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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11)

by 김정은 변호사

시리즈 [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제주일보에 기고했던 칼럼을,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글로 다시 풀어보려 합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꾸준히 강화되어 왔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은 낮아졌고, 반복 위반자에 대한 형량도 무거워졌으며, 운전면허 취소·정지 기준 역시 엄격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꾸준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그 결과로 한순간에 사회적 지위를 잃은 유명인들에 대한 기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모든 이야기를 알면서도, 막상 술자리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에는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날따라 단속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예감도 함께 따라오나보다.


음주운전은 말 그대로, 술을 마신 뒤 신체가 알코올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다. 흔히 ‘취한 상태’만을 떠올리지만,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숙취로 인해 몸속에 남은 알코올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 경우도 포함된다. 어떤 음식물에 포함된 미량의 알코올 성분이 측정되는 경우에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을 음주운전으로 판단한다. 기준치는 상당히 낮아졌고, 사람에 따라 한두 시간의 수면을 취하거나 술을 한 잔만 마신 경우에도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운전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본인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자신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책임 없는 낙관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음주운전 사건이 많은 만큼 인터넷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떠돈다. 그중 하나는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이야기가 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났거나 단속이 예상되는 경우, 차량을 버려두고 술을 더 마시면 ‘사고 전 음주였는지 이후 음주였는지’가 구별되지 않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CCTV가 충분하지 않았고, 카드 사용 내역이나 이동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수사와 재판의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현실은 더 이상 그때의 논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3~4년 전의 일이다. 한 청년이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네 시간쯤 눈을 붙인 뒤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고, 양측은 보험사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상대 운전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경찰에 신고했다. 그 순간 청년은 겁이 났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 근처 편의점에 들렀고, 소주를 구입해 일부를 마셨다. 예전에 본 ‘썰’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고 전에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사고 후에 마신 것처럼 보이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현장은 이미 과거와 달랐다. 경찰은 차량 번호를 통해 청년의 주소를 조회했고, 집 근처에서 그를 찾았다. 청년은 “사고 이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주변 CCTV와 카드 결제 기록, 편의점 방문 시각 등을 통해 술을 마신 시점이 사고 이후였고 소주 3분의 1병 정도를 마셨다는 사실은 곧 드러났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청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소주 3분의 1병을 마셔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사고 당시에도 이미 상당량의 알코올이 체내에 남아 있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기소되었고, 재판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만약 청년이 사고 직후 곧바로 측정을 받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수면 후 숙취 운전의 경우, 초범이라는 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을 종합해 재량이 작용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년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따랐고, 도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까지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다룬 칼럼은, 공교롭게도 한 유명 트로트 가수의 음주운전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썼던 글이다. 마치 그 사건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시기상 묘하게 맞물렸지만, 사실은 그만큼 음주운전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이미 3년 전에도 통하지 않던 수법을 그 유명 가수는 그대로 따라했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세상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음주운전 단속 방식도, 판단 기준도, 처벌 수위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법도, 수사도, 재판도, ‘업데이트 중’이다.



다음 글 예고 : 그 말, 들은 사람이 없다면?

감정과 사실, 오해로 얽힌 사건. 명예훼손의 '공연성'을 둘러싼 마음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시리즈 [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1) 부동산 시세가 오르자 헤어진 그녀가 생각났다.

(2) 믿었다는 말의 끝에서

(3) 송별회는 했지만, 떠나지 못했다.

(4) 꿈은 이루어진다, 단지 나만 기쁠 뿐

(5) 세상에 둘만 남은 가족 - 그 아이 이름 앞에 '딸'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6) 감염, 그리고 손해배상

(7) 당신의 말이 틀렸던 건 아닙니다.

(8) 소송이 길을 잃을 때

(9) 계약서에 없던 불편,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갈등

(10) 감귤을 주문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11) 업데이트 중

(12) 그 말, 들은 사람이 없다면?

(13) 공감의 전제사실

(14) 특수하게 중한, 특수범죄

(15) 어른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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