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지난 글에 이어 <제로 투 원>을 13장 '테슬라의 성공'을 읽고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씁니다. 페이팔 마피아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의 성공에 대해서는 마치 창조적 독점의 전형인 듯이 비교적 긴 분량으로 설명합니다.
테슬라만이 유일하게 성공한 청정기술 기업이라고 설명하며, 다른 청정기술 기업이 실패한 이유로 중요한 질문을 놓쳤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일곱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우리의 서비스에 질문을 적용해 보면 다음 내용에 수긍하게 됩니다.
좋은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많은 '불운'을 만나게 될 것이고, 사업을 실패할 것이다. 일곱 가지 모두를 제대로 공략한다면 운명을 지배하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여섯 가지만 제대로 답해도 성공할지 모른다.
기업들은 10배의 개선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점진적 개선은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개선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략> 새 제품이 10배가 훌륭할 때만 고객에게도 제품이 명백히 우월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얼마 전에 대기업의 신규 서비스 기획 내용을 들을 때, 내부의 이해관계자 한 사람이 실제로 최종 사용자가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한 말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편의 아래 내용을 떠올려 보면 피터 틸에게 기술은 창조적 독점을 위한 필수 요소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직적 진보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기술Technology'이 된다. 최근 몇십 년간 빠르게 진보한 IT 기술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기술'의 메카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반드시 컴퓨터 기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모두가 '기술'이다.
첫 번째 기준에 대해 피터 틸은 테슬라를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테슬라는 다른 회사들의 의지할 만큼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었다. 다임러Daimler는 테슬라의 배터리팩 기술을 사용했고,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는 테슬라의 구동 장치를, 토요타는 테슬라의 모터를 사용했다.
그리고 지난 5월 포드와 GM이 모두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테슬라의 충전 방식은 명실공히 북미 표준이 되었습니다.
나와 파트너들은 우리 회사의 역직구 서비스에 대해 너무 빨리 진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일이 있어서 적절한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확실하게 체감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차지할 명확하고 현실적인 계획이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또한, 지난 우여곡절 속에서 '명확하고 현실적인 계획'의 부재를 확인하고 꿈같은 계획이 아닌 현실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이 있어서 피터 틸이 강조하는 바를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테슬라는 시기에 대한 판단도 제대로 통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들은 넉넉한 보조금이 끝없이 흘러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테슬라를 잘 아는 몇몇 분들은 일론 머스크가 보조금을 수령하는데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곤 합니다.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이 특정 문제를 뛰어나게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특정 기술에는 관심이 없다. 작은 시장에서 특별한 해법을 독점할 수 없다면 곧 치열한 경쟁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위 문장을 읽으며 안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역직구 서비스 이외에 시도했던 기술 이전 서비스는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로 최근에 새로 기획한 '클라우드 ITO 서비스' 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죠. 이는 제가 고안한 방식이라 애초에 경쟁이 없고, 제품 릴리즈가 특정 고객사에 맞춘 방식으로 독점일 수밖에 없다는 강점이 있습니다.[1]
피터 틸의 테슬라에 대한 독점 판단은 다음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하위 시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바로 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 시장이었다.
스포츠카로 시작한 후에 모델 S로 나아간 전개는 알지 못하던 사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내용입니다.
세일즈맨 타입의 경영자들은 자금을 모집하고 정부 보조금을 확보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고객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데는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못하다. 파운더스펀드에 있던 우리도 이런 사태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가장 분명한 단서는 옷이었다. 청정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돌아다녔다. 아주 큰 적신호였다. 진짜 기술 전문가들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책의 10장에서도 후드티가 나오는데, 복장이 그렇게 중요한 신호일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서로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이 다른 집단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근래에 권도균 님의 페북에서 읽은 글이 있는데 유사한 맥락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저는 세일즈맨 타입의 경영자 유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분들과 파트너 관계를 구성하며 내가 할 일과 나보다 그들이 더 잘하는 일로 나누고 '느슨한 결합' 형태의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터 틸은 조금 더 단호한 방법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자가 미팅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는 회사는 제외한다'라는 일반 규칙을 정했다. <중략> 우리 팀의 통찰은 우리가 훨씬 빠르게 진실에 도달하게 해 주었다. 최고의 세일즈는 숨어 있다. 제품을 팔 수 있는 CEO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세일즈맨처럼 '보인다면' 세일즈를 잘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고 기술은 더 모를 것이다.
'보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 본질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굉장히 공감하는 문장입니다.
제품을 전하고 파는 것은 적어도 제품 자체만큼 중요하다
체험까지 동반한 공감은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아니라 사용에서 가치가 나오기 때문에 '릴리즈 우선' 정책을 취하는 저의 기조가 유통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드러커에 감동하기 시작한 기사 중에 하나였던 <새로운 제조업 이론>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배웠습니다.
새로운 비용 개념은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재정의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원가 회계 시스템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노동을 전혀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완제품 재고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새로운 제조 회계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매몰 비용'(회계 용어가 아닌 경제학 용어다)으로 간주된다. 재고로 쌓여 있는 물건으로는 어떤 수익도 거두지 못한다. 비싼 돈을 묶어 놓고 시간을 잡아먹는 셈이다. 그 결과 높은 시간비용이 발생한다.
테슬라의 유통은 거의 애플과 흡사하고, 딜러 중심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유통을 너무나 진지하게 생각한 나머지 유통체인 전체를 직접 소유하기로 결정했다. <중략> 처음에는 돈이 더 많이 들지만, 고객 경험을 통제할 수 있고 테슬라의 브랜드를 강화해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절약된다.
<반드시 해야 할 존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편에서 충분히 다뤘던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피터 틸의 테슬라 평가는 이렇습니다.
테슬라는 선발주자이면서 누구보다 바르게 움직인다. 이 말은 곧 향후 몇 년간 뒤에 오는 기업들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테슬라의 행보와 주가 등을 보면 피터 틸은 예언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대중이나 관습에 기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는 <거듭제곱법칙 그리고 숨겨진 비밀 찾기>편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청정기술 기업의 모든 사람들은 더 깨끗한 세상이 필요하다는 보편화된 관습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테슬라는 어떻게 했을까요?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7가지 질문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기업가는 거시적 차원의 통찰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는 없다.
다음 문장은 아무리 중요한 시장에 있더라도 7가지 질문에 준비된 경우만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에너지 문제에 대한 뛰어난 해법을 제공하는 회사만이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무리 어느 분야가 중요해도 그저 참여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1] 물론 확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이 글의 주제와 거리가 멀어 해당 내용을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