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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Jan 24. 2020

[야알못 탈출-023] 전지훈련과 비시즌활동금지

#야알못탈출 #스프링리그 #스토브리그 팩트체크  #설날은 가족과 함께



지난주 지독한 독감에 걸렸습니다. 혼미한 정신상태로 할 수 있는게 드라마 보기 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겨우 <스토브리그> 진도를 따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전지훈련(스프링캠프)을 놓고 마찰이 있었네요. <스토브리그>가 한 주 쉬는 이번주, 제주도에서의 드림즈와 바이킹즈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스프링캠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화에서 정규리그, 스토브리그, 스프링캠프를 이야기했는데요. 이번주는 <스토브리그>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에 대한 팩트체크 시간을 가져볼려고 합니다. 




선수협


선수협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준말로 일종의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협회장은 대대로 드라마의 '강두기' 선수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선수들이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래야지 힘이 실리니까요. 실제 선수협 회장들의 이름을 거론해보면 "양준혁, 이종범, 손민한, 서재응..." 그야말로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입니다.




(좌) 양준혁,- 야구를 너무 잘해서 양신 (우)이종범  바람의 아들 (키움 이정후 선수의 아버지죠)


양준혁은 본인의 "만세타법"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수 많은 기록을 남긴 타자입니다. 그저 몇 년 좋았던 타자가 아니라 20년 간 꾸준한 타자생활 끝에 대기록을 남긴 타자이죠. (20시즌 통산 - 7332타수, 2318안타, 2루타 458개, 홈런 351개, 1389타점, 1299득점) 20년간 안타를 평균 100개씩 쳤다는건 대단한 기록입니다. KBO에 선수등록된 프로야구선수가 매년 600여명인데, 20년간 10위권 순위를 벗어나지 않은 활약을 한 것입니다. 이 꾸준함은 기적적인 것이죠. 20대때도 130안타, 40대에도 100안타는 기록했다는거니까요. 그리고 홈런도 평균 18개씩 쳤는데 2019년 TOP15 홈런 기록이 18개 정도입니다.   


최훈 카툰 - 양신을 떠나보내며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4530&no=334

KBS 한국프로야구 레전드 10인 - 기록의 사나이 양신, 양준혁 https://youtu.be/uyP-DcMgbO0?t=1636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빠른 발 파워풀한 스윙으로 대기록을 쌓은 타자입니다. 양신, 종범신 둘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쌓은 타자들이죠. 갓갓! (20시즌 통산 - 7155타수, 2083안타, 2루타 398개, 홈런 221개, 829타점, 1274득점) 이종범은 아들래미도 참 멋있습니다. 이종범이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갖는 바람에, 이정후는 태어나자마자 "바람의 손자"가 되었죠.  아들인 그가 매년 120안타 15홈런 80득점 50타점 50사사구 35도루를 15년 연속 기록하면 아버지 이종범을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FI7M4P1QKI



이정도 레전드들이 맡는 것이 바로 선수협의 회장입니다. 

드라마에서 강두기 선수가 얼마나 쎈지 느낌이 오시나요? 

<스토브리그> 내 레전드 국보급투수 강두기



그리고 선수협과 팀의 마찰도 있었던 일입니다. 이 마찰의 역사는 고된 훈련으로 명성이 자자한 (좋게도, 나쁘게도) 야신 - 김성근 감독과 그 궤를 같이 합니다. 2007년-2008년 한국 프로야구는 SK 와이번스의 시대였습니다. 연달아서 왕좌를 계속해서 차지하던 와이번스는 그야말로 철웅성이었죠. 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과 와이번스에 대한 분석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들의 승리 요인 중에 하나로 고된 훈련 (전지훈련 및 그 외의 훈련들을 전부 포함)이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73093



비활동기간 준수 논란의 중심

한화 시절보다, 저 새빨간 SK와이번스 유니폼으로 더 기억나는 김성근 감독

    

왕좌를 차지한 디팬딩 챔피언 SK와이번스의 움직임을 다른 팀들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죠. <스카이캐슬>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떤 학생이 의대를 갔습니다. 어떻게 갔냐고 물어보니, 어떤 쪽집개 강사의 선행학습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금새 소문이 퍼집니다. 그 동네 어머니들은 모두 그 강사를 향해 뛰어갑니다. 학생들은 방학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학원에 모닥모닥 앉아 있습니다. - 뭐 이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쪽집개 강사가 김성근이고 선행학습이 스프링캠프(전지훈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관행으로 굳어져가던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이 비시즌 활동금지를 어기고 훈련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떴죠. 이 부분에 대한 선수협의 항의가 있었지만, 이때는 무언가 어물쩡하게 넘어가긴 했습니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476093/?sc=naver


