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최종회)
2014년 5 월 17일( 토 ) 맑음
어제 저녁에 투어 버스타고 중앙통 센트로에 들어와서야 하루 일정을 마쳤다. 저녁 먹거리를 찾아 인터넷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수시집을 검색해보니 대략 6군데가 나오길래 그 중 가까운 한 곳을 골라 찾아갔다. 밥을 먹기 위해 택시까지 타고 가야 했다. 배낭여행치고는 고급스러운 호사에 가까운 짓거리였다. 사진은 일식 식당인 BENIHANA. 어제 저녁에 와서 먹고 오늘 아침 또 왔다. 수시만 하는게 아니고 데판야끼(철판구이) 전문점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손님이 뽁작거리는데 간만에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 들었다. 남미 현지인들이 수시 젓가락질하는 거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 식당이 ALTO PALERMO라는 백화점 건물에 있는데 팔레르모 지구(BARRIO PALERMO)에 위치 하고 있다. 고급 백화점이다. ALTO 뜻이 알토 소프라노에서 보듯이 ‘높은’ 이란 뜻으로 ALTO PALERMO가 다른데보다도 품격이 높은 백화점이란 뜻 같다.
팔레르모 지구는 국내공항을 비롯해 공원, 동물원, 식물원, 경마장등 녹음이 푸른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주말에 가족등과 나들이하는 곳이란다.
어제 저녁 투어버스타고 돌아 가는 길에 찍은 이 조각상이 팔레르모 공원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기념비로 5월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스페인계 이민자들이 정성을 모아 기증한 것 이라고 한다. 기념비는 원형 연못 안에 있는데 그 안에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안데스, 라플라타강, 차코, 팜파스 지방을 표시하는 동상 4개가 있고 25미터 높이의 기념비는 그 중앙에 서 있다.
팔레르모 지구안에는 일본정원이 있는데 일본인 이민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기증한 정원이란다. 일본식 레스토랑과 문화회관등이 있어 꽃꽂이등의 전시와 합기도, 선교실등을 개최하고있고 정원에는 벚꽃, 동백나무가 공생하고, 일본의 잉어보다 두배나 큰 금잉어가 유유히 헤엄 치고 있어 남미의 일본 정원다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단다. 카나다 토론토에도 일본 이민자들의 문화회관이 있어 검도, 합기도등 여러가지 다양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 이민자 사회는 이런 면에서는 한국 이민자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아점으로 BENIHANA 수시집에서 해결하고 호텔로 가서 배낭을 꾸려가지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드뎌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다른 나라의 새로운 도시나 산촌에 가보면 사람사는 모습은 한결 똑같다. 우리가 새로워하면서 카매라에 담아내는 것도 그들의 피상적인 일상의 아주 작은 한조각으로 어찌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다.
햇살이 뜨거운 페루 리마 시장통에서 행상으로 삶을 이어가는 그들에게도 삶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겠고....... 우리들처럼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페루 쿠스코 근처 친체로 산골짝에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그들의 전통 염색방식을 매일 선보이는 그들의 일상을 우리는 신기하고 경이스러운 눈으로 단 몇 분간 한번만 관람하고 돌아서야 한다. 어린 꼬마부터 다 큰 처녀들까지 전 가족이 동원되어 그들의 삶을 이어가고 있고,
핸디캡이지만 우리에게 같이 사진한번 찍자는 아지매의 의도가 헤아리기 힘들지만 (아마 댓가로 약간의 금전을 기대했을련지도 모르겠지만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웃으며 포즈를 잡아주는 것이 왜그런지는 몰라도 눈물겹도록 고맙게 여겨지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꼴론극장 홀에서 프로같은 포즈를 취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델들의 검은 눈 속에서 슬픈 연민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나를 비롯한 그 모두들에게 – 시장통에서 아이스께끼파는 리마 아지매나, 친체로 산골짝에서 관광객들에게 민속옷을 차려입고 염색 시범을 보이는 가족이나, 핸디캡으로 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 앞의 그 아지매나, 화려한 드레스속에서 고고하게 걸음을 걷는 모델에게나 - 인생의 무게는 별반 다르지 않다. 박인환시인 그 양반 말마따나 < 인생이란 그저 낡은 (선데이서울)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에세이사:EZEIZA 국제공항청사 내부 –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과수폭포에서 국내 항공기로 들어 왔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 가려면 이제는 국제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근데 국제공항 에세이사가 센트로에서 35km 떨어져 있다. 공항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버스가 없단다. 버스가 없을리가 있을까? 시내버스타고 가서 시외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적당한 가격으로 네고해서 이번에는 편하게 택시로 이동하였다.
