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하게 중한, 특수범죄

[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14)

by 김정은 변호사

시리즈 [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제주일보에 기고했던 칼럼을,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글로 다시 풀어보려 합니다.





주말 드라마 한 편이 끝났다.
가족들이 함께 우연히 거액의 돈을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처음엔 당황하고 망설이지만, 결국 모두 공범이 되어 돈을 챙긴다.
잠깐의 부유한 삶, 깊어지는 갈등, 그리고 결국 발각.

드라마는 가족애와 권선징악을 적절히 섞어 마지막엔 법도 지키고, 가족도 다시 하나가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현실에서라면 어림없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어차피 돌려줬으니 괜찮은 거 아니야?"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덜' 감동적이다.


어쩐지 나쁜 짓도 여러 명이 같이 하면 책임도, 무게도 덜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흔히 ‘함께’라는 말을 방패처럼 쓰기도 한다.

“나 혼자 한 게 아니에요.”
“다 같이 한 거예요.”


하지만 법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범죄를 ‘여럿이 함께’ 저질렀다면, 그 죄는 오히려 더 무겁다고 말한다.

‘특수절도’.
흉기를 들었거나, 2명 이상이 함께 절도를 저질렀을 때 성립되는 죄명이다.
일반 절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도 가능하지만, 특수절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벌금형은 없다.

법이 그 죄를 얼마나 무겁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수절도는 교과서 속 개념 같지만,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의 상당수가 바로 이 ‘특수범죄’다. 특히 청소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한다.

청소년들은 단독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들과 함께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옆에 친구가 타자고 해서, 같이 타고 갔어요.” - 오토바이 절도.
“친구가 ‘돈 내지 말고 나가자’고 해서, 그냥 나왔어요.” - 무인가게 절도.
진술은 간단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이 한 행동은 이미 ‘특수절도’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처벌은 아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처음 접하는 세상, 처음 들어보는 죄명,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수사기관의 말들.
그렇게 아이들은 법이 갑자기 얼굴을 바꾸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수범죄는 절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수폭행, 특수상해, 특수협박,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재물손괴…
다수가 함께, 또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법은 그 앞에 ‘특수’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그 이름만큼, 처벌도 중해진다.


예를 들어 단순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다.
하지만 특수폭행은 최고 5년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협박죄는 3년 이하지만, 특수협박은 최고 7년의 징역까지도 선고될 수 있다.
단지 ‘여럿이 함께’ 또는 ‘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의 무게는 몇 배로 뛰어오른다.

문제는, 그 무게를 아이들은 모른다는 데 있다.

어쩌면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었다.
함께 했기 때문에 더 무거워지는 죄, 그 ‘특수하게 중한’ 이름들의 무게를.

이건 누군가의 책임을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을 너무 몰랐던 마음, 법의 자리를 너무 멀리 두었던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같이 하자”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 순간의 행동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갖게 되는지 누군가 한 번만 더 알려줬다면 어땠을까.

법은 늘 똑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마음이 멀었던 건 우리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알아야 하고, 알려줘야 한다.
특수하게 중한, 그 이름의 무게를.




시리즈 [법의 자리, 마음의 거리]

(1) 부동산 시세가 오르자 헤어진 그녀가 생각났다.

(2) 믿었다는 말의 끝에서

(3) 송별회는 했지만, 떠나지 못했다.

(4) 꿈은 이루어진다, 단지 나만 기쁠 뿐

(5) 세상에 둘만 남은 가족 - 그 아이 이름 앞에 '딸'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6) 감염, 그리고 손해배상

(7) 당신의 말이 틀렸던 건 아닙니다.

(8) 소송이 길을 잃을 때

(9) 계약서에 없던 불편,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갈등

(10) 감귤을 주문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11) 업데이트 중

(12) 그 말, 들은 사람이 없다면?

(13) 공감의 전제사실

(14) 특수하게 중한, 특수범죄

(15) 어른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