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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11. 2022

책과 대화 연결하기와 대화용 인터페이스

아기발걸음 실천법 No. 13

지난 3월 5일 비행기안에서 책을 펼쳤던 때에 머리속에 맴돌던 생각을 글로 바꿔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활동은 대부분 거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주고 받기와 물물교환이 사회적 활동의 원형이란 생각이다. <Give and Take>라는 책도 읽기 대기 중인데, 그 이유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실제 연관성이 있는지는 뒤에 다뤄보기로 하고, 먼저 I/F 라고 표기한 나의 인터페이스 개념에 대해 먼저 쓴다.


내가 말하는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전공(이학석사)으로 컨설팅을 시작한 나에게 인터페이스(Interface)는 너무나도 빈번하게 쓰는 개념이다. 화학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이 분자를 다루는 것에 비견할 수 있으려나? 초기 프로젝트에서는 인터페이스 식별 자체가 업무인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키텍트 역할을 주로 하면서 규모와 용도가 다른 다양한 유형의 인터페이스를 취급했다. 거기에다가 컨설팅을 하면서 추상적인 수준에서 표현과 소통이 늘었고, 어느샌가 인터페이스를 말할 때 아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습성이 생겼다. 다시 말해서 나에게는 매우 탄력적으로 쓰는 편리한 표현이지만, 상대방은 굉장히 모호할 수 있는 상황을 오랫동안 방치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중에 지난 4일 동료를 코칭하다가 I/F란 표현을 자연스럽게 썼다. 그가 물었다. "I/F가 뭐냐?"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기억인지라 따끈따끈해서 강화가 일어났다.


Inter + Face =  對面 = 만남

내가 탄력적으로 쓰는 인터페이스란 말은 Inter + face에 가깝다. 그래서 한자어로 對面(对面)이라 해도 무방하다. 도리어 우리말은 잘 안 써온 듯하다. 방금 써보니 '얼굴 마주하기'라고 했다가 '마주하기'로 바꿨다가 다시 '만남'과 '마주하기' 구글링 검색 결과 수를 비교했다. '만남'이 더 많고, 몇 번 말해 보니 어감도 좋다. 그래, 인터페이스가 만남이지


본질은 그렇지만, 엄연히 용례란 것이 있으니 인터페이스 구글링 결과를 살펴본다.

접점 혹은 경계면이다. 그리고 위키백과 정의에 따르면 경계를 만드는 대상이 두 개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하지만 User Interface도 있기에 대상이 사람(User)일 수도 있다. UI란 표현은 실무자라면 말할 필요도 없고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한 일반인 다수에게 상식처럼 쓰이는 말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끼리 소통할 때 인터페이스 활용

사람들끼리 소통할 때 인터페이스란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응용(혹은 은유)해서 충분히 사용할 수도 있다. 데이터 분석을 해서 복잡한 관계도를 문서로 만들어놓은 동료가 있다. 나는 그에게 UX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보길 권했다. 둘이서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장면을 보아왔기에 나는 인터페이스를 준비하라고 했다. 이때 인터페이스 구현체(Realization)는 아래와 같다.

소비자가 접하는 화면과 시나리오를 조망할 수 있게 문서를 단순화 시킨 내용

결국 여기서 출발해서 둘이 거래(글머리에 쓴 화두를 다시 던진다)하여 소통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의 가치와 쓸모를 UX 전문가에게 알게 하고, UX 전문가는 사용자 경험을 어떤 덩어리로 잘라 편안한 흐름을 만들지 의견을 내는 것이다.


지난 달 중순에 다른 회사 동료를 코칭하면서 그린 그림과 닮아 있어 꺼내어 수정을 해봤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그림(벤 다이어그램)을 설명해본다. 대화 중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을 주지하라고 조언했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말하고 듣는다는 전제다. 이를 두 개의 집합(동그라미로 표현)에 대응시켰다. 나의 화두에 상대가 똑같이 반응할 수 없고, 이해도가 다르고 선호가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결국 교집합이 우리가 소통 가능한 범위인데, 이는 사회적 맥락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일종의 합의 과정이다.