우리들이 타고갈 뱅기는 CANADA AIRLINE인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토론토로 간다. 토론토에서 뉴욕행 뱅기로 갈아 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남미가 워낙 넓다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뉴욕으로 바로 가지않고 칠레 산티아고나 페루 리마로 가야 뉴욕 직행을 탈 수 있다.
뱅기가 칠레의 산티아고에 가까워지자 그 산들이 또 친숙하게 다가온다. 겹쳐진 산들의 능선이 투명한 X레이 사진속의 갈비뼈 윤곽처럼 아름답다.
안데스 산맥의 설산들을 배경으로 산중 호수가 호젓하게 앉아있다. 하늘색만큼이나 푸르른 호수물색이 눈길을 잡는다. 칠레 산티아고 근처에서 찍은 항공사진이다.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서서히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우리 뱅기는 집으로 갈 생각도 안한다. 저녁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무거운 쇠몸뚱이를 들어 올려 길을 떠났다.
칠레 산티아고 공항 대합실에서 뱅기이륙을 기다리면서 남미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들을 하나씩 정리해 봤는데 세계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미 작가들의 작품으로 남미여행을 가기 전에 한번 읽어보면 여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남미작가중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한명이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같은 소설로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다. 169개국에 80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코엘료의 첫번째 작품으로 모든 이들이 한번쯤 가보고자하는 바로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를 하고 나서 쓴 그의 사진 한장도 없는 기행문이다.
코엘료의 최신작(2012년)으로 십자군의 침략이 임박한 상황에서 예루살렘 군중과 현자가 나누는 대화를 기록한 작품이다.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이름을 헌풀 안베고 새풀베다로 기억하면 평생 기억한다) 작가가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등지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이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 <연애소설읽는 노인>이란 책이 있는데 읽어봤는데 별로다.
콜럼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작품으로 기자 출신의 작가가 이 작품으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중의 하나다. 유머, 풍자, 비꼬움, 은유와 직유법으로 라틴 아메리카가 겪어야 했던 역사의 사실성과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같은 상상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이루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란 찬사를 받고 있다. 강추.
마르케스의 <백년의 약속> 을 읽고나서 바로 구매했는데 남미판 순애보같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평생을 바쳐 한 여자를 짝사랑한 남자의 진실한 사랑 이바구를 작가의 걸쭉한 입담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제는 뱅기 안에서 항공 사진을 찍지 않으면 꼭 손해볼 것 같은 기분으로 ……. JFK 공항 착륙하기전에 멀리 보니 맨해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잡은 것이다. 이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항공사진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 올 것이다. 남미여행중에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글쎄요, 어디가 가장 좋았을까요.
하얀 거대한 빙하가 시베리아 벌판처럼 웅장하게 펼쳐진 아르헨티나 칼라파테 빙하공원이었나요?
그게 아니면, 하이얀 볼리비아 유유니 소금사막 한가운데에서 인생의 짠맛을 느꼈을 때인가요?
그게 아니면, 신성한 페루 마추픽추 유적지에 올라 유적지내에 화장실이 없어서 오줌마려움을 참을 때 이었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파타고니아에 펼쳐진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웅장한 코뿔소산을 바라 볼 때 였나요?
그게 아니면 슬픔과 고독이 흘러 넘치는 우수아이아 등대에서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보영을 잃은 아휘의 꺼이꺼이 쥐어짜던 그 울음소리를 기억했을 때 였나요?
