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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하다 Sep 02. 2017

04. 취향은 내 자신의 거울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1부_ 술과 취미

네 번째 잔. 취향은 내 자신의 거울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매춘부를 사랑했다. 평생 변변한 직업 없이 가족과 친지의 용돈으로 살았고, 난봉꾼이라는 동네 사람들의 탄원에 구금되기도 했다. 결국은 자신의 꿈만 좇다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삶을 사는 이가 가족이라면, 친구라면, 내 주변에 있다면, 무슨 충고를 해 줘야 할까?



생계에 대한 걱정이나 돈을 버는 문제는 기껏해야 질병 같은 거야.
그것을 위해 사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거야.


37살에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는 그런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새장 안은 부족함이 없다. 굶어 죽을 걱정도 없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이곳을 떠나야 함을 직감한다면 새는 새장을 벗어나려 새장을 물어뜯고 머리를 찧는다. 자유롭게 날고 싶은 그 욕망은 단지 '금지된 것에 대한 변태적인 욕구'일까? 헛된 희망일까? 만약 그렇다면 고흐의 그림 또한 몽상가의 부질없는 꿈의 찌꺼기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흐를 단지 방종한 삶을 산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끝내 자살로 마무리된 위험한 삶이라 말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예술을 추구한 삶의 표본으로 느낀다. 그림에 대한 그의 욕구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 - 자유롭게 날고,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자 하는 새의 욕구 - 와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육체에서 비롯되는 온갖 욕구와 욕망이 단지 조절하고 절제해야 하는 위험한 대상이라면, 왜 본능적 욕구만 가지고 있다는 짐승들은 배가 터져 죽을 때까지 먹기만 하지 않을까? 반면에 왜 이성이 있는 인간은 폭식증, 거식증을 앓을까?



행복은 선행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선함 그 자체이다. 우리는 속된 쾌락을 절제함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서 저속한 욕망을 억제할 힘을 얻는다.

- 스피노자



철창 안에 홀로 갇힌 쥐는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타인에 의해 재단된 삶의 감옥을 잊기 위해 마시는 술은 진정 그가 원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가 날지 못해 제 깃털을 뜯듯 자신을 학대하고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로부터 강요된 욕구가 아닌 진정한 나의 욕구를 알고 자연스레 해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욕구는 저절로 일어났다가 사그라진다. 끊임없는 불만족과 욕구불만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끝없는 욕구가 아니다.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하는 끝없는 불안감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철창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 타인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속물적인 취향까지도 스스로 대면하고 솔직하게 인정했을 때 취향은 비로소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고 만들어 간다.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라면으로 배를 가득 채우지는 않는다. 소스 한 입도 남기지 않고 음미하듯이 한 잔의 맥주를 음미하자. 그 맛과 향, 기분 좋은 취기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준비하자. 맛보지 못한 수많은 맥주를 다 마셔 보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을 잃어서 마시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맥주를 좋아한다면 누가 뭐라 해도 내 욕구를 마주하고 당당하게 즐기자. 




행복은 그때 찾아온다.






참고문헌

빈센트 반 고흐 작, 신성림 역.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1999.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에티카.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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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6. 맥주는 취미가 된다 - 트라피스트 맥주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4. 맥주와 치즈의 나라 벨기에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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