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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하다 Sep 06. 2017

0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1부_ 술과 취미

다섯 번째 잔.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오후의 나른함을 태우는 담배 한 개비와 자판기 커피. 블랙, 설탕, 밀크가 커피의 전부이던 시절, 밥값보다 비싼 원두커피는 '별난 사람들의 유난 떨기’였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커피전문점은 편의점만큼이나 많아졌고, 이제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신다고 ‘된장남', ‘된장녀'라 부르기도 머쓱할 정도로 원두커피는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볶은 원두를 사다가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로스터, 에스프레소 머신, 드리퍼 같은 커피 도구까지 갖추고 다양한 품종의 생 원두를 사다가 직접 볶아 마시는 사람들까지. 정성스레 온도를 맞춰 내려 산딸기, 레몬, 계피니, 초콜릿이니 하는 온갖 향을 느껴가며 마시는 커피는 그렇게 일상용품에서 취미생활이 되었다.



오늘날 커피 전문점에서 그냥 “커피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서점에서 “책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듯이,

빵집에서 “빵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듯이,


각자의 취향이 존재하는 모든 대상에는 선택지가 있다.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오백 주세요.



오랜 시간 동안 맥주가 가졌던 단 하나의 이름. 우리의 맥주는 취미도, 취향도 아닌, 담배 태우는 시간 으레 한 손에 쥐고 있던 자판기 커피 같은 존재였다. 인스턴트커피의 쓴맛을 설탕과 프림으로 가리듯 맥주의 쓴맛은 최대한 줄였다. 술자리의 주인공은 안주이고 맥주는 굳이 메뉴판을 보고 고를 필요도 없었다. 잠을 깨우기 위해 마시던 자판기 커피처럼 맛보다는 취하기 위해 마셨다. 맥주만으로 취하기엔 배부르니 소주를 타서 마시기도 한다.



... 20여 년 동안의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마셔온 ‘한국인의 맛에 가장 맞는 커피’를 강조하면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 1990년 11월 17일, ‘겨울철 커피 광고전 뜨겁다’, 한겨레 신문.


... 국내 최초의 냉동 건조 커피로 …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1996년 12월 27일, ‘가격보단 고품질・디자인이 인기 비결’, 한겨레 신문.


한국인 입맛 맞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맥주’ 1위 지키며 고급화・해외 진출로 새 시장 개척
- 2016년 8월 22일, '불황 뚫은 한국기업 <7> 오비맥주’, 조선비즈.


… 국내 맥주 업체들은 “오해다. 소비자 입맛에 맞춘 것이다.”라고 반박하면서도…
- 2017년 2월 28일, ‘[취재파일] 한국 맥주는 진짜 맛없을까?’, SBS 뉴스.



 '한국인의 커피 입맛'에 대한 수십 년 전의 기사와 '한국인의 맥주 입맛'에 대한 지금의 기사가 놀랍도록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우연일까?  1987년 커피에 대한 수입 자유화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로 다양한 커피가 소개되고 또 직접 맛볼 수 있게 되었다. 1998년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는 ‘테이크 아웃 커피’의 탄생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원두커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커피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인스턴트커피의 점유율은 2014년 1/3로 감소했다. 그 사이 전체 커피 시장은 1.5배 성장했다. 원두커피의 맛을 알아가며 커피를 즐기는 사람 또한 늘어난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한국인의 커피 입맛’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커피를 알고, 관심을 가지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될수록 하나의 입맛이 아닌 각자의 취향은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 ‘한국인의 맥주 입맛’은 쓴맛이 적고, 상쾌하고 톡 쏘는 청량감의 맥주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에서, 마트에서, 무엇보다도 새롭게 생기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다양한 맥주를 접한다면, 이를 통해서 맥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아 간다면, 20년 후의 ‘한국인의 맥주 입맛’은 어떻게 변해 갈까? 





참고문헌

[뉴투플러스] ‘커피 코리아’・・・’커피’ 권하는 ‘한국’. 2015년 9월 14일, 뉴스투데이.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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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6. 맥주는 취미가 된다 - 트라피스트 맥주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4. 맥주와 치즈의 나라 벨기에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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