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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20.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네팔중국편 28

원명원, 중국 근대사의 산 교육장(최종편)

2013년 5월 14일(일) 맑음


오늘이 북경에서 마지막 날이면서도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오늘 취재하러 나간 곳은 중국 근대사의 산 교육장으로 남아있는 원명원이다. 이화원과 마찬가지로 황실 정원의 대표적인 명소이었으나 중국 근대사의 뒷안길에서 뼈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황실의 최초 유럽풍의 정원


원래 원명원은 1709년 청조 강희제가 자신의 넷째 아들 윤진(후에 옹정제)에게 하사한 별장으로 후에 옹정제가 즉위하면서 대대적으로 손질을 하였고 그후 건륭제가 장춘원, 기춘원을 새로 조성하고 유럽풍의 바로크양식을 더하여 오늘날의 크기로 확정되었다. 면적이 무려 320만 평방미터로 세개의 정원을 합하여 원명원으로 호칭한다. 전성기의 원명원은 중국은 물론 유럽의 정원 양식까지 받아들여 명실공히 세계 정원중의 정원으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전성기의 원명원 조감도


불행하게도 전성기의 원명원 사진을 보기도 힘들고 그냥 그림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위 사진도 들어 가는 입구에 넓직하게 그려 논 그림을 세로찍기 여러장으로 합성해 본 것이다. 여러 자그마한 호수를 중심으로 능수버들이 흐드러지고 작은 정자나 누각부터 큰 대전까지 어울려져 세상 별천지 같았던 이곳이 지금은 황성옛터처럼 그 터만 남아있고 이름만 쓸쓸하게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제2차 아편전쟁으로 목조건물은 잿더미로


영국과의 1차 아편전쟁은 무역 불균형에서 시발되었다. 영국은 중국에서 생사, 도자기, 차등을 수입하였고 수출품은 주로 모직물이었으나 중국인들은 모직물은 야만인이 주로 입는다하여 그 수요가 늘지 않아 항상 무역수지 적자를 면치못하였다. 이를 만회하고자 영국 상인들이 아편을 시중에 유통시켜 그 무역 균형을 맞추코자 하였다. 아편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조정에서 이를 막아 보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였으나 허사였다. 당시 영국의 해군력은 세계 제일이기에 노후한 중국 해군력으로 막아보기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로 1842년 난징조약으로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이것을 155년뒤 1997년에야 돌려 받았다.) 광동, 아모이, 복주, 영파, 상해등 5개 항구를 개항하고 막대한 전비를 배상하게 되었다. 2차 아편전쟁은 1856년 중국인 소유 아편 밀수선 애로우호를 중국 관원이 수색하여 밀수자 일당을 체포하였는데 애로우선이 영국 선적이 되어 영국국기를 달고 있어 영국이 이를 빌미로 청나라를 위협한 사건이다. 그후 전쟁은 1860년 영국과 프랑스(프랑스 신부가 중국 당국에 의해 처형되었기에 이를 빌미로 끼여들었다) 연합군을 편성하여 천진까지 쳐들어와 청조를 위협하여 결국 1860년 10월 6일 영불 연합군이 원명원을 점령하고 방화하여 원명원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자 조정은 화친을 주선하여 굴욕적인 화평조약으로 전쟁을 마무리하였다.


지하철역인 원명원역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가다가 원명원 역에 내리면 지하철 내부에 새겨져 있다. 1707년 강희 46년에 원명원을 건립하고


역사벽에 새겨진 그늘진 역사

그 밑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함평십년 1860년 10월 6일 영불연합군이 원명원 점령하여 10월 18일 방화하다.


