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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하다 Aug 11. 2017

0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연재 중
맥주 초보가 맥주 애호가가 되기까지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일상 이야기 


제 1부_ 술과 취미

첫 번째 잔.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illust by @eummihada - 음미하다



창조적이고 열정적이며 활달한 사람.



지적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 어떤 사람일까?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술 마시는 사람'이다. 오늘날 학술 대회를 뜻하는 단어인 심포지엄 (symposium)은 본디 술을 마시는 연회를 의미했다. 그들은 술을 마시기 전에 잔을 하늘 높이 들거나 술을 조금 따라버렸는데, 신에게 바치는 이 한 모금의 술이 서양 건배의 기원으로 추정된다. 그것에서부터 함께 마시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오늘날의 건배가 탄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일리아스’에는 이타카의 영주 오디세우스가 아킬레우스의 건강을 위해 건배한다.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는 의무이기도 했다. 로마 원로원에서는 한때 끼니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하고 술을 마시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웠던 여진족에게는 아이가 태어나면 연회를 베풀어 손님들에게 술과 과일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다. 손님들은 답례로 동전, 금은보화, 안장을 얹은 말 등을 선물했다. 주최자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건강을 위하여

Santé (Sahn-tay) 프랑스
Prost (Prohst) 독일
¡Salud! (Sah-lud) 스페인, 남미


만취하는 것 자체가 축제의 목적인 경우도 많았다. 중세 초기 영국의 축제에서는 둥근 바닥의 술잔을 사용했는데, 이는 무조건 잔을 비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손님들은 잔을 비운 후에야 테이블에 잔을 뒤집어 세워놓을 수 있었다. 이 잔을 ‘텀블러’라고 불렀다. 18세기 조지 4세는 왕자 시절 와인잔의 받침을 잘라버려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이 잔을 비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잔을 비우자!

건배!
干杯 (Gan bay) 중국
乾杯, かんぱい  (Kan-pie) 일본
Bottom’s up! (혹은 bottoms up!) 미국
Fenékig (Fehn-eh-keg) 헝가리



청나라가 막 서양과의 교역을 시작했을 무렵 중국의 항구에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하여 포르투갈어와 힌디어가 마구 뒤섞여 사용되는데, 이렇게 발생한 독특한 언어를 '비둘기 영어 (Pigeon English)' 라 불렀다. ‘친친’이라는 건배는 “감사합니다", 혹은” 안녕"이라는 인사말에 중국인들이 "請請 (ch’ing-ch’ing)"이라 대답했던 것에서 따와 유럽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중국어권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표현인 듯하다). 의미와 기원은 어떻든지 간에, 마치 잔이 부딪히는 것 같은 이 소리는 곧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건배의 언어로 사용된다.


짠!

Cin cin (Chin chin) 이탈리아
Tchim-tchim 포르투갈
Tim-tim 브라질
Chinchín 스페인
Tchin-tchin 프랑스
Chin-chin 영국



이렇게 건배의 한마디에도 인간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 술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했고 그 이후 늘 인간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술, 술에 대한 인식, 술에 대한 비난, 술을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 우리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일주일에 2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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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 자체도 우리의 삶에서 음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제 1 부

1-1.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上 - 지금 마시는 술은 내가 선택한 한 잔인 가요?

1-2. 술을 도대체 왜 마시는 걸까요? 下 -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건배해야 할까요?

2-1.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上 - 다 함께 술 마시며 회식하면 하나가 되나요?

2-2.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下 - 숙취를 방지하려면 적게 마시는 방법뿐일까?

3. 즐기는 사람도 잠재적 중독자 - 쥐들은 외로움에 적응하기 위해 마약을 했다?

4. 취향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5. 한국인의 커피, 한국인의 맥주?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입맛은 존재하는 것일까?

6. 맥주는 취미가 된다 - 트라피스트 맥주


제 2 부

1. 맥주의 의미의 의미 - 낯선 의미의 맥주, 벨지안 스타일 트리펠

2. 맥주의 이름 - 맥주 알코올 도수가 와인이랑 비슷해?

3. 자꾸만 이름은 늘어간다 - 세상에 존재하는 100가지가 넘는 맥주

4. 맥주와 치즈의 나라 벨기에

그라폴리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www.grafolio.com/story/19374


페이스북에는 맥주와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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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Rump, R. Cheers: Celebration drinking Is an ancient tradition. National Geographic, 2014.

- Zhu R. et al., A social history of medieval China.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

- Col. Yule H., and Burnell AC. Hobson-Jobson: A glossary of colloquial anglo-indian words and phrases, and of kindred terms, etymological, historical, geographical and discursive. London,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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