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으로 가다
2017년 5월 19일(금) 맑음
연식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 <남태평양>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물어보면 대부분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을 이야기한다. 1958년에 발표된 영화로 2차 세계대전중 남태평양의 작은 외딴섬에 두 쌍의 연인들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푸른 해변과 야자수가 늘어진 이국적인 경치를 뮤지컬로 연출한 영화로 남태평양의 대명사로 구전되어 오고 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발리하이(Bali Hai)는 우리 귀에도 매우 익숙한 멜로디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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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태평양>에는 2쌍의 연인이 등장하는데 프랑스 본토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남태평양 작은 섬에서 시작하는 프랑스인 농장주와 그를 사랑한 미군 간호장교, 그리고 특수 임무를 띠고 섬으로 전입 온 젊은 미군 총각 장교와 그를 연모한 원주민 섬처녀가 주인공이다. 암울한 전쟁 와중에 사랑과 죽음에 대한 명암이 교차하는 이야기로 푸른 하늘과 코발트색 남태평양에 미풍에 흔들거리는 야자수를 배경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각인시킨 명화이다.
지구를 다섯 큰 바다와 여섯 큰 대륙으로 나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것처럼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와 북극해를 오대양이라 하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그리고 오세아니아를 육대주라고 한다. 그런데 오세아니아는 대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륙급으로 구분한다.
오세아니아라는 용어는 Ocean(대양)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크게 보면 큰 섬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파푸아뉴기니를 지칭하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위 세 섬에다 남태평양에 산재한 조그마한 섬들을 모두 포함하여 가리키는 것으로 대양주(大洋洲)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내가 이번에 간 곳이 남태평양에 산재한 섬들이기 때문에 오세아니아에 갔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세계지도를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위를 북태평양 그리고 아래 지역을 남태평양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남태평양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지만 위 지도처럼 적도 이남을 좁은 의미의 남태평양으로 보면 되고, 넓은 의미로는 적도 이북에 위치한 일부 섬들을 남태평양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태평양에 산재한 섬(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해서)이 약 3만 개 정도나 된다고 하는데 남태평양에 흩어진 섬의 수가 북태평양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남태평양에 속하는 주요 섬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마리아나 제도: 지리상으로 북태평양에 속한다. 위 지도에 표시된 사이판, 티니안과 괌이 여기에 포함되며 미국 자치령으로 통치되고 있다. 최초로 마젤란에 의해 발견되어 스페인령으로 속했는데 1898년 미서전쟁에서 패한 스페인이 미국에 내준 지역이다.
2. 마셜제도 공화국: 1521년 마젤란에 의해 발견된 1000개 이상의 작은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지상낙원으로 스페인-독일 -일본에게 통치권이 차례로 넘어갔으나 2차 세계대전 후 UN신탁통치령으로 미국이 관리하다 1979년 국민투표에 의해 독립된 국가로 태어났다. 마셜군도에 미군기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원조를 받고 있다. 수도가 위 지도에 표시된 마주로이다.
3. 키리바시: 적도 선상에 위치한 대통령제의 작은 공화국이다. 천연의 산호초와 8개의 환초(環礁는 산호에 둘러싸인 반지 모양의 둥근 산호초)가 보여주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4. 나우루 공화국: 지리적으로 마이크로네시아 제도에 포함되며 나라의 크기로는 바티칸 공국, 모나코에 이어 3번째로 작은 독립된 나라이다. 지하자원으로 희귀 광물인 인광석이 매장되어 그 덕에 남태평양 여러 나라 중에서 제일 부유한 나라로 인구도 30만 명이 채 안된다.
5. 투발루: 키리바시에서 남으로 250km 떨어진 9개 섬으로 이루어진 입헌군주국으로 바티칸시티를 제외하고 가장 인구가 적은 독립국이다. 유일한 교통편은 피지와의 비행항로가 유일한 것으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키리바시처럼 수몰 위기에 놓여있다.
6. 솔로몬제도: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78년 영연방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하였다. 약 900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다.
7. 바누아투: 8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1980년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공화국이다. 1606년 포르투갈 탐험가가 발견한 이래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지배하에 있다가 그 후 독립을 쟁취하였다. 한때 국민 행복지수 1위로 주목을 끌었는데 이유가 인구가 25만 명 정도로 적다.
8. 피지: 날자 변경선에 위치하여 남태평양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고 빨리 지는 곳이다. 수정처럼 맑고 비치처럼 영롱한 바다색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요즈음은 신혼여행지로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섬 주변의 바다는 바닷가재의 서식처로 일 년 내내 신선한 바닷가재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관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9. 뉴칼레도니아: 호주에 가까운 프랑스 자치령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우리에게는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소개되어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령이니까 다른 별명으로 프렌치 파라다이스로 불린다. 1774년 뉴질랜드로 항해하던 영국 쿡 선장이 발견하여 그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라틴이름인 Caledonia를 붙여 New(Nou) Caledonia로 명명하였다. 프랑스령이 되고 난 후에는 일반 잡범과 정치범 죄수들의 유배지였다. 그러나, 풍부한 자연환경으로 관광지로 알려지게 되어 전 세계로부터 여행객을 끌어 모은다. 본섬 말고 주변에 4개의 유명한 섬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0. 통가: 사모아 제도의 남동쪽에 위한 17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왕국이다. 대부분이 무인도이고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약 37개로 산호초와 몇 개의 섬은 화산섬이다.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70년에 독립하였다. 왕이 있는 왕국(Kingdom)이다.
