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디자인 미팅
다섯 번째 디자인 미팅.
대청의 창에서는 살이 사라졌고, 현관은 예쁜 문양의 창호로 교체되었다. 수많은 한식 창호 문양 중 숫대살이나 아자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따로 명시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음에도 미팅을 거듭하며 자연스레 건축주의 취향을 반영해 주는 게 참 매번 놀랍다. 트인 창호를 통해 마당이나 하늘을 양껏 눈에 담으면서도 살의 단정한 그림자를 함께 즐길 수 있기에 대청은 분명 아주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될 것이다.
서쪽 테이블 공간에서 침실로 이행하는 부분에는 단이 생겨났는데(침실이 높아진 셈), 이건 어찌할지 정말 고민이다. 생활하는 데 있어서는 단이 없는 편이 가장 안전하고 또 편리하겠지만, 어느 정도 입체적인 구조가 생김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시선이나 마음의 변화, 또는 재미 같은 것도 무시할 수 없으니 며칠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밖으로 달아낸 침실의 서쪽 창 같은 경우 창틀의 높이를 좀 더 낮춰서 "베이 윈도(Bay window)"처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정말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꼭 가지고 싶었던 요소다. 빠위 역시 즐겨 사용하는 공간이 될 거라 확신한다.
마당에는 마사토를 깔고 싶다. 잘 다듬어진 석재로 포장을 하는 편이 여러 측면에서 가장 좋겠지만, 그건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집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 뭔가를 심지 않고 계속 비워두더라도, 또 당분간 먼지가 좀 날리더라도, 우선은 마당에 흙을 담고 싶다.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 중 유독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작품은-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삼성미술관 리움, 교보타워(강남)- 볼 때마다 목이 마르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 건조해 보이는 색상의 벽돌과, 인지하기 어려운 창문의 크기 때문 아닐까 한다. 이런 이유에 더해서 구옥들을 수선할 때 바닥부터 지붕 밑까지 꽉 채워 마구잡이로 외벽에 쌓아대던 모습 때문에 붉은색 벽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외부 입면에서는 내적 갈등이 좀 있었다. 수선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외벽에 '사괴석(四塊石)만은 쓰지 말자'라고 했던 터라 기대가 컸는데, 하필 적벽돌이라니! 하지만 시간을 두고 보다 보니 회벽과 목구조 그리고 지붕과 어우려 졌을 때의 조화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이 집에 쌓여있는 적벽돌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는 매우 좋았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빠위네 집의 기본설계. 뭔가 '이제부터 본 게임'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가진 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용기밖에 없다. 계속 힘을 내보자.
2021.10.20. 가구 가전 사이즈 조사
2021.10.22. 두 번째 디자인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