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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24. 2024

심신을 밝게 깨어 주변의 변화를 주시하기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지난 글에 이어 페벗 김영식 님이 쓰신 <조심하게 되는 것>이라는 글을 바탕으로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인지 혁명의 부작용으로 얻은 '나'에 대한 집착

다발말[1]인 줄 알 정도로 긴 포기말[2]입니다.

객체 안에 고립되어 있던 신경망이 다른 객체들의 신경망에 긴밀하게 연결되며 사용하게 된 생각은 창조성과 가능성을 향상하는 대단한 기능이지만 그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 '나'에 대한 집착이 요구됩니다.

신경망이 다른 객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최근에 배운 '접화(接化)' 개념을 활용해 볼까요? 우선 접화가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接化는 한국말에서 ‘接化하다’로 쓰이는 것으로서 만나는 것을 뜻하는 接과 되는 것을 뜻하는 化로 이루어져 있다. ‘接化하다’는 무엇이 누구를 만남으로써 어떤 것으로 달라지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접화 과정에서 우리의 두뇌 안에서 생각으로 만들어 낸 상상의 산물을 언어 따위의 수단을 통해 다른 이들의 머릿속으로 옮겨갈 수 있는 일을 뜻하는 듯합니다. 이와 유사한 현상에 대한 풀이를 <바로 보고 녀기는 역량 그리고 바탕을 함께 하는 대화법>을 쓸 때도 했었죠.

정교한 표현인지 의심이 가지만 이런 현상을 '인지 혁명'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김영식 님은 '나에 대한 집착'을 부작용으로 말합니다.


집착은 착취를 낳는다

김영식 님의 글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고민할 필요는 생략해 줍니다.

집착은 착취를 낳으며 과잉됩니다.

과연 우리는 착취를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하지 않고 있을까요?

생명체 중에서 같은 종을 잡아먹거나 착취하는 일이 흔하지 않은데, 인간은 인간에 대한 착취를 통하여 문화 기술적 발전의 동력을 얻었습니다.

간단치 않은 질문입니다. 한편, 우리가 '쪽인 나'로 존재한다는 한국말의 바탕에 대해 최봉영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이유를 알게 되는 듯합니다.

한국사람은 누리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 쪽과 쪽으로 함께 해서 어떤 것으로 되어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나’라는 것도 저마다 하나의 쪽으로서 다른 것과 함께 하는 어떤 것으로 여긴다.

우리가 사회의 일부이고,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착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착취하는 일에 봉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식 님이 지적하는 부작용의 양상은 더 심각하게 펼쳐지기도 하는 듯합니다.

그런 양상은 개인에게도 그대로 반영되어 인간은 스스로의 심신을 억압하고 착취합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황당한 일을 자행하겠죠?


심신을 밝게 깨어 주변의 변화를 주시하자

깨달음이란 표현은 가끔 무겁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위축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깨달음은 이 집착과 착취의 허구성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포기말을 만날 때. 내가 '조심한다'는 것은 그(?) '조심한다'가 아닌가 하는 분별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결과로 과잉된 생각이 점차 쉬어져서 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 포기말을 다시금 제가 지금의 묻고 따짐을 처음 쓰던 때의 느낌을 상기시켜 줍니다.

조심하는 것은 자신의 심신에 밝게 깨어 있는 것이며 주변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입니다.

심신을 밝게 하는 일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산 긴 시간의 무게로 어쩌면 생명체로써 당연한 일을 무시하던 삶을 떠올린 것이죠.

이렇게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이 적당히 쉬어지며 조심하게 되는 현상은 깨달은 사람에게 예외 없이 진행되는 과정의 일입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1.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 점으로도 또 선으로도 대할 수 있는 일상

3. 차리다에서 알고리듬으로 나아간 나의 기록

4.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5. 일상에 마주하는 감정과 문제를 비슷하게 인식하는 법

6. 불안이 알려준 비움과 채움의 경계

7. 일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한다

8. 생각 과잉 상태와 생각 걷어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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