11. 사모아 제도: 여기에는 2개의 독립국이 있다. 하나는 수도가 아피아(Apia)에 있어 아메리칸 사모아와 구별하기 위하여 서사모아로 불린다. 서사모아는 독일의 통치하에 있다가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패하자 뉴질랜드가 위임통치를 한 후 1961년 독립국가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아메리칸 사모아로 우리나라의 참치 원양어업의 전초기지로 원양선원들의 애환이 서린 곳으로 미국령으로 관리되고 있다. 수도는 팡고 팡고(Pago Pago)이다.
12. 쿡제도: 18세기 말엽 호주를 처음 발견한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유럽인 최초로 발견한 곳이며 자신의 이름을 따서 쿡 제도라고 지었다. 1888년에 영국 보호령이 되었으나, 1900년경 뉴질랜드에 편입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뉴질랜드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으로 엄청 붐빈다.
13. 프렌치 폴리네시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하는 약 120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다섯 그룹의 제도(군도)로 형성되어 있어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소사이어티 군도(Society Islands)
2. 투아모투 군도(Tuamotus Islands)
3. 말퀴세스 군도(Marquesas Islands)
4. 오스트럴 군도(Australs Islands)
5.감비어 군도(Gambiers Islands)
수도는 타히티섬에 있는 파페트(Pappete)이다. 타히티섬은 Society Islands에 속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고갱이 말년에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많은 여행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보라보라섬이 타히티 수도 파피 테(Papeete)로부터 북동쪽으로 230km 떨어져 있다.
14. 이스트섬: 남태평양 여러 섬들 중에서 남미 칠레에 가까이 있는 섬이다. 지도에는 가깝게 보이더라도 거리는 칠레에서 3700km 떨어져 있다. 1722년 네덜란드 해군이 발견하여 이 섬에 상륙하였는데 그날이 마침 부활절이라 섬 이름을 그렇게 Easter라고 작명했다고 한다. 이 섬이 여행객을 끄는 이유는 남태평양의 망망대해에 절대적으로 고립된 위치 해 있어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이 섬에 원주민들이 만들어 세워놓은 모아이 석상이란 거대 석상이 섬 주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위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에서 마음먹고 가려면 일본을 거쳐 사이판, 괌을 거쳐 솔로몬을 거치거나 아니면 바로 피지나 뉴칼레도니아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남태평양으로 내려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비행기 편을 고려해서 루트를 알아보니 크게 2가지 방법이 나왔다. 하나는 미서부 LA나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하와이로 일단 날아가서 여행일 수에 따라 하와이를 구경하고 피지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일단 피지로 들어가면 남태평양 중심에 들어온 것이니 여기서 각자의 형편에 따라 좌우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다른 경로는 남미 페루나 칠레로 내려가서 이스트섬이나 타히티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좌로 움직여 쿡, 사모아, 통가, 피지를 거쳐 뉴칼레도니아로 가면 된다. 혹 장기로 여행 일정을 세우는 사람은 남미 몇 개국을 구경하고 위 경로로 남태평양으로 들어가서 구경하고 뉴칼레도니아에서 호주나 뉴질랜드로 쉽게 들어갈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나는 2014년 남미와 호주, 뉴질랜드는 배낭여행으로 둘러보았기에 이번 여정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나의 4주 일정(5/19 - 6/18)으로는 남미로 들어가는 경로가 빡빡할 것 같아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하와이를 경유해서 피지로 들어가는 경로를 택하고 피지에서 뉴칼레도니아- 바누아투 - 통가 - 사모아 - 쿡제도를 보고 타히티까지는 가는 걸로 해서 여유가 없으면 타히티에서 하와이를 경유해서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타히티에서 칠레의 이스트섬으로 갈 시간이 있으면 이스트섬에서 남미 칠레의 산티아고나 페루의 리마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계획을 잡았다. 해본 결과 여정은 처음에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으나 작은 섬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혹은 작은 섬들의 관광 인프라 미비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남태평양의 섬들에 대한 여행정보를 몸으로 터득한 결과가 되었다. 특히, 섬들 간의 교통은 거의 뱅기로 이루어지고 배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뱅기 연결편도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주로 큰 섬(피지, 호주, 뉴질랜드)의 대도시(피지의 낭디나 수바, 시드니와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작은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큰 도시를 거쳐 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세세하게 올릴 이 여행기는 남태평양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길라잡이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