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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Dec 08. 2021

지노 배낭여행기 - 49일의 세계일주 1

1. 입영전야

이천십 년 시월 이십사일(토) 맑음


배낭여행 가는 게 꼭 군대 다시 들어가는 기분이다.

무거운 배낭은 완전군장이고 M-16 소총보다 카메라 3대가 더 무겁다. 철모 하이바 대신 등산모, 군화 대신 등산화인데…… 이건 군댓말로 그런대로 양호하다. 입소 장소가 논산이 아니고 그보다 조금 넓은 지구 한 바퀴인데 이것도 마음 묵기에 따라 도토리 키재기다.  사제 밥 멀리하고 처음 대하는 훈련소 짠 밥은 각 여행지의 토속 음식하고 다를 바 없을 게고, 입소할 때 팬티 밑에 숨기고 간 비상금을 내무반장에게 들켜 압수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심정은 노자돈을 복대에 차고 여행지에서 눈 빨갛게 뜨고 먹잇감을 노리는 현지 쓰리 군을 경계하는 그 심정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옛날에는 논산 6주 훈련인데 이번에는 7주 훈련으로 1주 늘었다. 그때는 화랑담배라도 전우와 나눠 피우며 훈련의 힘겨움을 담배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날려 보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담배도 끊어 못 피우고, 여행의 쓴 신 짠 단맛을 같이 맛볼 사람도 없고 혼자서 외로움을 다 마셔 버려야 한다. 지난주부터 오른쪽 어금니가 조금 아픈데 바빠서 치과에 갈 꿈도 못 꾸었는데 훈련 가서 짠밥이라도 잘 씹을 수 있을는지……. 훈련소에 입소를 안 하거나 훈련 도중 도망치는 것은 병역법에 저촉받아 남한산성감인데 이번 훈련 입소는 그보다는 조금 낫다. 몸이 아프거나 더 이상 훈련받을만한 처지가 못되면 비행기 값 날리고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조금 여유가 있다. 하나 기대되는 것은 훈련병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 주는 편지 받기가 옛날 하고 틀려 지금은 서신검열제도 없고 그냥 인터넷으로 날리면 되니까 좀 더 많은 편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데 보내는 이쁜 친구는 계속 잘 보내고, 안 보내는 미운 놈은 때려죽인다 해도 보내지 않더라. 특히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는 이번에는 짧게라도 맬 보내거라. 친구들아, 맬 많이 보내라. 힘들지 않게 훈련 잘 받을 수 있도록 말이야. 나도 훈련 소감을 그림 사진과 함께 멋지게 날려 주도록 노력할 테니까. 지금부터 내가 이번 훈련에 지참하는 목록을 그림으로 보여줄 테니 내일 갖고 나가기 전에 한마디 하고픈 사람 있으면 알려다오 참고할 테니. 입영전야이니까 최백호 노래를 들어야 되는데 요즈음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이번 훈련 중에 매일 걸고 갈 재킷이다.  


7주 훈련이라 1개로 힘들 것 같아 여 별로 장만.


 

 작년에 가지고 간 주, 보조 카메라하고 지금 이것을 찍은 똑딱이까지 3대. CANNON EOS 1 DS MKIII과 5D에 24-70MM 와 70-200MM 줌렌즈.   



                

 바지 3벌, 캐시미어 티, 왼쪽 아래 짙은 감색이  AMERICA AIRLINE  기내 담요인데 원래는 비매품인데 수비니어로 접수해서 잘 쓰고 있다. 얇지만 무지하게 따뜻하다.                



이번 입소 장소가 대부분 더운 지방인데 혹시 이집트 사막에서 유격 훈련받을 때 사막에서 야영할 경우에는 춥다고 준비해야 한다기에 부득불 준비했다. 얇은 오리털 파카 잠바.



               

 역시 이집트 사막 야영 시 필요한 오리털 침낭.

산악 전문가용이라고 2012년 네팔 트레킹 대 뉴욕지구 단장인 CS가 친히 맨해튼에 나가서 사 가지고 버지니아 비치까지 공수한 정성이 깃든 물품이다.  



악어 표 비옷이다.



  

추울 때 껴 입을 폴로 순모 남방.



빤추, 면티. 작년에 보니까 이런 건 많이 가져가면 갈수록 좋더라. 빨래 자주 안 해도 되고. 왼쪽 목도리는 아이슬란드 가서 목에 두를 사제 제품이다.     



            

카메라 3대의 각각 배터리 챠저. 16기가 메모리 카드 2개, 8기가 카드 1개. 카메라에 각각 16기가 카드가 각각 1개씩 들어있어 충분할 것 같다.   



               

별거 없는데 왼쪽 밑에 보이는 것이 미제 비프절키(육포)로 술안주다. 요즈음 술(주로 위스키) 없는 저녁은 오아시스 없는 사하라 사막 같다.  



            

작년에 갖고 간 통신수단  17인치 SONY VAIO(소니 바이오)   



                 

여행 가이드북인데 무거워서 다 가지고 갈 수는 없고 4권만 골라 잡아간다. 이번 배낭여행의 루트를 대략적으로 밝히면 다음과 같다.


뉴욕에서 뱅기로 날라 홍콩으로 들어간다. 홍콩에서 며칠 놀다가, 다시 뱅기로 아시아 최대 뱅기 허브인 싱가포르로 들어가서 싱가포르를 보고 육로로 옆의 말레아시아로 이동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인도 비자를 받아 뱅기로 인도 뉴델리로 들어가서 인도 카레맛을 보고아프리카 북부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이집트로 날아간다. 인도에서 이집트 직항이 없어 아마 중간 연계지로 중동의 두바이로 먼저 날아갈 것 같다. 이집트에서 고대 왕국의 역사 향기를 실컷 음미하고 난 후, 뱅기로 터어키 이스탄불로 들어간다. 워낙 방대한 터어키라 이스탄불 근처만 찍고 돌아오는 여로는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데 작년 지중해 여행에서 파리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번에는 약 1주일 정도를 파리에서 머물다가 요즈음 핫하게 여행지로 부상하는 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로 들어가서 시간 되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이 여정을 7주 만에 완파해야 하기에 이번 배낭여행 작전명을  <49일의 세계일주>로 명명하였다. 과연 계획대로 잘 될련지?


거금 375불 투자해서 장만한 67리터 배낭인데 특수 배낭으로 밑 부분은 카메라를 넣도록 되어 있다. 카메라 전문 배낭이다.  


             

배낭 앞태. 레드카페 밟는 여배우 뒤태보다 훨씬 예쁘다.



이게 지금 고민 중인 삼발이. 데리고 가야 야경사진을 잡을 수 있는데 그러자니 무게가 만만찮고 해서 목하 저울질하고 있다.                 



이건 비상식량인데 배낭 꾸려보고 공간이 있으면 가져가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두고 간다.               


감기약. 진통제. 녹차. 비상금. 내가 요즘 8개 국어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어. 영어.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서반어, 이태리어……굉장하제. 인터넷폰인데 필요한지 모르겠다. 등산모와 쓰리 빠. 또 내가 도전하는 게 있는데 한국 현대시 천편(1,000)을 읽고 감상하려고 한다. 지금 겨우 110편 통과했다.  상기 품목 말고 아직도 몇 개 더 집어넣어야 된다. 양말, 팬티 등은 저녁에 세탁기 한번 돌려 가지고 말려야 한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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