아니요. 그런 것들은 한번 보고나면 기억의 회색 세포에 저장되어 추억의 창고 저 구석에 그저 처박힐 뿐이예요. 그러한 기억은 곧 추억으로 변할 것이고 마치 바닷가 모래밭에 새겨진 사랑의 맹세가 밀려 온 파도에 훌쩍 씻겨가듯이 그리 오래가지도 않을거예요. 내가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다른게 아니고……… 돌아오는 뱅기 안에서 꾼 단꿈이었어요.
돌아오는 뱅기안에서 꿈을 꾸었어요. 내가 어느새 나이가 먹을대로 먹어 긴머리는 백발이 되어 힘없이 가늘어지고, 이빨이 군데군데 빠져 볼떼기는 바람빠진 비치볼처럼 쭈굴쭈굴해지고, 다리와 팔은 아프리카 비아프라의 굶은 아이들처럼 뼈만 앙상해졌어요. 게다가 날로 더해가는 당뇨병으로 발목은 부어올라 걷기조차도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혼자서 끼니를 준비하는게 쉬운 일도 아니지요. 그래도 옛날에 몸이 성할 때는 상감마마의 수라상을 담당하는 수랏간 제조상궁보다도 더 야물딱지게 음식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제는 모든 것들이 하나 둘 씩 힘이 들어요. 모두들 내 곁을 떠나고 혼자서 지내다보니 옛날같이 모여 산 그 때가 종종 생각이 나지요. 그럴때면 내가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한 편의 시가 있는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 피양도 방언을 잘 구사하는 <백석>시인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이란 시이예요.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굿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렇게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디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백석 1948년작)
혼자서 그 긴 겨울 밤에는 그래도 시력이라도 밝을 때는 좋아하는 책이라도 보면서 긴긴 밤을 새울 수 있었지마는, 이제 눈도 침침해지고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머리에 남지도 않아요. 이럴때면 위에 시처럼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인데 그래도 죽기전에 한번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때때로 내가 아주 예전에 남미 여행을 다녀 온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산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한 번씩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은 이과수 폭포의 풍경인데 모든 것을 삼킬듯한 커다란 아가리를 가진 디아불로(악마)의 그 주둥이로 빨려들듯한 모든 폭포물들이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면서 그 밑바닥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저 깊은 곳으로부터 물보라가 역으로 피어오르는 광경만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어쩌면 죽기 전에 다시 가고픈 곳인데 이런 몸으로 어떻게 갈 수 있겠어요.
그저 악마의 목구멍이 보고 싶을 때는 옛날에 찍었던 이 사진이나 보면서 추억을 삼켜버리지요. 때로는 정말로 다시 가고 싶어서 누구에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 볼까 생각했는데 어느 누가 혼자서도 걸을 수 없는 이 늙은이를 그 먼 곳까지 데려다 주겠어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이과수 폭포를 꿈속에서 다시 찾아 갔어요. 매우 길고도 지겨운 긴 뱅기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날아 간 그 곳은 여전히 예전의 그 푸르고 짙은 정글의 녹음사이로 뻗은 붉그스레한 흙길이 나를 맞이 했어요.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세월이 날아 가는 화살이 아니라 우주로 가는 우주선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아요. 다시 만난 이과수 폭포는 변한게 하나도 없었어요. 들어가는 입구나 악마의 숨통으로 데려다주는 기차나 모든게 그대로 이었어요. 악마의 숨통 전망대로 가는 트레일에서 나는 휠체어에 앉혀져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 갔어요. 그 때 나는 몹시도 궁금했어요. 누가 나를 휠체어로 밀고 가는지. 누군지 보려고 힘들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 보았어요. 키는 나보다 조금 더 크고 이제 50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어느 누가 보아도 잘 생겼다고 입을 모으는, 벌써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모델 K가 빙긋이 웃으며 휠체어를 힘차게 밀고 있었어요. 그 때 나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 오면서 동시에 두 눈에서는 세찬 이과수 폭포수같이 흘러 내리는 눈물이 어느새 내 무릎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어요.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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