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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Mar 01. 2024

책속에서_뜻밖의 좋은 일(2)

83

자신만의 경험, 어려움, 관심사, 슬픔, 기쁨을

통과하는 우리의 문제 많은 삶, 우리를 애태우는 삶,

지쳐빠지게 하는 삶, 그 삶을 꿋꿋하게 살다보면

어느날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시선’이란 생각이 든다.

현실을 직시하되 다른 결론에 이르는 시선.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84

나에게 친구는 시선과 관련이 있다. 가깝거나

죽었거나 만나보지도 못했으나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방식, 나의 시선을

바꿔주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가면서

낯설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여행이었다.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85

이딸로 깔비노는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열려 있을 수 있었다. 깔비노는 이 삭막한 현실로만

살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정답인 줄 알고,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갇혀 있는 세계 너머 조금

더 높은 곳으로−이를테면 나무 위−훌쩍

뛰어올라갔다. 그는 정답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즐기면서, 삶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면서 이 세상의 혼돈 위에 서 있을 줄

알았다.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86

모순된 감정덩어리에 불과한 우리들이, 모호함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들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즉 어떤 정체성을 갖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나는 대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내 삶과 이야기에 형태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이다.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네가 필요하다. 네가 내 이야기에

끼어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너’의 이야기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87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중요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확장이다.

“당신, 뭐가 필요한가요?”

“거기 좀 앉아봐요. 뭐 좀 가져올게요.”

그렇게 주고받는 주의 깊은 시선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정하고 서로를 염려하던지.

자기 자신이면서 얼마나 자기 자신 이상이던지.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88

당해봐야 안다는 말은 무섭고도 잔인한 말이다.

절망에 빠져봐야 다른 사람의 절망이 보인다는

것도 사무치게 슬픈 일이다. 슬픈 사람 눈에

슬픈 사람이 잘 보인다는 것도 애절한 일이다.

기왕이면 당해보지 않고도 아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당해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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