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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팡이꽃 Dec 30. 2017

어제 일기

곰팡이꽃의 <노래로 그린 하루 Track.14>

■ Track 14. 어제 일기





■ 가사


아직 어제를 간신히 붙들고

그리운 옷깃의 냄새를 찾는다


내일로 향하는 바쁜 걸음 사이로

어제의 향기로운 그대를 만났다






■ 그리고 노래 이야기 | '어제를 간신히 붙들고'


1.

위 사진의 만남으로 만들어진 노래.


한 지하철 역 출구 앞에서 장애인 한 분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10년도 더 전에는 명동 같은 번화가에 이런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천 원을 바구니에 넣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다 늘어져 더욱 구슬프게 들리는 찬송가 카세트테이프를 튼 채 양 손으로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없이 살아오신 탓인지 아버지 살아생전 언제나 그러셨고, 어느 순간 나 역시 아버지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 날까지는 대부분 그랬다.

신도림에서 지하철에서 내린 뒤 감은 눈을 번쩍 뜨고 바구니에 담긴 돈을 세는 그 사기꾼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

몇 년을 들고 다녔을지 모를 그의 닳고 닳은 바구니 안에는 내 천 원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달아나 두 눈을 '번쩍!' 떴을 때 나의 연민이라는 감정도 함께 달아났다.


그 이후 15년 정도 그들의 바구니에 돈을 넣은 기억은 없다.

헌데 지난주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 역 밖으로 나왔을 때 만난 사진 속의 아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

입술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 탓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아저씨에게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 생각난 가사를 메모한 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왔다.

다시 돌아와 보니 역시나 그 누구도 구걸행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추위에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아저씨와 늘어진 찬송가 카세트테이프가 구슬프게 합창을 하고 있다.


2.

아저씨를 보니 15년 전쯤 진탕 술을 퍼마시고 홍대에서 탔던 지하철 2호선 막차의 노숙자 아저씨가 생각났다.

당시 그렸던 그림을 꺼내 앨범커버로 사용.






다운로드 http://xgambit.blog.me/221174338792



▶ <노래로 그린 하루>는?

- 그림을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노래를 그림으로 만들기도 하는 '곰팡이꽃'의 노래로 그리는 하루


 즐기시는 방법

1. 그림을 봐주세요.  >  2. 영상을 재생하시면 노래가 나옵니다.  >  3. 주저리 적힌 글을 읽어주세요.

첨부파일을 다운로드해 들으실 수도 있어요.


 '곰팡이꽃'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이런 잡끼(?)를 부리나?

- 문화, 음악, 동물을 사랑하는 듸자이너

- 못 나가는 유쾌한 미남 록큰롤 밴드 [패닉스위치] 기타/보컬. 2008년 결성. 안 팔리는 EP앨범 3장 보유.

- 홀로 포크 프로젝트 [곰팡이꽃]. 2005년 첫 발매 음반 수익으로 3만 원 벌어 5만 원어치 술을 쏜 대인배.


 더 보기

Blog : http://xgambit.blog.me

Youtube : http://www.youtube.com/mouldflower

Facebook : http://www.facebook.com/mouldflower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mouldflower


▶ 무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도 더 전에 발매했던 곰팡이꽃 [옆집남자] EP 모두 듣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PJ-aTiL9Y7za7dGMVY3Gi2jOQpAVMgp


▶ 패닉스위치는 이런 노래를 합니다. <패닉스위치-못생겨서 죄송합니다>





■ '곰팡이꽃' <노래로 그린 하루> 앨범 만들기 프로젝트 다른 노래들



Track. 13 <미칠 것 같은 날>


Track. 12 <투명인간>


Track. 11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Track. 10 <예술이 밥은 먹여주더냐?>


Track. 09 <종일 비>


Track. 08 <없고>


Track. 07 <베개맡에서>


Track. 06 <Low-Fi, Low Life>


Track. 05 <돈 버는 기계>


Track. 04 <왜 울고 있어?(부제:다리 위의 남자)>


Track.03 <일으켜 세워줘>


Track.02 <괜찮아>


Track. 01 <그대가 그랬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자매품 1 - <인생 그냥저냥> 시리즈



자매품 2 - <뭐라고 말 좀 해봐> 시리즈


자매품 3 - <애니멀! 아나 뭐?> 시리즈


자매품 4 - <하루 낙서 또 하러 왔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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