문제는 내가 만나본 대다수가 너무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어제 말한 여유를 창출할 힘이 있어야 소통 과정에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동적 운영 능력이고, 이 글의 주제는 구조적 장치로 인터페이스를 말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회의에 임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준비할 수 있다.

아젠더를 준비하여 사전에 당사자들에게 공지한다.

주고 받을 내용을 예상하여 대본을 써본 후에 회의에 임한다.

회의 직전에 하나의 화면을 본다. 예전에 능숙한 인도의 관리자가 모든 회의에 앞서 'look at the same page'라고 매번 외치던 말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동료의 이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같은 내용을 소재로 하는 다른 인터페이스에 대해 설명한다. 개발자와 대화하기 위해 준비할 인터페이스는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가 되어야 한다고 간략히 설명한다. 개발자는 어떤 쓰임새로 어떤 화면가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해줄 때, 활발하게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당장 적당한 노력을 들여서 쓸모 있는 것을 내보낼 수 있기를 욕망하기 때문에 그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준비하지 않으면 대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화의 맥락을 벼리는 도구: 인터페이스

그런데 굳이 대화의 상황에까지 인터페이스라는 말을 써서 기괴하게 표현해야 하나? 스스로 비판적으로 물어본다. 내 생각은 확고하다. 나는 그렇게 대화의 맥락을 잘 파악하기 위한 사고 도구로 인터페이스를 사용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며 그걸 쓰면 된다. 하지만, 특별한 장치가 없다면 대화는 이해보다 오해가 많은 형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마침 동료가 오래된 창준님 글을 얼마전 인용하기에 나도 인용해본다.

아무리 기술적인 실천법이라고 해도 그 기술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며 그 기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사회적 맥락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내가 디지털 전환을 시도할 때 반드시 지속가능한 구조사업 성과 단위의 활동을 고집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 조직의 총체적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부분최적화로는 성과를 절대로 낼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회는 조직을 단위로 한 것인데, 대화하는 둘을 사회로 볼 수 있는가? 사회적이라고 할 때 둘 이상이면 사회다. 결국 대화는 사회적 활동이고 사회적 맥락이 대화 상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나는 석사까지 하면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대화방법따위는 배워본 일이 없다.


컨설팅을 하면서 그걸 스스로 익혔고, 익히는 과정에서 개념을 친정인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에서 가져왔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


인터페이스와 기브앤테이크

마지막으로 앞서 미뤄둔 <Give and Take>와 내가 받은 느낌이 실제로 관련이 있는가 조사해보자. 목차를 쭉 훑어 봤더니 마침 읽고 있던 책인 <그냥 하지 말라>의 아래 문구가 주제일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방법을 설명하는 글이 될 듯.

합의의 기준을 '공존'으로 두어 모색해보면 어떨까요? 인간은 군집생활을 통해 적응해온 종입니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리 종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형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전체가 공존하기 위해 각자에 대한 배려를 키운다는 전제가 현명한 합의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아기발걸음 실천법 지난 글

1. 실용독서 구조를 지키는 책 배열법

2. 준비없이 아기발걸음 바로 실천하기

3. 페북에서 발견한 문구 바로 써먹기

4. 정원관리, 리팩토링 혹은 닦조기

5. 꾸역꾸역과 아기발걸음과 게으름 극복에 대한 이야기

6. 코칭 영상을 보고 아기발걸음으로 따라하기

7. <초집중> 응용하여 앱 사용 개선 아기발걸음

8. 함수형 인간, 다시 아기발걸음

9. 시간관리를 정원관리하며 깨닫는 집적의 힘

10. OKR과 하루 시간관리의 다리 놓기 

11. 글쓰기 1년을 돌아보고 다음 이정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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