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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Oct 10. 2022

직장불만족2_몰래 이직 준비는 과연 조마조마했다

서류 합격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직장인

채용 공고문에 서류를 내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유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서류는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금세 풀이 죽고 말았다. 꿈에서 깨야 하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어느 목요일,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OOOO입니다.
서류전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면접 일정 진행을 위해
유선상으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면접이요? 일요일에 출국해야 하는데요


오예. 기쁨도 잠시. 서류에 합격했다면 면접을 봐야 할 텐데, 언제 보지. 나의 현란한 구글 캘린더를 보며 한숨지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시간대가 두 군데나 있었고, 정해지지 않은 일정들은 물론이고 곧 해외출장도 예정되어 있었다. 재직자의 이직은 쉽지 않구먼.


이상적으로는 연차를 내고 면접을 보는 게 좋겠지만, 해외출장 직전의 프로젝트 상황을 보았을 때 하루를 쉬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반차라도 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일정이 있는 화요일과 수요일은 피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출장(캄보디아/3주) 전에 면접을 보는 게 중요했다. 혹시라도 면접일이 출국보다 늦어진다면 모든 게 꽝이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능한 시간과 날짜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해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우선 시간을 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화를 하자!


일정을 정리한 쪽지를 들고 살금살금 사무실을 빠져나와 건물 휴게실로 들어갔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떨리는지. 숨을 고르고 다이얼을 누르고 있는데, 전화가 먼저 울렸다. 인사 담당자다. 때마침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 좋네. 제발, 이번주 내로 면접을 볼 수 있기를! 정말 다행히도 내가 가능한 날짜에 면접을 진행하고 싶어 했다. 금요일 오전 10시. 아, 제 사정은 모르셨겠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사전조사는 집요하게


클래식: 잡코리아

면접일이 확정되자마자, 나는 사전조사에 착수했다. 잡코리아에서 기업 리뷰와 면접 후기 등을 찾아 읽으면서 질문으로 나올만한 사항을 추려보았다. 이때 알게 된 중요한 정보는, 내가 지원한 채용의 면접은 1:1로 진행되며, 대표님과 직접 면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과거 공고문 분석


다음으로는 동일 채용의 과거 공고문을 찾아 어떤 식으로 공고가 변화했는지 차이점을 정리했다. 내가 지원한 공고는 이제 시행한지 네 번째 해를 맞이하는 주니어 채용이었다. (이 분야는 신입 채용이 매우 드문 분야이다.) 4년 간의 공고문들을 살펴보니 3개월 간 교육 후 실무 투입이라는 큰 틀은 같았지만, 지원자 학력과 관련 경력 제한은 매년 조금씩 조건이 달랐다. 올해의 최소 경력 요구가 2년으로, 이전 채용에 비해  허들이 매우 낮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 나름대로 가설을 세웠다. 신입 채용을 도입한 지 얼마 안 되어서(4년) 여러 실행착오를 겪고 있고, 높은 관련 경력 허들은 별 효험이 없었나보다. 성공에는 경력보다 뭔가 다른 게 필요한듯했다. '뭔지는 몰라도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기적의 희망 회로를 제작 및 장착 완료. 가장 궁금해지는 건 성공 케이스들의 공통점이 뭘까였다.


합격자 분석


내가 지원한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 면접 후기나 합격 수기 등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합격했을까. 링크드인을 뒤지기도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러다 기업의 블로그에서 신규채용 인력에 소개 포스트를 찾을 수 있었다. 매해 신규로 입사한 사람들의 단체 사진과 입사 포부가 포스팅되어 있었다. 해마다 채용 규모가 상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합격자가 불과 4명인 해도 있었고 10명을 뽑은 해도 있었다. 사업 규모는 계속 확장되었을텐데, 채용 인력은 줄기도 늘기도 한다니. 딱히 인원수를 정해두고 뽑는  아란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내게 좋은 소식이기도, 나쁜 소식이기도 했다. 뽑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든 뽑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뽑지 않다는 었으니 말이다. T.O.에 맞춰서 부적격자를 합격시킬 확률은 제로라고 봐야 했다. 그래도 희망을 갖기로 한다. 지원자들의 입사 포부나 지원 동기를 읽으면서 어떤 사람들이 채용되었는지 그 결을 짐작해보았다. 대부분 학구열과 데이터 분야에 대한 열망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리더들의 방향성 확인

시간이 날 때마다 기업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서 대표님이나 임원진이 출연하는 영상들을 찾아서 보았다. 면접 시 아부를 위한 말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리더의 뜻과 방향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떤 청사진을 가진 회사이고, 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들인가? 그리고 과연 내가 그 청사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미리 확인하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 조직에 들어가서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갔다.


P형 종특, 상상하기


면접 합격에 대한 열망과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강력하게 발현되는 나의 종특이 있었으니...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면접을 상상하며 혼자 자문자답을 해보고는 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도 갑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죠?'를 묻고 '그건...' 하면서 혼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희망회로를 너무 돌린 나머지 다른 게 돌아버린 듯....

면접왕 이형, https://www.youtube.com/watch?v=qAXAdqpKL6s

며칠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뿐인데 나의 창의력은 금세 바닥나고 말았고, 현실적인 면접 질문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지난번 자기소개서를 쓸 때 참고했던 면접왕 이형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다시 한번 참고했다. 그는 꼭 준비해야 할 질문으로 다섯 개를 뽑아 제시했다.


1. 자기소개

2. 강점

3. 지원 동기

4. 성격의 장단점

5. 마지막 한마디


어떻게 보면 예상 가능한 시시한 질문들이지만, 막상 답변을 해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답변들을 글로 정리해 보니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뻔한 질문들이더라도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유려한 답변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발력만으로는 절대 좋은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정리를 해두자. 


무엇보다도, 평소처럼 일하기


아무리 상상 속의 나는 이미 이직했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희망이고 상상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됐다. 본래의 일을 전과 같이 하려고 했다. 아니,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복잡하고 너저분해서 실천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는지 몰라도 최소한 머리로는 그렇게 다짐했다.


마음의 동요는 어쩔 수 없었다. 입사지원서를 써 내려가며 원하는 바에 써 내려가다 보니 내 직장불만족의 원인구체적으로 규명되면서 가슴이 오히려 답답하고 괴로웠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면서 내가 이 팀 안에서 지금 하고 있는 역할, 앞으로 해야 할 역할, 그리고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확실히 불만족스러웠고, 앞으로 이 조직 안에서 나의 불만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의 간극은 내 노력만으로 때울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작은 결론이었다. 떠나긴 떠나야겠구나,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이번 면접 준비를 할 것이고, 떨어진대도 이 짓을 이제는 멈출 수 없어졌다. 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길을 계속 찾아볼 것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곳이라고해서 그곳에서도 나를 반기리란 법은 없으니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구직이 끝도 없이 긴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불만족스럽지만 근속해야 하는 상태가 아주 아주 길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평소처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계속 유지하며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래서 모든 게 만족스러운 직장은 분명 아니지만, 여전히 배우고 있는 곳이라는 걸 잊지 않고 싶다. 그걸 기억해야 계속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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