이후에 선수협은 김성근 감독과 한화를 지목했죠. 비활동기간이 준수 되고 있었는데, 그가 나타나면서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정말 그가 힘든 존재이긴 했나보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선수들이 왜 이렇게 겨울에 훈련하는 걸 가지고 태클을 거는 것인지 말이죠. 선수이니 몸 관리와 연습을 게을리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라진 10개월 간의 일요일


생각해보면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선 1군 선수들로서는 겨울 훈련이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즌이 이어지는 10개월 내내 일주일 중에 월요일 하루만 쉽니다. 평범한 주 5일제와 비교해보면 주6일 근무이니, 한달에 4일씩 휴가를 적립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10개월동안 곱해보면 부족한 휴가만 40이 나옵니다. 주 5일제와 마찬가지로 최소 15일의 휴가가 있다고 하면 약 55일이 생깁니다. 이정도 날짜면 10개월 업무 후 2개월 휴가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다른 측면을 보면 고민이 깊어집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누구보다 먼저 훈련을 해야한다는 (자발적) 압박감이죠.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때부터 휴일 없이 매일 같이 밤늦도록 공부하곤 했습니다. 이 습관이 이어져 회사원이 된 이후에도 주말 스터디, 평일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성장이 필요한 선수들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발적이라고도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결코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전지훈련 취소 있었던 일인가?

 

    <스토브리그>에서 선수협과의 마찰로 해외 전지훈련(스프링캠프)이 전격 취소 되었습니다. 그나마 겨우 가게 된 곳은 제주도입니다. 실제로 국내 프로구단이 제주도로 간 경우는 거의 없지만 2003년도에 한화에서 간 것이 유일하게 있네요.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030126/7905943/1


전지훈련을 가면 프로구단들끼리 만나서 연습게임을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지난번 제 글에서 언급한 미국 MLB의 그레이프후르츠리그, 칵투스리그 라는 이름의 유래도 그렇습니다. 이 리그는 진짜 리그는 아닙니다. 전지훈련을 간 MLB팀들이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연달아서 연습게임 합니다. 이 연습경기 시리즈가 가히 정규시즌의 리그나 다름 없다 하여 생긴 이름들입니다.    

https://brunch.co.kr/@kimibmoon/50


<스토브리그>에서 처럼 그 장소가 제주도이고, 두 프로구단의 1군 선수들이 마주친다는건 자주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지금도 한국 KBO는 미국에서, 조만간 일본에서도 격돌할 것 같습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들을 위한 땅


 하지만 이 훈련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작 해외 훈련도 1군 최소 1.5군에는 속하는 선수들만 데려가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비싸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 이들을 위해서 2019년 작년 겨울에는 선수협의 도움으로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 제주도 전지훈련을 가기도 했습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8/2020011800866.html  


그리고 또 한 곳, 드라마에서도 언급 되었던 호주리그도 대안 중에 하나 입니다. 전 세계에서 야구 강국은 많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맥시코가 2019년 Top5 강국입니다. 언급되었던 호주에서는 호주식 풋볼이 훨씬 강세이기 때문에 야구는 많이 약하죠. 

 

WBSC 2019 야구 순위 - https://rankings.wbsc.org/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 경기를 치르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기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호주는 우리가 겨울일 때 활발하게 시즌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그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서 호주 리그에 가는 것이죠. 호주리그에는 실적이 부족한 선수들도 있지만, 부상으로 해당연도 시즌을 나가지 못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일종의 재활을 겸한 리그인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zJAnGjBatb8




개인의 행복과 팀의 성과



전지훈련. 따뜻하고 평화로운 휴양지 땅에서 야구하기. 보기에는 멋지고, 여유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훈련이고, 일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이죠. 팀의 성과를 위해서 개인을 얼마나 희생을 해야하는걸까요? 그리고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 그 시간 동안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유보하는 것 은 괜찮은 것일까요? 


이 고민은 평범한 직장인도 야구선수도 갖고 있는 비슷한 고민이 아닌가 싶습니다. 팀의 성과는 결국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희생해서 -설날에도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아이들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고, 부모님 장례식이 가지 못하고-  가져온 우승은 정말로 개인의 행복과 이어지는 것일까요?


설에는 가족과 함께하고, 쉬는 날에는 여행도 함께 가고... 선수들 뿐 아니라 모두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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