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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하다 Sep 14. 2017

2부 01. 맥주의 의미의 의미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2부_ 나만의 취향 탄생

첫 번째 잔. 맥주의 의미의 의미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혓바닥 가장 깊숙한 돌기 하나하나까지 찔러대는 탄산에 급하게 먹은 팥빙수처럼 머릿속이 울려댄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어 김이 빠질 때까지 기다린다. 유리잔 너머 방울방울 지는 거품이 잦아들면 달곰함 속에 스쳐 가는 가벼운 쓴맛에 취하기엔 어중간한 알코올 도수에 바쁘게 오가는 말들에 말라가는 입안을 적셔주는 맥주란, 아니 술이란 단어는 언제까지나 만남과 관계와 떠들썩함의 조연이란 의미였다.


그것이 나와 나의 ‘맥주’였다.





처음으로 맛보았던 한 모금의 트리펠.


일상의 한순간 귓가를 파고들어 결국에는 카페의 주인에게  노래제목을 물어보게 되고야 마는 것처럼 따르는 순간부터 퍼져나오는 향기와 무심코 지나치려던 뒷덜미를 잡아채는 진한 술기운은 나와 나의 맥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맥주’에는 낯선 의미가 더해졌다.


‘의미’의 의미는 뭘까?

 

나에게 진짜 맥주의 의미는 뭘까?


너에게 맥주의 의미는 뭐니?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트리펠 (Tripel)


1956년 벨기에의 베스트말레 (Westmalle) 수도원이 만든 트라피스트 에일에 트리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부터 하나의 맥주 스타일로 굳어졌다. 보통 4-5도인 일반 맥주보다 높은 도수를 강조하기 위해 가장 높은 도수인 9.5도의 맥주를 트리펠, 7도의 맥주를 듀벨 (Dubbel)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렌지, 레몬, 바나나 등의 과일 향과 후추와 같은 향신료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과 잘게 부서지는 샴페인 같은 탄산이 특징이다. 베스트말레 수도원에서 가장 먼저 이 이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모든 트리펠이 트라피스트 에일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브루어리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며, 이들은 한데 묶어 트리펠, 혹은 벨지안 스트롱 에일이라고 부른다. 짙은 갈색이나 검은 빛을 띌 경우에는 벨지안 스트롱 다크 에일로 부르기도 한다.


벨지안 에일 (Belgian ale)과 벨지안 스타일 에일 (Belgian-style ale)의 차이


벨기에에서 생산된 에일을 '벨지안 에일', 벨지안 스트롱 에일, 벨지안 화이트 에일 (Belgian white ale)등 벨기에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스타일의 맥주를 벨기에 이외의 나라에서 생산할 경우 '벨지안 스타일 에일'이라고 한다. 1997 미국 쿠어스 (Coors)는 자신들이 만든 블루문 (Blue moon)맥주를 ‘벨지안 화이트 에일’이라고 광고하며 판매했다. 이에 벨기에 양조 연합은 항의와 소송을 통해 블루문의 이름을 ‘벨지안’이 아닌 ‘벨지안 스타일 화이트 에일’로 바꾸도록 한다. 맥주 라벨에 '벨지안 스타일 에일' 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벨기에가 아닌 나라에서 생산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나의 첫 트리펠


바나나를 머금은

풍선껌 속 날숨에는

기분 좋은 솔 향기가

숨어있어.





참고문헌:

Max Nelson. 2005. The barbarian's beverage: A history of beer in ancient europe. University of Windsor.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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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6. 맥주는 취미가 된다 - 트라피스트 맥주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4. 맥주와 치즈의 나라 벨기에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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