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ar Degas의 눈동자가 마네 부부를 봅니다. 뾰루퉁한 마네와 옆모습의 마네 부인인데 벽에 반이 가려져 있습니다. 신비로움일까요. 아닐겁니다. 커튼 속 실루엣 조차 마네 부인 윤곽을 거부하고 있거든요.
친구인 드가가 왔는데 기척도 하지 않는 마네를 보니 도착하기 직전 대판 싸웠을 겁니다. 드가가 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종일 다퉜을 겁니다. 왜, 싸운 것일까요. 거야 알 수 없습니다.
한데 마네 얼굴을 보면 눈 아래 코와 입가가 벌건합니다. 치밀어 오른 부아가 가라 앉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고주망태의 흔적일까요. 이 수수께끼 정답은 오로지 마네 부인이 알고 있겠네요.
Monsieur and Madame Edouard Manet, 1868-69. by Edgar Degas
'오염된 이타주의 tainted altruiam'는 선행 동기를 의심하고, 흠집 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 사람만 그렇게 행동한다. 그래서 우리를 죄다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라는 의식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이죠. 이 피해자 코스프레가 관철되지 않으면 상대를 조롱, 폄하, 폄훼하는 짓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회적 협력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입니다.
백번 양보한다고 쳐도 착한 일 하는 사람의 도덕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선의의 피해를 막을 수는 있겠구나도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양보했을 때입니다. 그래서 협력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남들 모르게 착한 일 하는 현상이 왜 생겼는지 잘 알것 같습니다.
팔로타 팀웍스 Pallotta Teamworks는 1982년 댄 펄로타 Dan Pallotta가 설립한 기부금 모금 단체라고 합니다. '유방암 퇴치 3일 걷기' 프로그램은 자선기금을 모으는 데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수많은 자선단체들이 펄로타 팀웍스와 손을 잡고 이 같은 접근법으로 9년 동안 3억 500만 달러(한화 약 3,873억여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데 댄 펄로타의 연봉이 40만 달러(한화 약 5억여 원)이고, 수익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기부자들은 자선단체에게 팔로타 팀웍스와의 연대를 끊으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팔로타 팀웍스는 기부금을 모으는 영리 회사였기 때문이죠. 그후 댄 펄로타는 회사 문을 닫았고, 자선단체들의 기부금은 줄어들었습니다.
이 사례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다룰 만큼 논쟁적인 거리가 많습니다. 기부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기부금이 자선단체의 이익금 형식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마치 이윤을 추구하면 좋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자선 단체를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이 우리 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현실감 없는 복지 수준 그리고 기부금 간 기부금의 딜레마 게임이 돼 버렸습니다. 그만큼 사회적 현안에 상대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은 고난의 허들을 매 순간 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선 단체가 소멸되지 않은 것을 보면 부조리의 끝은 절망이 아니고 희망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통찰이 집단의 존속과 인류 번영에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현재 우리가 여기에 있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멀리서 봤을 때 이기적이라고 여긴 인간이 가까이 다가 갈수록 이타적이고 인간적이어서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