들이 ‘숙취’를 검색한다. 한해의 끝과 시작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첨단 과학은 알코올 중독에 대한 집요한 관심에 비해 숙취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
1950년 이후 술에 대한 논문 65만 건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숙취에 대한 논문은 단 406건에 불과하다. 숙취해소제에 대한 임상 연구는 15건뿐이었고, 그중 절반 정도만이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과학자들은 말한다: 숙취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술을 덜 마시는 것이라고. 그러나 숙취 해소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기에 그들은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숙취는 과음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숙취마저 없다면 사람들이 술을 더 마시거나 중독될까 봐 걱정돼서? 축제와 과음과 숙취는 태초부터 늘 함께 존재했지만 ‘중독’이라는 낙인이 술과 얽히기 시작한 것은 1849년부터이다. 불과 17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심한 숙취가 음주량을 줄여준다는 이 믿음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굳이 연구 결과까지 필요할까?
술이 싫은 사람은 숙취가 없어도 마시지 않고, 좋은 사람은 숙취가 있어도 마신다. 술에 대한 의존은 술을 좋아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의지할 것이 술 밖에 없을 때 온다.
인사를 나누고, 술을 나누고, 즐겁게 웃고 떠들고, 마시고, 놀고. 아련한 축제의 기억을 뒤로하고 홀로 맞이하는 아침의 숙취는 외롭다. 때로는 서럽다. 더 마시고 죽으라는 의미가 아닌, 숙취와 외로움은 덜고 그날의 즐거움은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건네는 숙취해소 음료 한 병, 매일 ‘숙취’를 검색하는 전 세계 천오백만 명의 찌푸린 얼굴을 밝게 해주고픈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숙취에 대한 연구. 정신없이 오고 가는 술잔이 아니라 세심하게 오고 가는 배려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된다. 술자리는 바로 그 배려를 나누고 확인하는 자리여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Rebecca Rupp. From fried canary to pickled plums, history’s questionable hangover cures. National Geographic. 2015.
The alcohol hangover. Edited by Verser JC. Current Drug Abuse Reviews. 3 (2), June 2010.
Huss M. Alcoholismus chronicus, Stockholm und Leipzig. 1852.
프루프: 술의 과학. 아담 로저스 저, 강석기 옮김. MID 출판사.
'3편 중독의 두려움에 중독되다'로 이어집니다!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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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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