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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Feb 13. 2020

독서 금지구역

HANDAL_13DAY

신날 때도 우울할 때도 찾는 곳이 되어버린 서점.

예전에는 신나게 수다 떨러 가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집중해서 책 읽으러 가는 카페.

모든 책을 다 살 수는 없으니 보고 싶은 책을 보러 가는 도서관.

이렇게 어느덧 독서는 내 생활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아니 그런데 독서 금지구역이 있다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집에서 제일 따뜻한 구역인 의료용 전기장판 위에서는 되도록 독서 금지이다. 아무리 각 잡고 앉아있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어도 뜨끈한 바닥이 나를 점점 더 끌어당겨서 엎드리거나 눕게 만들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어려운 도서라면 더더욱 금지다. 정신을 차려도 될까 말까인데 수면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전기장판 위를 피하되 책을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읽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직도 쪼랩이긴 하지만 나만의 노하우를 방출해 본다.



1. 곳곳에 책을 둬라

흔히들 책을 어떻게 하면 많이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곳곳에 책을 치해 두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책상에도 한 권, 소파에도 한 권, 침대 옆에도 한 권, 화장실에도 한 권, 식탁 위에도 한 권 그래서 수시로 손이 책에 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게 되더라는...



2. 아직 읽지 않은 새 책을 둬라

또 다 읽은 책만 집에 두기보다는 아직 안 읽은 책들을 어느 정도는 갖춰놓는 것이 좋다. 재독이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감동이 있는 날 읽어야 할 책이 있는 것과 다 읽어서 재독 할 책밖에 없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여유 있게 앞으로 읽을 책도 책꽂이에 있다면 어느 날 문득 책이 읽고 싶은 날 그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어려운 내용은 어린이 도서 혹은 만화책으로

나는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 만화책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 유튜브 "취침 한국사"를 하고 있는 남편을 두었지만, 나는 맥락이 부족해서인지 그때는 좀 아는 것 같더니 지금도 잘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비록 내용을 다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20권의 조선왕조실록을 계기로 책을 읽어나갔으므로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


이번에 "폭군"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무지한 나, 영국 역사와 미국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나는 답답했다. 그러나 그것을 내가 알아듣게 한 번에 설명해 주는 사람을 찾을 수는 없으므로 어린이용 셰익스피어 동화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봤다. 물론 깊이가 약간은 다를 수 있지만 먼저 어린이용 도서나 학습만화책 같은 것을 먼저 접한 다음 일반도서를 읽으면 확실히 이해도가 높아지므로 나에게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4. 가방에는 늘 책 한 권을

버스나 전철에서 보내는 킬링 타임에 독서를 하다 보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꽤 시간이 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하고, 적어도 1시간은 읽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사실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해도 꽤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는 얼마나 자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도 될 듯하다. 짧게라도 매일매일 보는 사람과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읽는 사람과의 갭은 안 봐도 훤하다. 가방에는 늘 읽을 책을 갖고 다니는 습관을 만든다면 틈틈이 꽤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할 수 있다.




5. 서점과 북카페를 이용하자

우리가 아무리 마음속으로 굳은 다짐을 해도 옆에서 계속 핸드폰을 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다면 독서 욕구가 사그라들 수 있다. 이럴 때는 환경설정을 해야 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서점을 가거나 북카페를 가면,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더 책을 들여다보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바닥에 앉은 채 책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올라온다. 또한 요즘에는 서점 안에 커피숍도 많고, 또 북카페나 스터디 카페를 활용해도 좋으니 차 한잔과 책 한권만 갖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강추다. 너무 많은 정보와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6. 책을 읽는 사람들과 가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글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의 블로그나 브런치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블로그 이웃이나 브런치 구독으로 연결시켜 놓다 보면 문득문득 나의 마음에 돌을 던지는 포스팅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 바쁘고 여유가 없고 관심이 없어서 책을 등한시하다가도 그런 글들을 보면 다시 상기시켜줄 수 있고, 점점 성장하는 것이 보이고, 성숙해져 가는 것이 느껴지므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해둬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책을 통해 겸손해진다. 나만 잘났다고 우기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오망 방자 해지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책을 읽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것들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자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하게 되고, 우리는 또 새로운 앎의 욕 구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두에 의료용 전기장판에서는 독서 금지구역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따뜻한 아랫목에서 만화책을 보던 감성으로 말이다. 다만 어려운 책들을 정말이지 각 잡고 의자에 앉지 않는 한 수면제 역할을 하므로 금지라고 한 것뿐이다. 어디서 어떻게 읽던지, 무엇을 읽던지 상관없이 되도록 많은 책을 어렸을 때부터 접하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억지로보다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최상이겠지만 말이다.



나도 책을 읽지 않다가 읽게 된 케이스라서 처음에는 그렇게 하품만 나왔다. 그런데 운동의 근력이 생기듯이 독서에도 근력이 생길 때까지 매일매일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점점 양이 늘어나고, 속도도 붙고, 이해력도 올라간다. 물론 나도 아직 멀었다. 모르는 분야도 많고, 읽어야 하는 책들도 수두룩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누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책을 찾아서 읽고, 늘 내 곁에는 책이 쌓여있는 경지에는 왔다. 나는 되는대로 책을 많이 읽을 것이며, 나는 되는대로 책을 씹어 먹을 것이다. 그게 가장 싼 가격에 나를 훈련하는 지름길임을 확신하니 말이다. 책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설득당하고, 책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는 요즘이 참 좋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와 댓글들이 좋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과 함께 계속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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