원명원의 서양루유지구

또 그 옆에는 원명원 서양루유지구의 페허 한 장면을 부조로 새겨 놓았다.(이와같은 조각물을 부조형태로)


원명원 약도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가면 기춘원 남문으로 들어 가고 버스를 타고 가면 원명원 동문으로 들어 가게 된다. 면적이 320만 평방미터로 천안문 광장 8배다. 이걸 하루에 다 보려고 발부둥치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다행히 서양루 유지구말고는 볼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저 호수나 능수버들따라 트레킹하면 참 좋다. 중국 근대사를 좀 알고 가면 당시 힘없는 청조의 절망적인 입장을 동정이나 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중국의 경제적인 힘을 생각해 보면 원명원이 점령당해 불타는 150년전 그 때의 청조와 비교해 볼 때 역사의 수레 바퀴가 돌고 돌아서 지금까지 오는걸 보니 그 때의 승자가 오늘날 패자가 되고 온갖 수모를 당하던 중국이 지금은 천하를 호령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2차 아편전쟁에 가담한 연합군에 사실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되는데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고 교섭국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그 연합국 중에서 중국에 빛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별 문제없이 가고는 있지만 이제는 중국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힘은 나날이 커지고만 있다.


원명원 입구

원명원 입구에 꽃으로 장식된 꽃동산에서 모두들 인증샷 하나씩 하고 들어간다.


호수와 정자로 이어지는 나무 교각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기춘원 남문으로 들어갔다. 위 사진처럼 물(호수), 능수버들, 다리, 누각과 연잎등이 중국 수채화의 상징이다. 척 늘어진 능수버들가로 잔잔한 호수가 펼쳐지고 정자로 통하는 교각을 지나면 조그마한 정자가 그림같이 앉아있다. 모든 것들이 대동소이하다.(이것도 원판이 아니고 후에 복원한것이다)


기춘원의 잔교

기춘원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조그마한 아치형 다리가 남아있는데 ‘잔교’라 한다. 남아있는 다리란 뜻이다 (중국어로 찬치아오) 당시 원명원에 목교와 석교를 합해 약 200개 다리가 있었는데 연합군 폭격으로 이거 하나만 남았고 나머지는 전부 파괴되었다 한다. 교훈으로 전시하고 있는 셈이다.





   서양루 유지구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우다


서양루 유지구의 폐허 돌방구들

기춘원 남문에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 가면 서양루 유지구라는 팻말이 보인다. 원명원 관광은 보통 여기 보는걸로 종친다. 왜냐하면 여기는 돌방구들이기 때문에 폭격에 맞아도 쪼개진 돌맹이 흔적 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데는 전부 목조건물이라 흔적도 없고 가 보면 그 터만 남아있다. 흡사 로마 유적지나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보는거하고 비스무리하다. 단 여긴 150년 밖에 안되어 돌방구 땟깔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


폐허로 변힌 유적지를 복원하지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 폭염 속의 폐허 속에서 찾을 수 있는게 무엇일까?


섬세한 조각을 보여주고

유럽풍 정원을 세우기 위해서 마스터플랜은 불란서 디자이너를 초빙했고 석공은 중국 현지 장인들이 맡아서 했다고 한다.


서양루유지구의 폐허

여러분들도 이런 사진들을 로마나 그리스 신전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것들과 똑같다. 단지 까아만 시간의 때가 여긴 조금 덜 탄 것 밖에는 차이가 없다.


연합국 폭격에 폐허가 되어버린 원명원 일부

내리쬐는 폭염 속에서 버티고 있는 폐허. 그 주위로 양산을 받쳐든 중국인들이 산산 조각난 돌방구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폐허가 된 분수대

폭격에 부서진 분수대를 이리저리 시멘트 풀칠해서 복원한 것을 보니 웬지 가슴이 찡해 온다.





    미궁(美宮)인지 미궁(迷宮)인지


원명원의 미궁

관광가이드에 반드시 소개되는 미궁. 난 처음에는 미궁이 아름다운 궁인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그게 아니고 ‘미궁속에 빠지다’ 할 때 그 미궁(MAZE) 이다. 돌로 지은 정자인데 중추절 야밤에 황제와 후궁이 사랑을 속삭였다는 것으로 이름값하는데 역시 폐허된 것을 그 후에 개축한 것이다.


원명원의 미궁에서 길을 찾고 있다

미궁처럼 길을 잘못들면 계속 뺑뺑 돌게 되어있다. 성질 급한 젊은애들은 계속 돌다가 길을 못찾으면 걍 담치기하기도 한다. 나도 두번 돌다가 길을 바로 찾아 들어갔다.


원명원에서 인증샷

미궁에서 인증샷 한컷. 담벼락에 카매라 고이고 10초 자동샷으로 때렸다.


세동무들

중학생 또래 동무들인 모양으로 오늘 원명원에 놀러 와서 여기서 파는 중공군 모자를 하나씩 기념으로 사서 머리에 쓰고 각자 셀폰에 빠져있다.


폐허속의 서양루 유지구

처음에 보여 준 이곳이 서양루 유지구의 하일라이트이다. 중국어로 큰 대 물 수 법 법자로 대수법으로 부르는데 큰분수라는 뜻이다. 파괴전에는 서양식 분수대로 원명원에서 제일 인기가 있었던 곳이란다. 지금은 철망으로 막아 놓아 들어 가 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보게되어 있다.


가다보면 저런 이정표가 잘 보인다. 무엇이 있는가 하고 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 흔적만 남아있다. 오른편 맨밑에 있는 흑천학(BLACK SWAN) 관람구에 가 보면


흑고니는 살아있다. 폭격을 피해서 살아 남은걸까? 그러나 위에서 보이는 함경당으로 가보면


건물은 없고 터만 남아있는 함경당

여기가 함경당이다. 사진도 없고 과거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물끄러미 잡초만 우거진 터에 서서 황성옛터만 바라보다 돌아 온다. 팻말에 영어로 장황하게 함경당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개의 건물로 이루어지고 장춘원의 중심지로 건물 길이 300미터 너비 150미터로 건륭제의 은퇴 후 주거지로 사용되었고……


함경당 옛터에 조성된 화원에 활짝 핀 꽃 한송이 꺽어 들고서…가고 없는 그 시절을 떠 올려 본다.


이정표에서 삼원교계란 세개의 정원이 서로 교차되는 지점으로 여기에서 6원내면 발품을 조금 아낄수 있다. 골프 카트같은 차로 각 정원입구로 이동해 주는데 겨우 800미터정도이다. 그러나, 반나절 돌아 다니다 보면 800미터를 차로 이동하는게 얼마나 고마운건지 타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나도 두번이나 신세졌다.


원명원중 경치가 제일 뛰어난 곳이 구주경구다.


아쉽게도 영문판이 없다. 떠듬떠듬 한자를 읽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해가 점점 기울어 가고 시간이 없어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원명원에서 최고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다음 사진들은 대부분 구주경구에서 찍은 것들로 경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물길이 한바퀴 돌아 나가는데 물 속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정겹다.


호숫가를 장식하고 있는 노오란 난초꽃들.


맑은 호수에 척 늘어진 능수버들에서 여유가 만만해 보인다.


그리고 그 호수를 건너가는 하얀 다리.


거울같이 맑고 평평한 호수 수면. 배라도 띄어 놀았으면…….


수초와 연닢으로 무성한 호수. 간간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유유하게 흐른다.


모자이크 양식같은 담벼락.


물 속에 비친 나무가 마치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을 한번 뒤집어 보았다. 하늘이 물 속으로 들어가고 물 속이 하늘로 변해버렸다.


역광 속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야생초들의 포자.


물이 하도 맑아 거울같이 나무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석양 속의 교각


물 속으로 떨어진 다리의 그림자.


한 쪽엔 연닢들이 무성하고 서서히 석양이 진다.
둥근 연닢들……


호숫가에 가득한 노오란 난초 군락.


물속에 잠긴 돌교각

마침 떨어지는 낙조에 돌다리 아치도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능수버들도 바람 한점 없는 공중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그냥 물 속에 잠겨있다. 제일 맘에 드는 원명원의 이미지다. 이렇게 걷다가 보다가 쉬어 가다보니 해는 떨어지고 땅거미가 스물스물 옷속으로 기어들고 해서 지친 다리를 힘들게 끌면서 원명원을 떠나야 했다. 언제 다시 한번 올 수 있을련지는 몰라도 오늘 원명원에서 트레킹하면서 다리 근육이나 튼튼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이번 네팔중국 여행의 마지막이다. 별 탈없이 구경 잘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해서 얼마간은 이런 사진이나 보면서 추억 속에서 헤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네팔 중국여행기 끝)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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